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가 오래가지 않는 까닭
약효가 오래가지 않는 까닭
  •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 승인 2013.10.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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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 와서 이렇게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환자 : 왜 이 약은 먹을 때만 효과가 있고 안 먹으면 또 아파요?
약사 : 밥도 먹을 때만 배부르죠?
환자 : 그럼 한 번에 끝장 보는 약은 없어요?
약사 : 있어요.
환자 : 뭔데요?
약사 : 파리약이요. 하하.

하지만 실상 파리약도 약을 뿌린 파리만 죽일 뿐 다른 파리는 죽이지 못한다.

약을 먹을 때만 약효가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많다. 돈 들여 먹은 약이 효과가 사라지니 아쉽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약효가 오래가지 않는 것은 약의 잘못이 아니다. 생물체인 사람이 약을 먹었기 때문이다. 약효가 사라지는 것은 배가 고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생물체에서는 신진대사(新陳代謝)가 끝없이 일어난다. 신진대사란 ‘묵은 것(陳)은 없어지고 새 것(新)이 대신 생기는 일’을 말한다. 분자로 구성된 무생물은 스스로 변하지 않지만 세포로 이뤄진 생물체에서는 신진대사가 끝없이 일어난다. 물론 음식도 소화와 대사과정을 거쳐 영양분이 소모돼 지속적으로 먹어야 한다.

하지만 신진대사라는 관점에서는 이렇게 볼 수도 있다. 음식을 먹을 때 살아있는 세포는 음식에서 영양분을 얻는다. 영양분을 얻은 세포는 배가 부르고 열량이 생겨 기운이 난다. 반대로 새로 생긴 세포는 음식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프고 기운도 없다. 새로운 세포가 기운을 내려면 밥을 또 먹어 영양분을 공급해줘야 한다.

약도 마찬가지 원리다. 약을 먹을 때만 효과가 있다고 불평하지만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는 것은 더 문제다. 증상에 맞지 않는 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이 효과가 있다면 언젠가는 병이 나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단 만성병의 경우 병의 완치가 목적이 아니고 몸을 정상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만성병은 생활습관을 고치면 보다 효과적이다. 약효가 없어지지 않는 약은 유전자에 영향을 줘 자손 대대로 심각한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약은 약효를 내고 몸에서 사라져야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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