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 향상 위해선 온 마을의 힘 모아야”
“아동복지 향상 위해선 온 마을의 힘 모아야”
  • 양정원 기자 (7toy@k-health.com)
  • 승인 2021.08.0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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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미연 부산시 동구 선임지역아동센터 대표
  • 조모·모친에 이어 3대까지 이어진 아이사랑
  • 여공의 고단한 삶 기념해 조성한 ‘누나의 길’
  • 도시재생 통해 희망과 빛의 골목으로 재탄생
  • 지역아이들 위한 주거복지환경 개선 시급해
김미연 대표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여러 번 언급하며 아동복지에 있어 마을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미연 대표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여러 번 언급하며 아동복지에 있어 마을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산업화·도시화현상은 가족구조와 역할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핵가족화로 인한 자녀 감소, 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 증가, 한부모가정 및 이혼가정 증가 등 다양한 가정문제를 야기하면서 아동복지에 대한 중앙정부, 지자체의 관심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2021년 4월 기준 부산광역시 동구 인구는 약 8만8000명으로 부산에서 중구(약 4만1000명) 다음으로 인구가 가장 적다. 대학진학, 취업 등의 이유로 청년 유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기반시설은 열악해 인구유입이 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부산시 동구에서 나고 자라 현재 범일동에서 아동복지시설인 선임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미연 대표는 작금의 지역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으로 항상 센터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며 “한 아이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서는 온 마을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 아동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가족 영향이 컸다. 조모께서 1950년 한국전쟁 이전부터 지금의 선임지역아동센터 자리에서 보육원을 운영했다. 당시 피난민들로 인해 보육원에 아이들이 넘쳤다고 들었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60~7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때 이 지역에도 삼화고무(일제 강점기에 출발한 지역의 대표적 신발생산업체)를 중심으로 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아동복지에 대한 개념이 정착되기도 전이었지만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조모에 이어 모친께서 반세기가 넘도록 보육원, 새마을유아원에서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했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처럼 유년시절 보고 배운 게 아동복지라 결국 전공도 직업도 이 일을 택했다. 3월부터 고신대 대학원에서 심리상담학 석사과정에 입학해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이론적 탐구를 시작했다.

- 선임지역아동센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예전에는 동네아이들이 방과 후 무료로 공부를 배우는 ‘공부방’으로 운영됐다. 그러다가 2003년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지역아동센터제도가 도입됐다. 이를 계기로 우리 보육원도 제도권 진입토대가 마련돼 현 체계가 갖춰졌다.

현재 우리 센터는 29명 정원으로 조손가정, 이혼가정 등 다소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이 대다수다. 다행히 주변에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많이 내밀어 센터 운영이 결코 외롭지만은 않다. 아이들이 처음 입소해 제한연령인 18세까지 센터를 떠나지 않는 이유도 그들에 대한 우리의 진심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 더 큰 사명감을 갖고 아동복지 향상에 힘쓰겠다.

- 동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 같은데.

여기에서 태어나 거의 평생을 살다 보니 이 지역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아쉬움도 큰 것 같고. 젊은 세대들은 점차 이 지역을 떠나는 실정인데 낙후된 동네는 발전의 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나마 최근 들어 뜻을 함께하는 이웃들과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부산 동구 마을공동체인 까치발사람들이 힘을 모아 어둡고 깜깜했던 ‘누나의 길’을 밝게 만들었다. 지난해 성탄절을 기념해 개최한 빛축제 모습.
부산 동구 마을공동체인 까치발사람들이 힘을 모아 어둡고 깜깜했던 ‘누나의 길’을 밝게 만들었다. 지난해 성탄절을 기념해 개최한 빛축제 모습.

- 도시재생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우리 센터 바로 앞 ‘누나의 길’은 1960~70년대 이 지역에 넘쳤던 ‘여공(女工)’의 고단한 삶을 기념해 조성된 공간이지만 지역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외면받는 골목이 됐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2011년부터 이끌어오던 ‘까치발사람들’이라는 마을공동체에 제안했다. 외면받고 있는 골목길에 예쁜 조명을 설치해 환한 빛의 골목으로 한번 만들어보자고.

결국 까치발사람들의 노력으로 지난해 성탄절을 기념해 작은 빛축제를 열었다. 주민들과 골목을 찾는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도시재생이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다. 평소 주위에서 소홀하게 여겼던 작은 것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변화를 추구한다면 얼마든지 도시재생에 도전할 수 있다.

김미연 대표는 그동안 주민들에게 다소 외지고 무섭게 여겨졌던 ‘누나의 길’을 밝고 희망찬 빛의 골목으로 변화시키면서 큰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 골목을 더욱 발전시켜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만들면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만들 수 있겠다는 포부가 생겼다고.

요즘 김미연 대표는 ‘누나의 길’과 함께 ‘친구의 거리’ ‘이중섭거리’ 등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골목살리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물론 도시재생사업으로 선정되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 밖에도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낙후된 지역사회에 조금이라도 활기를 불어넣겠다며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 지역에서 어떤 봉사활동을 하고 있나.

2011년 까치발사람들이라는 마을공동체를 결성하면서 봉사와 인연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청년회의소, 동구단미여성회, 동구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 범일자원봉사캠프 등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봉사를 매일 열심히 하고 있다. 봉사는 이제 일상이다. 하다 보면 신명 나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 앞으로 동구 지역이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나.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힘을 모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세 아이의 부모다. 우리 아이들도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다. 다른 바람이 있겠나. 단지 안전하고 즐겁게 뛰놀 수 있는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태어난 곳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하면서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하고. 이를 위해선 주거와 복지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지자체, 지역의 지도자들이 앞장서 아이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고 오래도록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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