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치료 주도자는 ‘환자’…의료진은 든든한 지원군 돼야
고도비만치료 주도자는 ‘환자’…의료진은 든든한 지원군 돼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6.0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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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희대병원 비만대사수술클리닉 전숙(내분비내과)·박대근(외과) 교수
전숙 교수(왼쪽)와 박대근 교수가 최근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면서 다음 치료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2016~2018 일반 건강검진대상자 검진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만율은 3년 새 약 5%, 고도비만율은 무려 약 20%로 증가했다. 

특히 고도비만(체질량지수≥35㎏/㎡)은 단순히 과체중이 문제가 아닌, 뒤따르는 다양한 합병증 때문에 생명이 크게 위협받는다. 여러 진료과가 의기투합하는 이른바 ‘다학제진료’가 필수적인 이유다. 경희대병원 비만대사클리닉 전숙 내분비내과 교수와 박대근 외과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비만율이 계속 증가세입니다. 심지어 고도비만율 증가 폭은 비만율을 앞섰는데요.

전숙 교수(이하 전) : 이미 비만한 사람들이 체중관리가 잘 안 되면서 고도비만으로 악화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활동량 감소 등으로 소아비만이 늘고 이것이 결국 성인비만으로 이어지는 것도 한몫했죠.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활동량이 더 줄면서 아이, 어른할 것 없이 체중이 평균 3~5kg까지 늘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대근 교수(이하 박) : 수면시간이 점점 뒤로 밀리면서 야식섭취가 늘어난 영향도 큰 것 같습니다. 매스컴과 유튜브 등을 통한 ‘먹방’ 열풍도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식욕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죠. 

박대근 교수는 “다학제진료는 고도비만환자가 비만대사수술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 고도비만은 반드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진료에 참여하는 과도 한둘이 아닌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전 : 한마디로 매우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어서입니다. 고도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같은 내과적질환부터 수면무호흡증, 관절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이 뒤따라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여러 진료과가 머리를 맞대 치료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박 : 고도비만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은 비만대사수술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적응증*이 정해져 있어 모든 고도비만환자가 수술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따라서 비만대사수술에 적합한 환자를 잘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때 환자의 동반질환 유무도 고려해야 해서 여러 진료과와의 협업이 꼭 필요합니다.  

*비만대사수술 적응증(2019년부터 건강보험도 적용) 

▲체질량지수(BMI)가 35kg/㎡이상 이거나 ▲체질량지수가 30kg/㎡이상이면서 동반질환(고혈압, 저환기종, 수면무호흡증, 관절질환, 비알콜성지방간, 위식도역류증, 제2형당뇨, 고지혈증, 천식, 심근병증, 관상동맥질환, 다낭성난소증후군, 가뇌종양 등 대사와 관련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 ▲체질량지수가 27.5kg/㎡이상이며 혈당조절이 되지 않는 제2형 당뇨환자

- 기저질환이 있으면 비만대사수술이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기저질환 개선효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전 : 비만대사수술은 고혈압, 당뇨병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도 해결해줄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효과를 입증받았습니다. 실제로 수술 후 체중이 줄면서 당뇨약 가짓수가 줄거나 인슐린 주사를 아예 맞지 않게 된 환자도 있습니다. 숨쉬기 불편해했던 환자 한 분은 그렇게 하고 싶었던 순례길 여행도 거뜬히 하고 왔더군요. 삶의 질이 높아지니 건강관리에 대한 동기부여도 아무래도 더 확실히 되겠지요. 

박 : 심혈관계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은 비만대사수술이 조심스러울 수 있는데요. 이 경우에는 조금 일찍 입원해 컨디션관리를 엄격하게 진행합니다. 수술 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수술 후 체중감소를 통해 심혈관질환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전숙 교수는 “의료진은 지원군 역할을 할 뿐 결국 치료 성공 열쇠를 쥐고 있는 건 환자”라고 말했다.

- 의료진의 협업뿐 아니라 환자와의 호흡도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의료진과 환자는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요?

전 : 사실 고도비만 치료의 주도자는 환자입니다. 의료진은 환자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서포트(지원)해주는 역할이죠. 이때 환자는 원하는 정보만 듣고 자기주장을 내세워선 안 됩니다. 또 비만의 모든 치료는 식이·운동요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본인이 의지를 갖고 생활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수술 후 식사패턴을 조금씩 회복하면 다시 살이 찝니다.   

박 : 비만대사수술 후 보통 6개월 후면 목표 체중에 도달한다고 보는데요. 이 6개월간 잘 관리해 최대한 체중을 낮춰놔야 장기적으로 효과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의료진은 수술부위 관리와 식단조절 등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환자는 이에 발맞춰 치료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여러 병원에서 다학제진료를 시행하고 있는데 경희대병원만의 특장점이 궁금합니다. 

박 : 어느 특정 한 과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기보다 모든 과의 역할이 고루 잘 분배돼 있습니다. 의료진마다 스케줄이 달라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데 저희는 어떤 경우에도 꼭 다학제진료실에 모여 치료방법을 논의합니다. 이때는 환자도 필수로 참석해 의료진과 자유롭게 소통한답니다.      

전 : 물론 어느 한 과가 주도하는 다학제진료도 나름의 장점이 있겠지요. 저희도 다년간 쌓아온 다학제진료 노하우를 발판 삼아 훗날에는 외과를 필두로 좀 더 확장된 다학제진료를 할 생각도 있답니다. 

- 요즘은 워낙 고도비만치료기관이 많아져서 환자들이 혼란스러울 듯합니다. 어떤 곳을 선택해야 하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전 : 재차 강조하지만 고도비만은 매우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는 질병입니다. 따라서 환자의 동반문제를 세심하게 파악해 이를 두루 관리할 수 있는 다학제진료시스템이 갖춰진 곳을 선택해야 합니다. 

박 : 비만대사수술은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에서만 효과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확한 검사와 진단으로 수술적응증을 잘 판별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세요. 또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영양상담과 환자교육 같은 수술 후 관리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지도 살펴보면 좋겠네요.  

TIP. 비만대사수술 이것만은! 

1. 배가 아프거나 수술부위에 열이 나면 바로 병원 방문하기
2. 퇴원 전 교육받은 식사관리법 잘 실천하기 
3. 무난한 걷기운동이라도 절대 무리하지 않기(체력이 많이 드는 근력운동은 수술 후 최소 두세 달 지나서 시작)
4. 본인이 치료과정의 주도자라고 생각하고 생활습관 싹 바꾸기
5. 비만대사수술이 불가능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기(약물치료 등 다른 치료방법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음)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전숙 교수와 외과 박대근 교수.

※ 전숙 교수는?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장으로 당뇨병, 비만, 갑상선질환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수많은 환자의 든든한 서포터(지원군)로서 환자가 치료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잘할 수 있게 한다. 체중관리에 있어 절대 서두르지 말 것을 강조하며 의지가 약한 환자들에게는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실제 성공사례들을 생생하게 얘기해주는 편이다.   

※ 박대근 교수는?

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로 비만대사수술클리닉에서 고도비만수술을 맡고 있다. 그간 쌓아온 수술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양한 케이스의 환자들을 안전하게 수술하고 있으며 수술 전부터 수술 후까지 세심한 관리로 환자가 치료 끈을 놓지 않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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