[특별기고] 약물 FDA 박스경고…지나친 공포는 득보다 실
[특별기고] 약물 FDA 박스경고…지나친 공포는 득보다 실
  • 박중원 교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회장)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3.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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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원 교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회장)

평소 친분이 있는 후배 의사에게서 걱정이 있다고 전화가 왔다. 후배는 소아과를 운영 중인데 최근 천식·알레르기치료제 싱귤레어를 포함한 몬테루카스트 제제에 대해 미국 FDA 박스 경고(검정박스로 표기하기 때문에 블랙박스로 부르기도 함)가 있었고 이로 인해 아이 엄마들의 문의가 늘었다는 것이다. 약을 처방하는 의사 입장에서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활동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약물 안전성 등을 꼼꼼히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약물 이상반응사례 보고시스템을 모르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오해할 소지가 있다. 특히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엄마 입장에서 예민해질 수 있겠다는 점에 공감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를 통해 국가와 전문 의료진의 노력으로 오랜 시간 이뤄지는 약물 안전성과 관리체계를 대중에게 알려야겠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약물 이상반응은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드물게 발생하는 이상반응이나 사례들은 약제 시판 후 뒤늦게 확인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계기로 1962년 미국에서는 케파우버-해리스 약물법이 개정되고 시판 후 지속적으로 약물의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이어 1968년 WHO가 국제 약물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이 시점을 전후로 각 나라도 자국의 약물감시체제를 구축하는 등 약물위해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된 모든 처방 의약품이 ‘약물 이상반응사례 보고’ 체계 아래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되며 관리 받고 있다.

FDA의 박스 경고 역시 이러한 약물위해관리 조치에 해당한다. 때문에 박스 경고 약물에 너무 지나친 공포를 갖는 것에는 우려를 표한다.

이번 FDA에서 발표한 몬테루카스트 제제의 박스 경고는 새롭게 발견되거나 급증한 이상반응사례에 대한 발표가 아니라 2008년부터 이미 제품설명서에 있었던 이상반응에 대해 더 널리 인지하도록 사전 관리적 차원에서의 안내다. 즉 해당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닌, 약물을 보다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FDA가 허가 약물 중 약 30%가량은 이러한 박스 경고문구 표시를 통해 안전성이 관리되고 있으며 수많은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시판 후 보고를 통해 수집된 이상반응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사실이 있다. 현재의 약물 이상반응사례 보고체계에서는 그 약과의 인과관계를 떠나서 무조건 이상반응사례로 보고하도록 돼있다. 이렇게 보고된 수십~수만 건의 사례들은 일정 기간을 주기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되고 보고건수가 누적되면 이에 대한 경고 조치가 생기는 것이다.

이번 이슈에 대해 발표된 FDA 원문에도 “이번 조치에 관련된 이상반응과 약물과의 인과관계는 확립되지 않았다”고 나와있다. FDA 능동적 약물감시 시스템인 Sentinel을 활용해 5년간 몬테루카스트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조약물인 흡입스테로이드제와 비교했을 때 정신건강 이상반응 발생에 차이가 없음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FDA에서는 왜 박스경고 조치를 했을까?

몬테루카스트의 위험성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FDA는 이 약제를 처방받은 환자에게는 최소한 극단적 선택, 우울증, 불면증 같은 정신건강 연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고지해야한다는 점을 알린 것이다.

실제로 이번 조치와 관련된 사례 중 6건이 정신질환이 동반된 환자였고 이들에게 몬테루카스트를 처방하면서 정신건강상의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다는 주의를 하지 않아 환자들이 알지 못했다.

이를 통해 몬테루카스트를 처방받은 환자에게는 정신건강에 연관된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음에 대해 고지해야하고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 바로 중단하도록 처방 전에 교육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환자들은 항히스타민제나 비강분무 스테로이드 같은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약제를 먼저 사용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코막힘 등이 주로 나타나는 경우 병원에 방문해 전문의와 상담 후 처방받으면 된다.

장황한 설명이었지만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하다. 약물은 치료효과를 내는 것과 동시에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국가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물감시체계를 통해 약물의 안전성을 확인·관리하고 있다. 또 이상반응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도록 약물위해관리사업을 통해 의약품의 평가와 관리·감독, 의약품의 재심사,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조사·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연장선에서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도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약물 이상반응보고에 대해 너무 두려움을 갖고 약을 끊기보다는 의료진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약물을 꾸준히 복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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