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갱년기 약 복용…평소 먹는 약부터 점검하라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갱년기 약 복용…평소 먹는 약부터 점검하라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6.1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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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광고에 나오는 ‘훼라민 큐1)’ 있나요?’

“안녕하세요. 갱년기증상을 완화하는 약 말이죠? 있죠. 어머님 드시게요?”

“네, 제 나이가 이제 갱년기 올 때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저녁에 잠도 잘 안 오고 식은땀도 나고 여기저기 아프기도 해서요. 누가 그러는데 훼라민 큐 먹으면 좋아진다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갱년기증상이 있을 때뿐 아니라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나쁠 때 쓰기도 해요. 그나저나 여성 병원은 방문하실 거죠? 갱년기증상은 여성호르몬 농도와 관계 있어요. 참지 마시고 병원 진료를 받으시는 게 좋아요.”

“네. 시간 될 때 병원 가 볼게요. 그래도 그때까진 함 먹어보게요. 훼라민 큐 하나 주세요.”

“알겠습니다. 혹시 다른 약이나 영양제 드시는 건 없으세요?”

“얼마 전에 여기저기 너무 아파서 정형외과 가서 약 받아왔어요.”

“혹시 어떤 약이에요?”

“글쎄요. 진통제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약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그럼 댁에 가시면 약국으로 전화 한 통 주세요.”

‘뚜루루 뚜루루~’. 잠시 후 약국으로 전화 한통이 왔습니다.

“네, 밝은미소 약국입니다.”

“약사님, 정형외과 약이요. ‘록소날, 에페신, 에트라빌, 지소렌’ 이렇게 들어 있네요.”

“아… 그러면 훼라민 큐는 바로 드시면 안 돼요. 정형외과 약을 다 드시고 난 뒤 또는 의사와 상의하셔서 약을 좀 조절하신 뒤 드셔야 합니다.”

“네??”

과거 여성에게만 나타난다고 생각했던 갱년기증후군. 최근에는 남성에게도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성의 경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여성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서 신체적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죠. 갱년기라는 말이 ‘신체적 변화가 생기는更 나이年 시기期’이라는 뜻이니 평소 갖고 있었던 남성성과 여성성이 서서히 줄어드는 시기라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갱년기증후군은 남성보다는 주로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갱년기를 영어로 menopause라고 하는데 생리가 끝나는 시기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기원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학서 ‘황제내경’에 여성은 49세에 천계(天癸)가 마른다 했는데 이는 임신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폐경이 오는 나이라는 뜻입니다.

현대에도 폐경은 평균 약 51세 전후에 나타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람의 생리적 리듬은 크게 바뀌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보다 평균수명은 현저히 늘었기 때문에 폐경 이후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매우 길어졌습니다. 그만큼 여성호르몬 부족상태로 오랫동안 지내야 하는 것이죠.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 안면홍조, 질건조증, 체중증가, 골다공증, 식은땀 등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납니다. 갱년기 증후군은 육체적인 변화뿐 아니라 정신적인 변화도 생겨요.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이 줄어든다고 해요. 이 때문에 사소한 자극에 쉽게 화가 나며 기분이 우울해지고 여기저기 아프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면, 수족저림 등의 증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증상을 갱년기우울증이라고 부릅니다.

만일 육체적·정신적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합성 에스트로겐을 보충하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습니다. 정신적 증상만 나타난다면 항우울제 등을 복용함으로써 증상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경미한 갱년기증후군에는 일반의약품을 사용해도 증상 개선효과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제는 ‘훼라민 큐’처럼 서양승마추출액과 세인트존트워트가 복합된 제품입니다.

서양승마는 블랙코호시라고도 부르며 오랫동안 사용돼온 식물성 여성호르몬 생약제제입니다. 식물성 여성호르몬제는 여성호르몬이 부족할 때 여성호르몬 수용체에 결합해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뿐 아니라 항우울 작용이 있어 우울증, 불안증 등 정신적 증상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세인트존스워트는 학명으로 히페리쿰 페르포라툼이며 염소풀이라고도 불립니다. 세인트존스워트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의 재흡수를 막고 대사를 억제해 농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불안, 무기력, 우울상태를 개선하죠. 이 두 성분의 조합은 특히 갱년기에 나타나는 우울증 개선에 뛰어난 효과를 보입니다.

하지만 복용 시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세인트존스워트가 가진 약물 상호작용입니다. 먼저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신경전달물질에 관여하기 때문에 세로토닌의 농도를 높이는 약물과 같이 사용했을 때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항우울제 계통을 복용할 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죠. 최근 항우울제는 신경정신과뿐 아니라 통증감소나 체중감량 목적으로도 처방되기 때문에 보충제를 복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편두통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위에 훼라민 큐를 구입한 환자의 경우 통증완화 목적으로 처방받은 항우울제와 세인트존스워트의 상호작용이 우려돼 보충제를 복용하지 말 것을 권유한 것입니다.

더욱이 세인트존스워트는 간 대사효소인 ‘CYP450’을 활성화함으로써 다른 약물이 빨리 제거될 수 있게 만듭니다. 항레트로바이러스제, 만성 C형간염치료제, 와파린과 같은 항응고제, 타목시펜과 같은 세포증식억제제, 시클로스포린 같은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라면 세인트존스워트를 절대 복용해선 안 됩니다. 약효 감소로 인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강심제, 기관지확장제, 수면제, 항부정맥약, 항경련제, 경구피임제, 지질저하제, 스테로이드제(부신피질호르몬제) 등과 같이 복용하면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어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세인트존스워트는 광과민성 작용으로 인해 피부 과민증도 나타날 수 있어요. 복용 중에는 자외선차단제 등을 적극 사용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야 합니다.

세인트존스워트는 훼라민 큐(동국제약)와 같은 갱년기질환 보조제뿐 아니라 노이로민(유유제약) 같은 불안, 우울증상 완화제에도 주성분으로 사용됩니다. 매우 효과적인 생약제제이지만 그만큼 주의사항도 많습니다.

갱년기증후군을 극복해보고자 약 복용을 생각중이라면 일단 복용 중인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검토해야 합니다. 현재 다른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의사, 약사와 먼저 꼭 상의해주세요.

※ 참고사항

1) 훼라민 큐(동국제약)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갱년기질환 치료보조제를 대표해서 언급한 것입니다. 본문에 나온 부작용은 세인트존스워트가 들어 있는 모든 제품에 공통적으로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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