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肝)보는 의사 한광협의 청진기] 예방접종과 집단면역
[간(肝)보는 의사 한광협의 청진기] 예방접종과 집단면역
  • 한광협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07.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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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협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한광협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아직도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다행히 해결책인 예방백신이 개발됐다. 예방접종 후 면역이 생기면 감염을 막아주고 병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국가별 예방접종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가장 먼저 국가 예방접종을 실시, 이제 코로나의 공포에서 벗어나 마스크 없이 예전의 일상을 되찾고 있다.

초반의 방역 실패로 선진국의 명성에 손상을 입었던 미국이나 영국도 백신 주권을 갖고서 적극적으로 접종을 실시한 덕분에 이제는 사회적 격리를 완화하는 단계까지 왔다. 우리나라도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이미 1500만명이 예방접종을 맞았다. 가을에 집단면역을 확보하면 예전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고 해외여행도 다시 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어본다.

하지만 예방접종 후 합병증이나 사망사례가 언론에 계속 보도되면서 아직도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이 많다. 필자는 현 근무지가 의료인 우선 접종기회에서 제외돼 65세 이상 접종이 시작될 때 신청해 맞을 수 있었다. 딱히 우려할 만한 부작용은 없었다.

예방접종은 인류가 여러 전염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과학자들의 대단한 업적이다. 원리는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활성이나 독성을 약화시킨 후 소량을 몸에 주입, 우리의 면역체계가 항체를 만들어 병을 이겨내는 힘을 키워주고 기억시킴으로써 병을 예방하게 한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영유아에게 예방접종사업을 지원해 영유아의 전염병 사망률을 현저히 낮췄을 뿐 아니라 장애 없이 건강히 성장하게 했다. 요즘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청소년을 보기 힘든 것도 예방접종의 덕이다.

첫 노벨 생리의학상의 수상자도 백신 개발자이며 이후에도 여러 백신 개발의 공으로 많은 의과학자가 노벨상을 받았다. 이들이 인류에 기여한 바는 매우 크다. 그중 블룸버그 박사는 B형간염 바이러스의 정체를 처음 밝혀냈다. 덕분에 B형간염 예방백신이 1980년대 초에 개발, 전 세계 신생아에 접종을 권장함으로써 간암과 간질환 예방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전 세계 2억5000만 이상이 아직 만성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돼 고통받고 있고 매해 90만명이 B형간염으로 인한 간암과 간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소리 없는 살인 바이러스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간을 파괴해 왔는지 알 수 있다.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 5세 이하 어린이 감염률은 과거 5%에서 1% 미만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에야 국가예방접종의 기회가 본격화되면서 아직 전 세계 15%의 신생아가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아프리카와 같이 의료기반이 취약한 국가이지만 프랑스와 일본은 간혹 발생하는 접종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접종률이 낮은 실정이다.

과거 인류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몸 안의 면역력으로 자신을 지켜 왔지만 이제는 과학의 힘으로 몸에 은밀하게 침투하는 침입자를 백신으로 지켜낼 수 있다. 빌게이츠는 ‘코로나 19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라는 성찰에서 이 지구가 병들었고 우리가 서로 연결돼 있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에서 저자는 “바이러스 시대의 한복판에서 우리의 삶이 서로 연결돼 있듯이 우리의 건강도 연결돼 있다. 나를 지켜 너를 구하는 일, 즉 내가 당신의 백신이 돼주는 일이 바로 면역의 의미다”라고 하며 집단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로 빼앗겼던 우리의 일상을 되돌리는 길은 모두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집단면역을 얻는 길이고 나의 건강은 물론, 가정과 우리 이웃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간(肝)환자들을 오래 진료한 의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느꼈던 것 역시 조기진단과 예방의 중요성이다. 위대한 과학자 덕분에 가능했던 질병 예방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해냈는가. 마스크를 벗고 서로 즐겁게 만나는 그날을 고대하며 2차접종의 날짜를 다시금 확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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