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환자도, 지역주민도 믿고 찾는 병원 만들겠습니다”
“산재환자도, 지역주민도 믿고 찾는 병원 만들겠습니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8.06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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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희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장

· 노동복지의 허브로서 산재환자 재활 충실
· 지역사회 거점병원으로서도 최선 다할 것
· 고령화로 재활수요↑…인식 변화 뒷받침돼야

정희 병원장은 재활의학뿐 아니라 보건학 박사도 취득했다. 이는 장기간 인연의 끈을 이어가야 하는 재활의학의 특성상 환자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산재환자는 물론, 재활이 필요한 지역주민 누구든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병원!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이하 대구병원) 하면 이런 평가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정희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장의 각오는 남달랐다. 지난 십수 년간 재활의학과 전문의로서 환자 치료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한 기관장으로서 더 많은 것을 고민하고 실현해내야 하기 때문. 하지만 산재환자를 위한 전문재활치료 기반을 마련하는 등 그간 정희 병원장이 이룩한 성과들은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이하 대구병원)이 제2 도약을 달성하는 데 분명 큰 원동력이 될 것이란 평가다. 새 출발선에 선 정희 병원장을 만났다. 

- 근로복지공단 병원(안산)에 십수 년간 몸 담았어도 기관장으로선 처음인데. 취임 소감은. 

이제 환자는 물론, 300명이 넘는 직원들을 함께 품어야 하니 어깨가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강해져 스스로 마음을 더 바짝 다잡게 됐다. 직원들의 열렬한 환영도 큰 힘이 됐다.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직원들과 힘을 합쳐 모두가 신뢰하는 대구병원을 만들고자 한다. 

대구·경북권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구병원의 수중재활치료실. 기자가 병원을 찾은 날에도 치료사가 한 환자의 수중재활치료를 진행하고 있었다. 

- 근로복지공단 병원은 산재환자들의 희망이다. 대구병원만의 강점이 있다면.       

우리 병원은 2012년 개원해 역사는 가장 짧지만 내부 시설과 치료시스템만큼은 결코 다른 병원에 뒤처지지 않는다. 우선 재활전문병원답게 환자, 보호자가 이용하기에 참 편리한 구조로 설계됐다. 방지턱 없이 모두 평면구조로 돼 있으며 특히 1200평 규모의 2층 공간을 재활전문센터로 구성, 한 층에 치료실을 모두 배치했다. 덕분에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는 번거로움 없이 한 층에서 모든 치료를 받고 의료진과도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다. 수중재활치료실도 강점이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과 우리 병원, 이렇게 두 곳에만 있는데 환자들이 심리적 부담을 덜고 재밌게 치료에 임할 수 있어서 참여율이 아주 높다.  

무엇보다 강점으로 내세우고 싶은 건 다른 병원과 달리 치료 초기 단계부터 직업재활사와 사회복지사 등이 개입해 환자들의 직업복귀를 돕고 있다는 점이다. 즉 미리 정해진 재활치료프로그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마다 다른 직업과 환경, 직무 관련 신체요구도 등을 면밀하게 파악해 이에 맞는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또 직장으로 복귀했을 때 똑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재손상 예방을 위한 상담·지도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대구병원은 환자들이 직업 복귀 시 원활하게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과 유사한 치료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 그간 많은 성과를 남겼는데.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성과를 꼽는다면. 

산재환자들을 위한 직업복귀 프로그램(▲작업능력 평가프로그램 ▲작업능력 강화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근로복지공단에 도입한 것이다. 한마디로 환자들의 직무분석을 통해 작업능력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치료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같은 장애를 가졌어도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직업복귀 성공여부는 달라진다. 일찍이 선진국은 환자의 장애가 직업 복귀 시 어떻게 문제 될지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직업복귀프로그램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 산물을 근로복지공단 병원에 도입할 수 있었다.

