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환자 살리는 ‘목표체온 유지치료’…중증 코로나19환자도 살린다
심정지환자 살리는 ‘목표체온 유지치료’…중증 코로나19환자도 살린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8.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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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정한길·조영재 교수 연구팀 증례 보고
이상고열 보인 중증 코로나19환자, 목표체온 유지치료 후 호전
발열조절 안 되는 중증 코로나19환자에서 효과 및 안전성 입증

코로나19의 기세가 다시 거세진 가운데 또 하나의 희망적인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바로 심정지환자에게 권고되는 ‘목표체온 유지치료(Targeted Temperature Management, 저체온치료)’가 이상고열을 보인 중증 코로나19환자를 눈에 띄게 호전시킨 것. 이번 사례는 목표체온 유지치료가 중증 코로나19환자에서도 경우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라는 것을 입증한 데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환자의 심부체온을 낮춰 신경 및 뇌손상을 예방하는 치료로 심정지환자에게 주로 시행된다. 더 나아가 이번 사례를 통해 이상고열을 보인 중증 코로나19환자에도 안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 코로나19 관리 방향에 대한 또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목표체온 유지치료 후 상태 급속히 호전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한길 교수와 호흡기내과 조영재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 JKMS(Jo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목표체온 유지치료로 중증 코로나19환자를 급속하게 호전시킨 사례를 보고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 환자는 급성 저산소성 호흡부전으로 인해 중환자실로 이송된 58세 여성으로 입원 후 체온이 약 42도까지 상승하고 쇼크가 진행되는 등 상태가 매우 급격하게 악화됐다. 의료진은 반복적으로 해열제를 투약했지만 고열은 잡히지 않았다.

우리 몸은 체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대사소비량이 10%씩 올라 열이 오르면 오를수록 뇌와 호흡기계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진다. 심한 경우 에크모(ECMO : 체외막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즉 폐와 심장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적용하는데 의료진은 이 환자의 경우 일단 에크모를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고 먼저 목표체온 유지치료를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41.8도까지 올랐던 환자의 심부체온은 4.5시간 만에 목표체온인 37도까지 도달했으며 환자는 동맥혈 산소화 및 쇼크에서도 급속한 호전을 보여 약 3주 후에 퇴원할 수 있었다.

■과염증·고열로 인한 2차 장기손상 막아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환자의 심부체온(내부 장기나 근육에서의 체온)을 서서히 낮춘 다음 정상체온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통 심정지환자에게 시행된다. 심장이 정지되면 뇌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뇌세포가 파괴된다. 이때 환자의 체온을 32~36도 선까지 서서히 떨어뜨려 뇌의 활동을 억제하고 뇌세포 파괴를 가속화화는 면역계의 활동을 늦춰 뇌손상을 막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한길 교수는 “본래 심정지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환자가 정상체온인데도 뇌손상을 막기 위해 일부러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이고 이번 코로나19환자에게는 해열제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고열을 잡고자 목표체온 유지치료를 적용, 정상체온에 가깝게 떨어뜨린 것”이라면서 “포인트는 약간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발열은 신진대사와 산소소비량을 증가시켜 뇌와 호흡기계에 부담을 가하기 때문에 목표체온 유지치료로 심부체온을 낮춰 부담을 줄여줘야 고열로 인한 2차적인 장기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이상고열을 보인 이번 코로나19환자에게도 목표체온 유지치료의 이러한 점이 효과적으로 적용, 바이러스 의한 과염증반응(사이토카인 폭풍)과 고열의 악순환을 중단시켜 질병 진행을 막고 상태를 급속하게 호전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 몸에 열이 심하게 오르면 신진대사와 산소소비량이 많아짐으로써 뇌와 호흡기계에 큰 부담이 가해진다. 이때 목표체온 유지치료를 적용, 빠른 시간 내 목표체온에 도달해 이를 일정시간 유지하면 고열로 인한 환자의 2차 장기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생리식염수, 냉각패드 등 치료법 다양

목표체온 유지치료에는 침습적과 비칩습적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침습적인 방법은 환자의 혈관 안에 카테터를 넣어 4℃의 생리식염수를 주입, 혈액을 냉각시키는 방법이며 비침습적인 방법은 냉각패드를 피부에 밀착시켜 체온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침습적인 방법은 피부가 아니라 혈액을 냉각시키기 때문에 목표체온에 비교적 빨리 도달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카테터 주입에 대한 환자의 부담이 크고 카테터 주입부위에 감염 및 혈전발생위험도 있다.

반면 비침습적인 방법은 침습적 방법보다 냉각속도가 느리지만 감염위험이 적고 냉각패드만 부착해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의 부담이 덜하다. 이번에 보고된 환자의 경우에도 냉각패드(아틱선)를 부착하는 비침습적인 방법이 적용됐다.

정한길 교수는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한 가지 방법이 효과적이라고는 할 순 없으며 각기 장단점이 있다”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목표체온 유지치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오한 등의 증상을 의료진이 면밀하게 관찰해 빨리 대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중증질환에 적용…활용 폭 확대 기대

연구팀은 목표체온 유지치료가 코로나19 자체를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단 이번 사례는 목표체온 유지치료가 해열제로도 떨어지지 않는 이상고열을 보이는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상태를 호전시켜 고열로 인한 이차적인 문제들을 막는 안전한 치료법임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정한길 교수는 “코로나19는 환자마다 증상과 예후가 다양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치료방법이 시도되고 있다”며 “목표체온 유지치료 또한 해열제로도 잡히지 않는 이상고열을 보이는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에크모보다 먼저 적용을 고려해볼 수 있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로서 의료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한문구 교수는 “실제로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심정지환자뿐 아니라 ▲신생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 치료 ▲뇌압 및 부종조절 ▲외상성 뇌손상환자 등 이미 여러 다양한 중증질환에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여기에 더해 이번 사례를 통해 뇌손상은 없지만 발열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도 하나의 보조적 치료로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앞으로 목표체온 유지치료의 적용분야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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