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연(蓮)을 끊지 않고 먹으면 수명이 늘어난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연(蓮)을 끊지 않고 먹으면 수명이 늘어난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8.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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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연근은 반찬으로 해서 많이 먹는다. 여름철 연잎으로 싸서 만든 연잎밥은 잘 쉬지도 않는다. 연은 뿌리에서 잎까지 버릴 것이 없다. 맛이 좋아서 먹기도 하지만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도 먹는다.

연은 인도와 중국이 원산지로 수련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연은 씨를 많이 맺는다. 따라서 과거부터 연꽃은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고 부인들의 옷 문양으로도 많이 사용됐다. 흙탕물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나는 것은 부처의 고결함을 나타내기 때문에 연꽃 문양은 불교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연(蓮)이라고 부른다. 연잎, 연꽃, 연뿌리, 연씨(연밥) 등이다. 이밖에도 연은 워낙 다양한 이름이 있어서 고서나 한의서에서 찾을 때는 다른 이름으로 검색해야 한다.

먼저 <식료본초>에는 우(藕, 연뿌리)와 연자(蓮子, 연씨)로 나온다. <동의보감>에는 연실(蓮實, 연밥), 우즙(藕汁, 생연근 즙), 하엽(荷葉, 연잎) 등으로 찾아야 한다. 하(荷)는 연의 또 다른 이름이다.

<본초강목>에는 연이 ‘연우(蓮藕)’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구체적으로 열매는 연실(蓮實), 뿌리는 우(藕), 씨눈은 연의(蓮薏), 연꽃은 연화(蓮花) 또는 부용(芙蓉), 씨앗 주머니는 연방(蓮房), 잎은 하엽(荷葉)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연꽃이 부용인 것을 보면 조선시대 구전되는 속요인 부용가(芙蓉歌)는 연꽃을 빗댄 노래임을 알 수 있다.

연은 부위에 따라 다양한 효능이 있다. 먼저 연근이다. <식료본초>에는 ‘연근은 성질이 차다. 중초를 보하는 데 주로 쓰고 정신을 보양하며 기력을 보익하고 온갖 병을 없앤다. 오래 복용하면 몸을 가볍게 하고 추위를 견디며 배고프지 않고 수명을 늘인다’고 했다.

특히 ‘생것으로 먹으면 곽란(장염으로 인한 배탈, 설사) 후 갈증과 번민으로 밥을 먹지 못하는 것을 주로 치료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서도 ‘생연근은 주독(酒毒)과 병후의 갈증을 없앤다. 즙은 게의 독을 풀어준다’고 했다.

<동의보감>에서는 생연근 즙을 특히 우즙(藕汁)이라고 했는데 ‘토혈을 멎게 하고 어혈을 삭힌다’고 했다. 이러한 효능을 근거로 해서 어린 아이들이 코피를 자주 흘리고 쉽게 멈추지 않을 때 연근을 먹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 익힌 연근은 효과가 없다.

<식료본초>에서 말하기를 연근은 쪄서 먹기도 하는데 ‘쪄서 먹으면 오장을 보익하고 하초를 실하게 하며 장위(腸胃)를 튼튼하게 하고 기력을 보한다’고 했다. 신선가에서는 말린 연근을 선식으로 먹으면 배가 고프지 않고 몸이 가벼워서 날 수가 있을 정도로 신묘하다고 했다.

생연근은 성질이 서늘하면서 파혈(破血)하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면 익힌 연근은 성질이 평이하고 따뜻해지면서 보익(補益)하는 효능으로 바뀐다고 볼 수 있다.

연근은 부위별로 다양한 효능이 있다.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 좋은 식재료는 물론, 코피나 식중독 같은 건강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다음은 연씨다. <식료본초>를 보면 ‘연씨는 성질이 차다. 오장의 부족한 기를 보하고 기가 끊어진 것을 치료한다. 가루내어 죽을 쒀 늘 복용한다. 경락을 잘 통하게 한다. 생으로 먹으면 기가 약간 동하니, 쪄서 익혀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또 ‘익혀서 심을 제거한 후에 햇빛에 말려 가루를 만든다. 밀랍과 꿀과 함께 섞어 같은 양으로 환을 만들어 먹는다. 하루에 30환을 먹으면 배고프지 않게 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이 심을 연의(蓮薏) 또는 고의(苦薏)한다고 했는데 제거하지 않고 먹으면 구토를 일으킨다고 했다. 실제로 배아에는 소량의 알칼로이드 독성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연씨는 정신을 좋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많이 먹으면 몸이 좋아진다’고 했다. 복용법으로는 역시 ‘생것으로 쓰면 배가 불러 오르기 때문에 쪄서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익힌 연씨는 스트레스, 화병, 불면증 등에 효과적인 재료다.

<식료본초>에는 연방(蓮房), 즉 자방(子房)과 잎도 모두 어혈을 없앤다고 했다. 이것들을 말려서 차로 마셔도 좋다. 연잎은 특히 여름철 갈증을 제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연잎의 꼭지도 버리지 않는다. 또 <동의보감>에는 연꽃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몸을 가볍게 하며 얼굴을 늙지 않게 한다고 했다. 이때 연꽃을 약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꽃봉오리 상태로 채취해야 한다.

여름철 식중독으로 배탈, 설사가 났을 때 연근즙을 마셔보자. 생연근 맥주컵 1컵 정도, 생강은 연근의 1/2 정도, 여기에 꿀을 소주잔 1잔 정도 넣어서 믹서에 넣고 물을 약간 넣어서 갈아서 마신다. 배탈로 인한 구토, 설사, 갈증, 가슴의 답답함에 도움이 된다. 만일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코피가 자주 난다면 생연근만으로 즙을 내어 일정기간 먹인다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신선한 연씨를 구했다면 땅콩처럼 한 번 쪄서 간식으로 먹어도 좋다. 오래되면 딱딱해지는데 이 경우는 가루 내 죽을 쒀 먹어도 좋다.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여름철 불면증에도 좋은 식재료가 될 것이다.

연은 부위별로 다양한 효능이 있다. 흔하게 먹는 연근조림 외에도 다양한 부위를 요리로 개발해도 좋겠다. 연씨조림, 연씨 견과류볶음, 연잎장아찌 등등. 연은 모든 부위가 요리로 차로, 그리고 약으로도 손색없다. 필자가 만든 사자성어다. ‘연연연년(連蓮延年)’. 연을 끊지 않고 먹으면 수명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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