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 등 새로운 용어 제시
뚱뚱하지 않은 사람의 지방간질환 관심 필요성 등
국내 실정에 맞도록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
국내외 간질환 전문가들의 뜨거운 관심 속 13일 막을 올린 국제간학회(The River Week 2021). 실시간 온라인학회로 개최된 이번 학회에서는 지방간, B형간염 등 주요 간질환에 대한 의미있는 연구결과들이 다수 발표됐다.
이 가운데 대한간학회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위원회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 더욱 의미를 더했다. 2013년 첫 제정 이후 8년 만에 맺은 열매로 무엇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우리나라 실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폭넓은 문헌 고찰을 통한 최신 연구결과들이 반영됐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술이 아닌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미 국내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유병률은 약 30%, 발생률은 인구 1000명당 연간 45명으로 적극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심혈관질환,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 다양한 합병증을 불러 조기 진단·치료가 매우 중요하다(심혈관질환 발생위험 1.6배, 제2형 당뇨병 2.2배, 만성콩팥병 1.2배 증가).
새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조기진단·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 등 새 용어 제시
우선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진단개념이 보다 확장됐다. 이는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제시되면서다. 즉 기존에는 다른 간질환(알코올성 지방간, 바이러스간염 등)이 동반된 경우 지방간으로 진단되지 못했는데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질환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시함으로써 지방증과 함께 과체중/비만, 당뇨병, 대사이상이 있는 경우 다른 간질환이 동반됐더라도 지방간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다만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해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용어 개념만 소개됐다.
■뚱뚱하지 않은 사람도 지방간 조심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비만과 연관이 깊지만 비만이 아닌 사람에서도 지방간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새 가이드라인에서는 뚱뚱하지 않은 사람의 지방간질환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비비만체중(非肥滿, non-obese, body mass index: 동양인 25 kg/m2미만, 서양인 30 kg/m2미만)에서의 비알코올 지방간은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볼록하게 나온, 전체적으로 근육량이 적은 마른 체형에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국내 비비만 인구의 약 19%에서는 지방간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돼 경각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뇨병환자 등 선별검사 필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처음으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선별검사가 필요한 고위험군도 제시됐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간효소수치 상승이 있거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 ▲비만, 대사증후군 등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발생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등은 선별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며 이를 위해 복부초음파검사를 일차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간경변증 동반환자, 간암 감시검사 필요
지방간은 간경변, 간암 등 보다 심각한 간질환으로 진행될 위험도 높아 이들에 대한 예방 노력도 필요하다. 새 가이드라인에서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연관 간경변증환자는 간세포암종 발생위험이 높다는 점을 염두, 간초음파검사와 알파태아단백검사를 6개월마다 시행하는 등 정기적인 간암 감시검사가 꼭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생활습관 개선, 동반질환 관리 필수
금연, 금주, 체중감량 등 전반적인 생활습관 개선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됐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수많은 임상연구에도 아직 적극적으로 권고할 만한 효과적인 치료 약제가 출시되지 못한 상태다. 이에 새 가이드라인에서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생활습관 개선 및 동반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간염환자 또는 간섬유화를 보이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자는 특히 주요한 치료 대상이다.
■소아청소년 지방간에 대한 관심도 제고해야
흔히 지방간은 성인이 돼서야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아청소년기에서 지방간 유병률은 11%에 달한다. 무엇보다 어릴 때 발생한 지방간은 향후 성인병 발병위험도 높여 조기에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이에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과체중 및 비만인 소아청소년의 경우 간수치 혈액검사인 ALT로 선별검사를 권고했고 만일 ALT ≥ 26 U/L (남아), ≥ 22 U/L (여아)인 경우 지방간 진단이 가능함을 제시하였다. 추가적으로 복부초음파 검사도 고려할 수 있다.
대한간학회 측은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식습관과 연관이 깊은 데다 소아청소년기 발생하면 향후 다양한 성인병을 부를 수 있다”며 “새 가이드라인을 통해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자를 적극 발굴해 조기에 치료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