현재 직업복귀 프로그램은 작업환경의학과와 협력해 더 확대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 창시자로서 매우 뿌듯하다. 또 만성진폐환자들의 운동기능 향상을 위해 연구·개발한 호흡재활프로그램도 개발했는데 이 또한 수가화돼 환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애착이 가는 성과로 꼽고 싶다. 

대구병원에만 있는 차량 승하차 훈련장.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환자들도 치료사와 보호자의 도움으로 직접 차량 승하차 훈련을 해볼 수 있다. 

- 대구병원은 공단 병원 중 유일하게 제1기 재활의료기관*으로도 지정됐는데.

이로써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환자들이 건강상태에 따라 최대 6개월까지 우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퇴원 후 재활치료를 해야 할 곳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해야 했던 환자들의 울타리가 될 수 있어 참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제도의 중요한 점은 지역사회와의 연계다. 재활환자들은 지역사회 복귀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우리 병원은 지역사회 보건소, 치매센터와 연계해 환자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또 우리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더라도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지역주민이 있다면 병원 직원을 파견해 사회복지사와 함께 방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1기 재활의료기관 : 보건복지부에서는 뇌졸중, 척수손상 등 급성기치료 후 퇴원한 환자들이 회복기에 집중재활을 받을 수 있도록 제1기 재활의료기관을 지정했음. 여기에 선정되려면 집중재활치료가 가능한 인력기준과 장비 등 여러 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함. 

기자가 병원을 찾은 날에도 치료사와 환자들은 재활치료에 여념이 없었다. 치료사들은 동작 하나하나를 지도하면서도 편안한 말동무가 돼주고 있었다.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환자들의 얼굴에 연신 웃음꽃이 피었다.

- 고령화로 재활의 중요성이 더 커졌지만 여전히 재활에 대한 인식은 미미한 것 같다.

무엇보다 재활이 문제가 생겨야만 하는 치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고 예방을 위한 작업현장의 안전교육은 물론,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일상 속 운동들도 결국 재활의 일환이다. 또 재손상 예방을 위해서도 꾸준한 재활은 필수다. 재활이 마지막 관문이 아닌 어떤 문제를 막기 위한 예방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 그래야 고령화시대 늘어나는 재활 수요에도 발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병원을 운영할 계획인가. 

일단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스프링클러(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물을 뿜는 안전장치) 공사를 문제없이 마무리해 보다 안전한 병원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가 다시 심해진 만큼 정부의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원내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무엇보다 우리 병원의 강점인 직업복귀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해 산재환자들의 직업복귀율을 완벽하게 달성할 것이다. 현재 직업복귀율이 70%에 달했는데 나머지 환자들까지 무사히 직업으로 북귀해 10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 3년간의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포부 한 말씀 부탁한다. 

우리 병원은 산재환자들을 위한 보험자병원이자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공병원이다. 모든 근로자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노동복지의 허브’ 역할뿐 아니라 지역 거점병원 역할에도 충실해 소외되는 지역주민이 없도록 하겠다. 아울러 민간병원은 물론 보건소, 복지기관 등과 지속적으로 협력하면서 지역사회에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줄 것이다. 또 산재병원에 대한 편견이 우리 병원을 통해 사라질 수 있도록 직원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산재환자와 지역주민들의 마음에 와닿는 홍보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다.  

※ 정희 병원장은?

정희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장

1987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동대학 의학석사를 취득했으며 하나병원, 용인 효자병원 재활의학과장, 국민체력센터 재활의학과장 등을 역임했다.

또 2007년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재활의학과장으로 부임, 재활전문센터 초대 센터장과 진료부원장을 맡아 근로복지공단 8개 재활전문센터 설립을 주도하며 산재환자를 위한 전문재활치료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산재환자의 직업복귀를 위한 작업능력평가·작업능력강화·개인별 맞춤운동 프로그램을 개발, 직업복귀 프로그램이 근로복지공단 병원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는 초석을 마련했다. 이러한 성과로 2009년 노동부장관상을 받았으며 2015년 근로복지공단 우수의사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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