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 와서 이렇게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환자 : 왜 이 약은 먹을 때만 효과가 있고 안 먹으면 또 아파요?
약사 : 밥도 먹을 때만 배부르죠?
환자 : 그럼 한 번에 끝장 보는 약은 없어요?
약사 : 있어요.
환자 : 뭔데요?
약사 : 파리약이요. 하하.
하지만 실상 파리약도 약을 뿌린 파리만 죽일 뿐 다른 파리는 죽이지 못한다.
약을 먹을 때만 약효가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많다. 돈 들여 먹은 약이 효과가 사라지니 아쉽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약효가 오래가지 않는 것은 약의 잘못이 아니다. 생물체인 사람이 약을 먹었기 때문이다. 약효가 사라지는 것은 배가 고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생물체에서는 신진대사(新陳代謝)가 끝없이 일어난다. 신진대사란 ‘묵은 것(陳)은 없어지고 새 것(新)이 대신 생기는 일’을 말한다. 분자로 구성된 무생물은 스스로 변하지 않지만 세포로 이뤄진 생물체에서는 신진대사가 끝없이 일어난다. 물론 음식도 소화와 대사과정을 거쳐 영양분이 소모돼 지속적으로 먹어야 한다.
하지만 신진대사라는 관점에서는 이렇게 볼 수도 있다. 음식을 먹을 때 살아있는 세포는 음식에서 영양분을 얻는다. 영양분을 얻은 세포는 배가 부르고 열량이 생겨 기운이 난다. 반대로 새로 생긴 세포는 음식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프고 기운도 없다. 새로운 세포가 기운을 내려면 밥을 또 먹어 영양분을 공급해줘야 한다.
약도 마찬가지 원리다. 약을 먹을 때만 효과가 있다고 불평하지만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는 것은 더 문제다. 증상에 맞지 않는 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이 효과가 있다면 언젠가는 병이 나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단 만성병의 경우 병의 완치가 목적이 아니고 몸을 정상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만성병은 생활습관을 고치면 보다 효과적이다. 약효가 없어지지 않는 약은 유전자에 영향을 줘 자손 대대로 심각한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약은 약효를 내고 몸에서 사라져야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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