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치료 필요한 ‘만성B형간염’, 단기간 완치 길 열렸다
평생치료 필요한 ‘만성B형간염’, 단기간 완치 길 열렸다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0.12.10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존 광범위하게 사용된 약제 세 가지 조합
항바이러스제·페그인터페론 투여 후 백신접종
111명 환자 대상 16.2% ‘혈청표면항원’ 제거 확인

바이러스 간염 중에서도 가장 환자가 많다고 알려진 B형간염. 그만큼 치료제도 가장 많이 개발됐는데 현재 B형간염환자들이 복용하는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를 억제해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다고 알려졌다.

이 가운데 만성B형간염환자들이 항바이러스제와 페그인터페론 주사제를 투여한 후 백신을 접종하면 단기간 내 완치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10일 내과 김윤준·이정훈 교수팀이 ‘페그인터페론 주사제 병용치료 이후 백신을 접종하는 복합치료 연구성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경구항바이러스제 엔타카비어’로 바이러스가 억제된 만성B형간염환자 11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엔테카비어+페그인터페론 치료 1개월 후 백신접종 ▲엔테카비어+페그인터페론 치료시 함께 백신접종 ▲엔테카비어만 투약한 그룹으로 각 37명 씩 1:1:1로 나눈 뒤 100주 후 결과를 확인했다.  

만성B형간염의 치료목표는 ‘혈청표면항원(HBsAg)’소실로 이를 기능적완치로 본다. 특히 혈청표면항원이 소실된 환자는 간경변증이나 간암발생의 위험이 낮다.

A: 엔테카비어+페그인터페론 치료 후 백신접종한 그룹. 100주 후 6명의 혈청표면항원이 제거된 기능적 완치자가 나왔다. B: 엔테카비어+페그인터페론 치료 중 백신접종은 완치자 2명. C: 엔테카비어만 투약한 그룹에서는 기능적 완치자가 없었다.
A: 엔테카비어+페그인터페론 치료 후 백신접종한 그룹. 100주 후 6명의 혈청표면항원이 제거된 기능적 완치자가 나왔다. B: 엔테카비어+페그인터페론 치료 중 백신접종은 완치자 2명. C: 엔테카비어만 투약한 그룹에서는 기능적 완치자가 없었다.

연구결과 ‘약물치료 1개월 후 백신을 접종한 그룹’의 37명 중 6명에서 바이러스가 제거돼 혈청표면항원 소실률(16.2%)이 유의하게 높았다. 6명 중 한 명꼴로 바이러스가 완전히 없어진 것이다. 반면 엔테카비어의 단독치료 그룹에서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만성B형간염은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에 토착화돼 간경변증과 간암을 유발한다. 현재는 경구항바이러스제를 통해 질환 발생을 줄이고 있는데 바이러스억제에 효과적이지만 혈청표면항원이 없어지는 환자비율은 연간 0.8% 수준이다. 때문에 바이러스를 완전히 사라지게 하려면 약 52년 정도가 걸리는데 사실상 평생 동안 약을 복용해야 가능하다.

페그인터페론과 경구항바이러스제를 동시에 사용할 경우 경구항바이러스제 단독치료에 비해 혈청표면항원 제거율이 높다는 것은 이전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부작용과 비용-효율성이 낮아 표준치료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번 연구는 기존의 두 가지 치료방법, 즉 경구항바이러스제와 페그인터페론치료에 이어 B형간염백신을 추가로 접종하면 혈청표면항원의 제거율이 증가하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특히 새로운 약제가 아니라 기존에 광범위하게 사용하던 약제 세 가지를 조합해 16.2%라는 높은 완치율을 기록한 사실이 주목할 만한 결과다. 환자들이 평생 복용해야만 했던 경구항바이러스제 중단이 가능해진 것이다.   

김윤준 교수는 “경구항바이러스제 단독요법으로는 혈청표면항원이 제거되는 데 수 십년 이상이 걸렸지만 새로운 치료전략으로 B형간염환자는 2년 이내에 기능적 완치를 달성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추가적인 대규모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이러한 강력한 치료를 통해 향후 만성B형간염의 치료기간이 단축되고 환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 될 것이라 기대했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이정훈 교수는 “현재 갖고 있는 치료제들을 조합해 수행한 무작위배정 임상연구에서 좋은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며 “연구성과축적이 빠른 시일 내에 만성 B형간염완치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감염병학회지(Clinical Infectious Disease)’ 온라인 최근호에 게재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