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탕약·가루약·환약…다양한 한약제형 속 숨은 의미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탕약·가루약·환약…다양한 한약제형 속 숨은 의미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1.03.1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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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보통 한약은 다양한 형태로 처방, 복용하게 된다. 어떤 경우는 달인 약을 처방하고 어떤 경우는 가루약 혹은 알약으로만 만들어진 환을 처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탕약, 가루약, 알약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약물이 성상을 달리하는 것을 보통제형이라고 한다. 제형은 질병 종류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고 약물 특성에 따라서 독특하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것은 약물의 흡수율, 독성, 부작용을 고려해 결정되기도 한다. 시중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제형의 종류가 있지만 전통적으로 탕제, 산제, 환제에서 출발했다.

이런 구분은 이미 수백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 <탕액본초>에 보면 ‘탕약은 달여서 그릇에 담은 것이다. 중병에 사용한다. 가루약은 흩어지는 것이다. 급한 병에 사용한다. 환약은 완만한 것이다. 서서히 치료하는 것이다(湯者,盪也,去大病用之;散者,散也,去急病用之;丸者,緩也,舒緩而治之)’라고 구분하고 있다.

탕(湯)은 한약 복용에 있어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제형이다. 추출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쌍화탕(雙和湯) 등으로 모두 달여서 복용하는 것이다. 탕은 유효성분의 추출효율도 좋고 약물의 흡수율도 빠르다.

과거에는 직접 집에서 달여서 복용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가정용 약탕기도 있고 한의원에서는 기계로 전탕을 한 후에 파우치에 분포해서 처방한다. 그만큼 활용도가 높고 간편해졌다. 

물로 달인 약중에는 전(煎)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한다. 전(煎)도 달인다는 의미지만 차이라면 끓여서 약간 졸인 것이다. 한약 처방으로는 노인성변비에 사용하는 제천전(濟川煎)이 있다. 이 ‘전’ 자는 기름에 지지거나 튀기다는 의미도 있어서 부침으로 해서 먹는 요리에도 붙는다.

탕을 더 오래 달여서 수분을 날려 미음처럼 만들기도 한다. 이것을 음(飮)이라고 한다. 음제는 탕약을 농축한 것이다. 따라서 소량만 복용하더라도 충분한 유효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감기약으로도 많이 처방하는 삼소음(蔘蘇飮)이 대표적인 처방이다.

수분을 더 날려서 꿀처럼 만들면 고(膏)가 된다. 고제에는 수분이 거의 없다.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경옥고(瓊玉膏)가 대표적인 처방이다. 고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일 동안 약한 불로 중탕을 해서 수분을 제거한다.

하지만 탕이나 음, 고제를 만들어내는 과정의 단점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한두 시간에서 수일 정도의 시간 동안 달여야하기 때문에 응급질환의 경우 처방해서 바로 복용하기가 어렵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한약재를 가루로 내서 바로 복용하는 것이다. 이것을 산제(散劑)라고 한다.

산제의 대표적인 처방은 바로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이다. 곽향정기산은 급만성 장염설사에 사용하는 처방이다. 또 복통, 소화불량 등의 급체에 사용하는 평위산(平胃散)도 가루약으로 처방한다. 약을 달여서 처방해 복용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급성 증상에는 가루를 내서 바로 복용하게 하는 것이다. 

산제는 단순하게 한약재를 가루 내서 만들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추출과 제형기술이 발달해서 한약을 물로 달인 후에 부형제를 넣고 수분을 건조시켜서 과립제로 만들기도 한다.

더욱이 많은 한약이 알약으로도 만들어진다. 한약을 알약으로 만드는 것은 만성질환의 경우 약효를 서서히 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휴대 등이 간편해서 장기간 보관해놓고 복용하게 하기 위함이다. 알약은 바로 처방하기에 매우 효율적이다.

알약의 종류는 정(錠), 환(丸), 원(元), 단(丹)이라는 다양한 이름이 붙는다. 정(錠)은 환을 살짝 눌러서 납작하게 만든 것이다. 알약으로 만들어진 양약을 보통 정제(錠劑, tablet)라고 하는데, 정제는 바로 알약을 의미한다. 한약 처방으로는 자금정(紫金錠)이 대표적이다.

알약의 가장 대표적인 제형은 바로 환(丸)이다. 한약재를 가루내서 둥글게 빚은 것은 모두 환이다. 장염설사에 복용하는 유명한 정로환(正露丸)도 환제이다. 한의사들은 다양한 크기의 환약을 조제하고 있다. 보통 은단대, 녹두대, 오자대(오동나무씨), 앵두대, 탄자대(구슬크기) 크기로 구분한다. 

원(元)은 으뜸이란 의미가 있어서 일반적으로 귀한 약이나 명약에 붙는다. 때문에 금박이 입혀져 있는 것들이 많다.

단(丹)이란 이름은 원(元)보다 약간 큰 환약에 붙기도 한다. 공진단(供辰丹)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단은 원래 붉다는 의미로 주사(朱砂)나 단사(丹沙)를 함유한 환에 붙는 이름이다. 신경안정제로 처방되는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이 대표적이다. 주사나 단사는 수은이 함유돼 있는 붉은 색을 띠는 광물질로 수은을 제거해서 사용되는 약재다. 

한약의 제형 변화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완성됐을 것이다. 어떻게 복용하는 것이 이 환자에게 가장 효과를 보면서 동시에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까하는 고민의 결과일 것이다. 현대의학의 다양한 제형 또한 여기에서 변화, 발전된 것이다. 다양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아 저런 의미가 있구나’ 하고 알고서 활용한다면 효용성이 더 높겠다. 탕약, 가루약, 환약.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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