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높은 ‘디지털치료제’… 의료진-환자-연구자 소통 필수
기대감 높은 ‘디지털치료제’… 의료진-환자-연구자 소통 필수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7.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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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전홍진 센터장은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겁지만 디지털치료제 개발 인프라는 매우 약하다”며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로 제도 정립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하루빨리 인프라가 구축돼 전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치료제가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전홍진 센터장은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겁지만 디지털치료제 개발 인프라는 매우 약하다”며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로 제도 정립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하루빨리 인프라가 구축돼 전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치료제가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치료제시장의 성장은 예견된 수순이다. 인구고령화로 예방, 건강인지 및 생활습관 등 특정생체신호 모니터링에 관한 환자들의 관심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할 유망기술 30개를 선정, 여기에 디지털치료제를 포함시켰다. 이에 상급병원에서는 유일무이하게 디지털치료센터를 설립, 디지털치료제 개발과 상용화에 힘을 쏟고 있는 전홍진 디지털치료연구센터장과 만났다.

- 디지털치료연구센터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디지털치료제는 4차산업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개념의 신의료기기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신의료기기는 기존의 의료기기와 달리 혁신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기기를 말한다. 가령 웨어러블, 가상현실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2017년 스마트헬스케어연구소를 밑바탕으로 올해 4월 디지털치료연구센터를 본격 개소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2021년 연구중심병원육성 R&D 지원사업 신규 과제’로 ‘디지털치료기기와 전자약’ 분야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디지털치료연구센터는 5년 내 산학연 융복합 연구를 통해 10개의 상용화된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디지털치료제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약이지만 약이 아닌 것이 디지털치료제이다. 디지털치료제는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로 약물과 같은 치료효과를 낸다. 이때 디지털치료제는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로봇, 챗봇, 웨어러블 등을 이용해 진단·치료에 도움을 주는 의료기기를 총칭한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사회가 도래하면서 기폭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리서치는 2026년 디지털치료제의 시장규모가 96억4000만달러(한화 약 10조883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는 이렇다 할 디지털치료제가 존재치 않는다.

- 디지털치료제 적용 가능한 질환은.

디지털치료제의 가장 큰 장점은 평소 개인이 질병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상급병원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한다. 이 사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 병원을 방문하지만 그 공백이 매우 크다. 이때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디지털치료제’다.

따라서 디지털치료제는 ▲식이, 영양, 수면, 복약 등 행동교정이 중요한 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치매, 알츠하이머, 뇌졸중 등 신약개발이 어려운 중추신경계질환 ▲심리적요인과 행동교정이 중용한 금연, 약물중독, 우울증, 등 정신질환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 디지털치료연구센터는 CJ 4DPLEX와 ‘VR(가상현실)-바이오피드백 모션체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디지털치료제의 강국이 있다면 단연코 미국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디지털치료제로 의료비용 감소효과 논문이 발표된 바가 있다. 또 정부 자체에서 빠른 상용화를 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했다. 하지만 아직 전 세계를 선도할 만한 디지털치료제가 등장하진 않은 상태다. 이에 디지털치료연구센터는 전 세계를 이끌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시발점이 2018년 VR과 모션체어를 결합해 우울·불안·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VR-바이오피드백 시스템’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현재 연구진, 환자들과 계속 의사소통을 하면서 실용성 있는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국내 디지털치료제 개발 시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상용화를 위해 ‘수가’ 제정 역시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디지털치료제 개발은 공학과 의료영역의 결합 산물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환자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막연하게 느낄 뿐이다. 반면 의료진은 공학에 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디지털치료제에 관해 막연한 기대감만 갖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의료현장에 바로 적용하긴 어렵다.

최근 많은 제약사에서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하버드의대 메사추세츠종합병원으로 연수를 간 적 있다. 이곳에서는 성과보다 ‘혁신’에 초점 맞춰져 있다. 이때 혁신의 초점은 환자에게 맞춰져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 센터와 개발업체는 혁신에 초점을 맞춰 주기적인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견해가 달라서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서로를 존중하며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 디지털치료제 개발 활성화를 위해 한 말씀 부탁한다.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겁다. 반면 우리나라의 디지털치료제 개발 인프라는 매우 약하다.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수가’다. 만일 디지털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환자로부터 비용을 받을 수 없는 수가가 제정되지 않는다면 개발업체가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업계가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현재 전자의무기록(EMR)를 비롯해 의료계에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많이 들어와있다. 만일 제도적으로 발판이 이뤄지지 않으면 디지털치료제 개발보다는 수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센터장으로서 연구와 개발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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