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한눈에 보는 비데(bidet)의 건강학
[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한눈에 보는 비데(bidet)의 건강학
  •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7.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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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유럽 호텔의 화장실에는 좌변기 옆에 수도꼭지가 설치된 색다른 용기가 있다. 발을 씻는 세면대인지 별도 변기인지 헷갈리는데 실은 ‘여성 음부 세척용 비데’이다. 동남아 화장실에는 변기 옆에 물을 뿜는 손잡이가 달린 짧은 호스가 달려있다. 줄이 짧고 헤드도 작아 샤워기는 아닌 것 같지만 발이나 모래 묻은 신발을 씻는 데 유용하게 쓴다. 그런데 실은 이것도 수동식 비데로 항문이나 여성의 음부를 세척하는 도구이다.

비데는 중세 프랑스 궁중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나무, 주석, 도기로 만들어진 용기에 물을 담아 손으로 씻는 데 사용했다. 1900년대 물을 뿜는 수도꼭지가 달린 비데가 만들어졌고 일본에서는 여성 음부뿐 아니라 용변 후 항문의 세척에 사용할 수 있는 좌변기 일체형 비데가 개발됐다. 일본의 위생도기회사 TOTO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구, 물이 분사되는 항문의 보편적 위치와 가장 쾌적한 온도가 온수 38도, 변좌 36도, 건조 바람 50도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물론 비데는 항문 주변을 깨끗하게 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생적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항문과 회음부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

우선 높은 수압으로 항문을 지나치게 자극하면 항문괄약근이 경직돼 치질이나 변비가 유발될 수 있다. 또 강한 수압이 항문괄약근에 경련을 일으키고 점막과 혈관을 손상시켜 출혈이나 통증이 악화된다. 사용 후 물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곰팡이균이 서식해 진균성피부염이 발생하고 항문 주변 피부의 유분을 감소시켜서 항문 가려움증이 생긴다.

좌변기에 앉는 자세나 항문 구조도 사람마다 달라서 일정하게 고정된 비데의 물줄기를 정확하게 항문 주변으로 뿜는 것도 쉽지 않다. 항문에 부딪힌 물방울이 앞쪽으로 튀면서 항문 주변의 세균이 옮겨지면 질염, 방광염, 요도염의 발생위험이 높아진다.

소변 볼 때마다 수시로 비데를 사용해 질 내부까지 씻는 여성들이 있다. 여성의 질 내부에 상존하는 젖산균은 질의 상태를 약산성으로 유지해 외부로부터 나쁜 세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 따라서 비데로 질이나 요도를 자주 씻으면 질의 산도가 상승하고 젖산균은 줄어 생태계가 변형되고 세균이 침입해 세균성 질염이 발생할 수 있다. 질 내 젖산균 생태계는 한번 파괴되면 정상 상재균으로 다시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질 세척이나 세정은 너무 자주 하지 말아야 한다. 

생활의 편의를 위해 개발되고 발전해온 비데지만 건강하게 사용하려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일단 비데는 하루에 한두 번 정도 대변 보고 난 뒤 올바른 방법으로 항문 입구에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방광과 질 건강을 위해 물줄기가 앞쪽으로 튀지 않도록 자신에게 맞는 자세와 엉덩이 위치를 찾아야 한다. 엉덩이를 너무 앞쪽으로 당기고 상체를 잘못 낮추면 물줄기가 뒤쪽 밖으로 튀어 화장실 벽을 더럽히는 수가 있다. 사용 후 건조기능을 사용할 때도 방향과 바람의 온도, 세기를 적절하게 맞추고 최종 마무리는 휴지를 이용해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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