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위산분비억제제, 오래 복용하면 장내 감염위험 증가한다고?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위산분비억제제, 오래 복용하면 장내 감염위험 증가한다고?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7.0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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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경기 학술대회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는데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유기현 교수의 멘트가 귀에 딱 들어왔습니다.

위산분비억제제(PPI)를 장기간 복용하면 장내 감염 및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PPI는 위·십이지장 궤양 등 소화성궤양, 식도염이나 위식도역류질환, 헬리코박터 제균요법,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NSAIDs) 복용 후 궤양 예방목적 등에 처방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많은 사람이 복용하고 있는 약입니다.

특히 라니티딘제제 발암물질 혼입 사건 이후 PPI 처방률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2020년 11월 2일 데일리팜 기사에 의하면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처방액이 26%나 급성장했다고 하는데 약국 현장에 있어 보면 그 기세가 체감될 정도로 처방횟수가 늘었답니다.

위장질환이 있는 경우 제법 긴 기간 복용할 때가 많은 PPI. 도대체 어떤 이유로 장내 균 감염을 증가시킨다는 것일까요? 또 이로 인해 나타나는 위험요소는 무엇일까요? 이를 알아보려면 먼저 장내 감염과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장내 감염은 소장과 대장에 세균이 증식하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 장 건강에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소장 세균 과증식(SIBO, small intestinal bacterial over-growth)이 대표적인 경우죠.

소장에는 원래 다양한 세균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 균을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부르며 장 건강을 위한 보충제로 프로바이오틱스의 일종인 유산균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많죠. 프로바이오틱스는 사람이 먹은 음식을 바탕으로 생존하며 그 음식물을 대사해 다시 사람에게 잘 흡수될 수 있도록(소화 촉진) 만듭니다. 이밖에도 위장운동조절, 비타민 생성뿐 아니라 독소배출, 소장점막 보호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소장의 길이는 약 7~7.5m로 매우 길며 표면적은 약 300㎡으로 테니스 코트 정도로 큽니다. 십이지장에 가까운 쪽을 공장(jejunum), 대장에 가까운 쪽을 회장(ileum)이라고 하는데 장내 세균은 공장에 1ml당 104이하 마리지만 회장 말단으로 가면 10만배 많은 109마리로 늘어납니다. 대장에는 회장 말단보다 100~1000배 늘어나 변 1g당 1011~12마리가 있다고 하니 장내 세균은 항문 쪽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죠.

소장에는 적정량 이하의 균이 존재해야 합니다. 만일 어떤 이유로 세균이 너무 많아지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요. 소장 세균 과증식환자는 복부팽만감, 가스, 복부 불편감, 설사, 복통 등을 느끼며 심한 경우 영양 흡수장애 및 독소 흡수 증가로 간경변, 피부질환, 만성 염증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위장관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은 머리가 안개 낀 것처럼 멍한 브레인 포그(brain fog)라 불리는 독특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것 역시 소장 세균 과증식 때문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또 소장 세균 과증식은 과민성 장증후군, 소장 수송능 저하, 염증성장질환, 위식도 역류성 질환 등과 연관돼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소장에서 세균이 과증식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PPI 복용이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강산성인 위산은 입을 통해 들어오는 많은 세균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PPI를 복용하면 위산 분비가 줄어 살균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소장까지 이동한 많은 균은 적절한 음식물과 온도로 인해 쉽게 증식하면서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같은 원인으로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증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은 포자형태로 산에 강한 저항력을 갖고 있습니다. 만일 PPI로 위산농도가 감소하면 더욱 쉽게 소장까지 살아서 이동할 수 있게 되죠.

클로스티리듐 디피실 감염증은 병원내 감염으로 유명한데 입원 환자 중 PPI를 복용하는 환자에게서 감염증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PPI는 소장 정상 세균총에 변화를 일으켜 클로스티리듐 디피실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증은 가막성 대장염이라고도 불립니다. 복통, 설사, 발열, 구토 등의 증상을 수분하며 장 전체에 염증을 일으켜 심하면 천공이나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별다른 증상 없이 2주 안에 자연 치료되는 경우도 많지만 65세 이상 노인에서 증상이 유발되면 10%가 한 달 안에 사망한다는 미질병통제예방센터(CDC) 인용기사도 있을 정도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이 병은 주로 항생제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PPI 복용 역시 중요한 발병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만성적으로 장 환경이 좋지 않은 환자나 항생제, NSAID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환자라면 장내 세균 환경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PPI 복용에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PPI를 장기간 복용하면 골절률이 증가하며 신장손상의 위험도도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장손상의 위험도는 NSAIDs 사용자, 당뇨병환자, 마그네슘 혈중 농도가 부족한 사람일수록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PPI는 치료에 적합한 최소기간과 최소 용량 복용을 권장하고 있어요. 물론 PPI를 복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장내 균감염증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다만 위장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강력한 산분비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라면 위산 분비량이 줄어 입으로 들어온 세균들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해 소장에 불필요한 세균과 대장에 유해균이 증식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만일 위장약을 복용하는 도중 설사나 복부팽만, 복통 증의 증상이 유발된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 주세요. 이때 PPI 복용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절대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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