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공포…같은 곳에서 서로 다른 ‘아픔’을 공유하다
암의 공포…같은 곳에서 서로 다른 ‘아픔’을 공유하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8.05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이은영 올캔코리아 위원(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
이은영 의원은 “암환자의 심리적 어려움에 관해 지금까지 우리는 외면해 왔다”며 “이에 올캔코리아는 지역보건소와 병원을 연결해 암환자의 심리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은영 위원은 “암환자의 심리적 어려움에 관해 지금까지 우리는 외면해 왔다”며 “이에 올캔코리아는 지역보건소와 병원을 연결해 암환자의 심리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예전처럼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까.”

암환자 대부분이 생각하는 고민 중 하나다. 다행히 의료기술의 발달로 암환자의 장기생존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암환자는 언제 재발할지 노심초사하며 불안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만큼 암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 중 하나다.

특히 암은 치료 시 환자에게 여러 고통을 준다. 항암치료 시 발생하는 ▲탈모 ▲구역·구토 ▲식욕저하 등의 부작용 혹은 암으로 인한 통증 등 무척 다양하다. 하지만 암환자를 더욱 두렵게 만드는 것은 ‘치료비’다. 이에 많은 단체가 암환자를 위해 경제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암환자의 정신적 고통은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다.

상처를 경험해본 이는 안다. 시간이 지나 육체적 고통은 사라질지언정 마음속 고통은 남아있다는 것을. 이번에 만난 그녀는 기나긴 투병 끝에 건강을 되찾아서였을까. 환자들의 고충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녀가 건네는 말 한마디 한마디 속에는 환자에게 건네는 온정이 충분했다.

이은영 올캔코리아 위원(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을 만났다. 그녀는 과거를 술회하며 암환자 지원대책이 육체·경제를 넘어 심리적 지원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암 치료를 넘어 온전한 일상으로 복귀까지의 여정을 들어봤다.

- 암환자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암환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에는 ‘스트레스’가 대표적이다. 스트레스는 ‘유스트레스(eustress)’와 ‘디스트레스(distress)’ 등 두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유스트레스는 체내에 긍정적으로 작용, 질병저항력을 높여준다. 하지만 디스트레스는 질병저항력을 낮춘다. 암환자의 35~44%가 디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이는 항암치료로 신체의 외형과 기능변화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디스트레스는 외형뿐 아니라 치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올캔코리아는 지난해 진행한 ‘암치료환경의 비효율’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디스트레스의 일종인 ‘정서적 충격’이 암환자가 겪는 비효율 중 가장 컸다.

- 과거 백혈병을 진단받았던 만큼 암환자의 심리적 고통에 많이 공감할 것 같다.

맞다. 2004년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 계기로 2007년부터 한국백혈병환우회에서 일하고 있다. 당시를 회상하면 백혈병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스스로 느끼지 못했지만 말수가 굉장히 줄어들었다. 이에 의료진이 1차 항암치료가 끝나 퇴원할 때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보내려고 했다고 들었다.

나뿐 아니라 다른 환자 역시 마찬가지다. 한 사례로 중장년층 환우분이 계셨다. 그분은 3년 후 완치가 됐다. 하지만 완치 후 일상으로 복귀한 뒤 막막해했다. 환우 분은 ‘환자의 치료과정에서 심리상담이 필요하다’라고 토로했다. 암환자 모두가 이런 충격을 받는다. 이에 올캔코리아는 심리전문가를 통해 진단 시 받는 충격과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에 대해 사회적 지원제도 구축에 힘쓰고 있다.

- 올캔코리아는 ‘암환자 심리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암환자의 심리적 어려움에 관해 우리는 외면해 왔다. 이는 ▲심리관리에 대한 문제인식 부족 ▲이중낙인 두려움 ▲암환자 디스트레스에 대한 인식 부족 ▲디스트레스를 다루는 전문 기술 부족 ▲관리프로그램 부재 등이 주요인이다.

이번 정책토론회에서 올캔코리아가 제안했던 암환자 심리지원 정책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지속가능성’과 ‘지역사회’가 핵심이다. 지역보건소와 병원을 연결해 암환자의 심리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다행히 병원 내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활용하면 환자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환자의 심리토로단계에서는 의료진뿐 아니라 간호사, 사회사업부 등의 여러 관계자가 정보를 제공해 지역의료 시스템과 연계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 암환자의 심리적 지원제도가 잘 구축돼 있는 나라가 있는지.

영국이다. 영국에서는 2004년부터 암환자 심리적 어려움의 정도에 따라 1~4단계까지 나눠 심리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4단계로 갈수록 더욱 전문적인 심리적지원이 제공된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의료접근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에 올캔코리아는 정책토론회를 통해 ‘암치료병원·보건소 연계형 암환자 심리지원서비스 모델’을 제안했다. 대략적으로 암환자의 심리적 어려움을 토로, 상담, 치료단계로 나눠 암치료병원과 보건소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 아쉽게도 보건소는 상대적으로 신뢰성이 떨어진다.

보건소는 지역주민 건강을 위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공영역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인케어, 금연지원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올캔코리아는 지역보건소와 연계, 암환자에 대한 심리지원을 지역에서 관리하는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치료는 암병원에서 진행되겠지만 암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보건소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병원과 지역사회를 연계한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이 모델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 아직까지 암환자에 관한 편견이 존재한다.

최종적으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다시 아플 사람이다’라는 편견이나 사회적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암환자의 사회복귀율은 저조하다. 암환자를 고용하기 꺼려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장애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 많이 개선된 만큼 암환자에 관한 인식도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암환자 본인이 가장 크게 불안할 것이다. 실제로 암환자가 사회복귀 시 느끼는 가장 큰 심리적 어려움은 ‘건강유지불안’이다. 이를 방치하면 결국 우울감과 무기력감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것이냐’하는 윤리적 고찰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