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은 “알권리” VS 수의계 “시기상조”
반려인은 “알권리” VS 수의계 “시기상조”
  • 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1.07.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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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동물병원 진료기록부 발급’
진료기록부는 소비자의 알권리로 동물병원에서 의무발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수의계는 진료기록부 발급 이전 적절한 수의료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반려동물은 이제 말 그대로 ‘가족’이라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국내 10가구 중 3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른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2020년 기준 638만 호에 이를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하지만 동물병원과 관련된 피해사례가 이어지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동물병원 진료기록부 발급’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동물은 진료기록부 발급 불가능

최근 한 동물병원의 처방 실수로 세상을 떠난 반려견 ‘웅이’의 사건이 알려졌다. 웅이의 보호자는 3년간 수천만원을 들여 병원에서 심장병을 치료했지만 수의사가 약을 과다처방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수의사는 처방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면서도 진료기록부를 발급해주지 않았다.

현행 수의사법 제12조는 ‘수의사는 직접 진료하거나 검안한 동물에 대한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 발급을 요구받았을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즉 보호자요구 시 처방전을 발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단 진료기록부는 현재 의무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진료기록부는 병력, 진료소견, 치료내용 등이 담겨있으며 추후 법적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문서다. 하지만 동물병원과의 의료분쟁 발생 시 반려동물 보호자가 진료기록부를 확인할 수 없다 보니 일방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한국소비자연맹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에 접수된 동물병원 관련 피해사례는 130건으로 이 중 10건은 ‘진료기록 공개거부’에 관한 내용이었다. 5월에는 동물병원에서 진료기록부를 발급하게 하자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진료기록부 공개를 통해 반려동물의 병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오처방, 오진 등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알권리 vs 법적장치 먼저 마련

의료법 제21조는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진료기록부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을 규정, 사람은 필요 시 당연히 진료기록부를 열람할 수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의 진료기록부도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수의사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청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동물병원의 진료기록 발급을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21대 국회 들어 홍성국, 이성만 의원에 이어 세 번째다. 반려동물에 대한 부당한 진료를 막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수의사법에 보호자요청 시 진료기록을 열람하고 사본을 발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수의계는 진료기록부공개 의무화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사람에 대한 의료는 국민건강보험제도 아래 진료체계가 표준화됐지만 동물의료는 그렇지 않다는 것. 즉 같은 증상을 진료해도 진단명과 치료내용 등 동물병원마다 용어가 달라 진료기록이 공개되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주장이다. 또 동물병원마다 진료내용이 모두 똑같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진료기록부를 공개하는 것은 곧 지적재산권 침해가 된다고도 주장한다.

대한수의사회 한 관계자는 “치료에 쓰이는 동물용의약품이 널리 알려질 경우 보호자들이 처방 없이 약을 구매해 자가치료를 함으로써 약물오남용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진료체계 표준화, 수의료의 공공성 인정, 수의료 정보보호 등에 대한 안전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권행동단체 케어 김영환 대표는 “반려동물의 진료기록부를 확인하는 것은 보호자의 당연한 알권리이며 사람이 자신의 진료기록부를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면 반려동물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진료기록부 발급의무화는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권리를 더욱 존중하고 보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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