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인천 유일의 정형외과 외상전문의로 살아가기
[특별기고] 인천 유일의 정형외과 외상전문의로 살아가기
  • 윤용철 가천대길병원 외상외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desk@k-health.com)
  • 승인 2020.11.02 11: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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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철 가천대길병원 외상외과 교수
윤용철 가천대길병원 외상외과 교수

“따르릉~.”

휴대폰 벨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외상 소생실 호출벨이다. 혹시라도 벨소리를 못들을까 봐 늘 최고 음량으로 해놓은 탓에 자다가도 깜짝 놀란다.

‘오늘은 어떤 환자일까?’ 어디가 다쳤을까?’ 여러 생각을 하며 서둘러 내려가보니 이미 외상외과 동료 교수들이 환자에게 응급 초음파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작업 중 7층 높이에서 떨어져 골반 골절과 다리에 개방성 골절이 있는 52세 남성환자. 갈비뼈 골절로 인한 혈흉으로 흉관을 삽입해야하고 두부손상이 있어서 CT(전산화 단층 촬영)도 찍어봐야한다.

보통 응급실에 이런 환자들이 오면 으레 손상 부위별로 자기 분야만 보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사람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흉부외과 외상전담 전문의가 흉관을 삽입하고 신경외과 외상전담전문의가 두부 CT를 보고 수술여부를 결정한다. 필자는 정형외과 외상전담 전문의로서 사지 및 골반의 외상들을 관장한다. 이 모든 사람이 하나의 울타리에 있는 곳, 여기는 바로 가천대길병원 ‘외상외과’다.

외상외과……

일반인들에게는 참 생소한 단어다. 사실 타 직종 의사와 간호사들도 외상외과는 그저 외상만을 다루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상외과는 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이 모여서 ‘외상외과’라는 큰 틀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의료진은 그야말로 어벤저스급. 각 분야에서 최소 4년 이상 수련을 마친 전문의들이 외상을 치료하기 위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서로에게 많이 배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빠른 치료와 정확한 처치를 위해 최적화된 곳이다.

실제로 교통사고나 추락 환자의 경우 해당 분과만 다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필자가 치료하는 환자만 보더라도 머리를 다치거나 혈흉, 기흉, 복강 내 손상으로 인해 신경외과, 일반외과 흉부외과 전문의 교수진과 유기적인 치료를 해야하는 환자들이 즐비하다.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협진(Consultation)이 아니라 매일 아침 브리핑을 통해 환자를 파악하고 치료방법에 대해서 토론하고 중환자인 경우 함께 회진을 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 마취통증의학과 외상전담전문의가 직접 마취를 한다. 그야말로 외상환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치료가 이뤄지는 것이다.

정형외과 전공의 시절, 필자가 있던 병원에는 골절 및 외상을 치료하는 교수님이 계셨다. 누가 봐도 힘들어 보이던 개방성 골절 환자를 잘 치료해 걸어서 퇴원시키는 모습을 보고 필자도 외상전문의를 꿈꾸게 됐다.

그저 외상이 좋아 보였고 신기했던 그 마음 하나로 가천대길병원 외상외과에 온 지 어느덧 7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필자는 7년이 지난 지금도 골절을 유합시키고 환자를 원래의 기능으로 복귀시키는, 어떻게 보면 마법과 같은 이 일이 참 좋다.

하지만 아직 정형외과 전문과정 중에 ‘외상 및 골절’만을 하는 전문의는 전국에 손꼽을 정도다. 대부분 관절 주위 전문의가 돼 대학이나 전문병원에서 수술하거나 봉직의로 개업하는 경우가 많다.

외상 분야는 사실 정형외과 전공의들이 가장 기피하는 전문과목이기도 하다. 매번 응급상황을 접해야하고 환자를 예측할 수 없고 다발성골절인 경우 오랫동안 수술해야하는 등 여러모로 체력적인 소모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7년째 홀로 정형외과 외상전담전문의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인천에 외상센터가 한 곳밖에 없고 센터 내에서 정형외과 외상전문의는 필자 혼자이니 인천 유일의 정형외과 외상전담전문의인 셈이다.

외상센터의 주된 설립 목적은 예방 가능 사망률을 줄이자는 것에 있다. 골든타임(Golden time) 안에 치료를 잘 받으면 살 수 있는 환자들은 최대한 살리고자 불철주야 노력한다.

단 여기서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할 사실은 환자들을 살리기만 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서 부러진 뼈를 맞추고 찢어진 살을 꿰매어 원래의 삶 속에 환자들을 복귀시키는 것이 살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정형외과 외상 전문의가 필요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다.

필자는 오늘도 부지런히 외상소생실로 달려간다. 언젠가는 필자와 같은 정형외과 외상전문의가 나타나 함께 일할 날을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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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남 2020-12-16 00:10:23
현재 본 의사 선생님 중 제일 유능하신 분입니다.
1년 동안 치료받는 동안 저의 궁금한 것도 많이 들어주시고. 친절하게 답변해 주시고. 아직 치료받아야 할 개 많긴 하지만... 저의 구원자이십니다. 저는 21살 나이에 개방성 분쇄골절로 다른 병원에선 절단해야 한다고까지 들었습니다. 근대 윤 교수님 만나고 나서 "해병대 보내줄게 oo아" 이 말을 듣고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현재 저는 목발을 짚지만 두발로 걸어 다닙니다.
만약에 사고로 골절되셔가지고 외상외과 윤 교수님 만나시면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 받으세요. 전국의 고대구로, 세브란스, 아산병원, 삼성병원 좋은 병원도 많고 유능하신 교수님들도 많지만 저는 골절로 병원 추천해달라고 하면 무조건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윤용철 교수님 한태 가라고 할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