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제도는 물론 인식 개선도 뒤따라야” 
“아동학대, 제도는 물론 인식 개선도 뒤따라야”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1.01.1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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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사건에 ‘대리외상증후군’까지 호소해
콘트롤타워 부재·기존 제도 미작동 등이 원인
신현영 의원 “전문성 강화에 충분한 지원 필요”
학대에 대한 인식개선과 정확한 실태조사해야
아동학대피해자의 지속적인 증가에 대해 ▲전문성 부족 ▲콘트롤타워 부재 ▲기존 제도의 미작동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경찰,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전문가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원활한 연계를 위해서 충분한 지원과 환경조성이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동학대피해자의 지속적인 증가 원인으로는 ▲전문성 부족 ▲콘트롤타워 부재 ▲기존 제도의 미작동이 꼽힌다. 특히 경찰,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전문가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원활한 연계를 위해서는 충분한 지원과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 13일 ‘양천아동학대 치사사건’에 대한 가해 양부모의 첫 재판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적 공분은 멈추지 않고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을 통해 ‘대리외상증후군’까지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극단적인 아동학대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국회는 앞다퉈 정책 관련법안을 발의하지만 관심이 꺼지고 나면 동력을 잃고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다. 학대아동들을 빠르게 구제하고 학대 후 남겨진 아이들의 삶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전문성 키우고 연계체계 갖춰야

출처=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주요통계(2019년)’
출처=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주요통계(2019년)’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4만1389건이었다. 이 중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판단에 따른 아동학대사례는 3만45건에 달했다. 특히 아동학대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함과 동시에 아동학대 사망사례 또한 2015년 16명에서 2019년 42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피해자의 지속적인 증가에 대해 ▲전문성 부족 ▲콘트롤타워 부재 ▲기존 제도의 미작동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광역 및 기초지역자치 아동담당공무원은 지역사회의 아동보호를 담당하고 있지만 업무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일 체계구조 미비와 기능수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담당공무원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아동학대에 대한 사례판정과 조치에 이르는 전 과정에 있어 지역별 편차도 매우 큰 실정이다.

이런 아동보호 업무의 양적·질적 불균등은 아동복지 전담공무원 및 아동보호체계 상담원의 업무과중문제와 결부돼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상담원 1인당 2만2882명을 맡고 있는 반면 미국은 상담원 1명당 아동 2268명을 맡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서비스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질적 개선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 만들어진 아동학대전담공무원들이 아동학대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경험, 지식을 올리기 위해 충분한 경제적 지원과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며 “특히 문제감별이 어려울 때 지역전문가, 지역협의체, 경찰, 의료기관 종사자, 법조인 등 전문가들과 서로 연계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사건에 1차로 개입해 사례관리를 가장 많이 한다. 하지만 많은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법률자문에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김영미 변호사는 “많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법률자문 필요성을 느끼지만 현실적으로 자문료 지급이나 변호사를 정식직원으로 둘 만한 여건이 안 된다”며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물어볼 수 있지만 즉각적인 자문을 얻는 데 한계가 있어 이에 대한 지원과 대책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동보호 시설확충에서 나아가 질을 높이기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또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인식 개선과 함께 정확한 원인분석을 통한 정책이 나와야한다는 목소리가 모이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동보호 시설확충에서 나아가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또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인식 개선과 함께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한 정책이 나와야한다는 목소리가 모이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시설확충뿐 아니라 서비스 질도 높여야

아동학대사건에서는 가해자 처벌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남겨진 아이들을 보호하는 방법과 어떻게 원가정을 되찾아 줄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아동보호시설 확충에 대한 논의가 계속 되고 있다. 하지만 시설확충뿐 아니라 심리치료, 트라우마, 경제적지원 등 분리 후 남겨진 아이들에 대한 조치도 반드시 뒤따라야한다.

신현영 의원은 “우선 분리보호조치를 할 수 있는 시설 수 확충은 물론 학대 피해아동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질도 높여야한다”며 “24시간 핫라인을 구축해 아동들이 피해로부터 즉각 구제될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인식개선과 정확한 실태조사가 첫걸음

제도와 더불어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즉 신체적처벌뿐 아니라 방임, 방치도 학대행위로 인식해 이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분위기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지난 8일 '자녀징계권'이 폐지됐다. 전문가들은 학대를 '사랑의 매'라는 이름하에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삭제함으로써 '아동학대'의 씨앗을 제거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학대의 종류와 가정환경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인 법으로 모두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정확한 원인분석과 세심한 정책들이 필요하다. 

2016년 발간된 미국의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국가 전략 보고서’는 아동학대로 죽어 간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반성적 검토가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전략의 첫걸음이라고 제안했다. 또 영국 아동안전보장체계 개혁은 ‘빅토리아 클림비’라는 아동의 죽음에 대한 영국사회의 반성으로부터 시작됐다. 2년간 약 6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상조사를 했고 4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기초로 영국의 아동법 개정, 예방중심의 개혁을 이뤄냈다. 

이처럼 여론에 휩쓸린 정책보다 꾸준한 관심을 갖고 정확한 실태조사가 아동학대피해자 양산을 막을 첫 단추임을 기억해야한다. 

신현영 의원은 “이번 양천아동학대사건 관련해 쏟아져 나온 정책들은 원인분석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왜 기존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는지, 어디를 보완해야할지는 정확한 분석을 통해 단계적으로 해결해야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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