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유시유종(有始有終)’을 바라며
국회의원의 ‘유시유종(有始有終)’을 바라며
  • 조창연 편집국장
  • 승인 2013.10.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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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부터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시작됐다. 국감이란 행정부의 전횡이나 그릇됨을 감시·견제하기 위해 국회가 말 그대로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보건복지 분야 역시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 정부부처는 물론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 산하조직에 대한 국감이 진행 중이다.

국회는 한해 중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다. 일년 내내 국회의원실에서 몇 통 오지 않던 보도자료의 폭탄을 맞는 것도 이맘때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보도자료가 이메일로 들어온다. 국회의원도 일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유일한 기간이다. 언론사 역시 지금부터 국감이 끝날 때까지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언제 얼마나 파괴력 있는 기사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실에서 정부자료를 받아 분석한 내용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물론 이 일은 국회의원이 직접 하는 경우도 어쩌다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보좌관과 비서관이 한다.) ‘어쩌면 이렇게 세심하게 국민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비판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방대한 자료를 한두 달 만에 거의 완벽하게 분석하고 문제점까지 지적할 수 있다니….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그 다음에 드는 생각은 ‘이렇게 일을 잘 하고 수많은 보도자료를 내는 국회의원들이 왜 평소에는 그렇지 않을까’라는 의문이다.

20일 남짓한 국감기간 중 국회의원들이 지적하는 내용에는 별의별 것이 다 있다. 간혹 이상한 내용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국민을 위해 반드시 고쳐야 할 지적들이다. 이 기간만큼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라거나 ‘머슴’이라는 표현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게다가 정열적이기까지 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평소 국회의원에 대한 생각이 잘못된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국감이 끝난 후다. 온갖 것을 지적하고 나무라는 추상같던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물론 국감 후 개선된 사항이나 수정내용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다. 지적에만 그치는 것이다.

사실 사람이 늘 죽도록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국회의원이나 보좌관, 비서관들도 모두 사람이니 당연히 쉬는 시간도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감기간을 제외하면 국민에게는 주로 쉰다고 느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유시유종(有始有終)이라는 말이 있다. ‘시작도 있고 끝도 있다’는 뜻으로 시작할 때부터 끝을 맺을 때까지 변함이 없음을 의미한다.

논어 ‘자장’편에 나오는 ‘시작과 끝이 있는 사람은 성인뿐’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만큼 시작은 쉬워도 마무리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년 국감 때마다 지적되는 노인복지 문제, 고액소득자의 건강보험료 미납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부디 올해에는 국감에서 자신이 지적했던 것들을 끝까지 살피고 마무리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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