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외과전문의 응시자 0명…아이의 아픔은 모두의 아픔이다
소아외과전문의 응시자 0명…아이의 아픔은 모두의 아픔이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8.06 14: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서정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장(소아외과 교수)
서정민 교수는 “소아수술은 성인수술과 달라 반드시 소아외과전문의가 필요한데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미래를 맡을 어린이와 청소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정민 교수는 “소아수술은 성인수술과 달라 반드시 소아외과전문의가 필요한데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미래를 맡을 어린이와 청소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교수님 수술은 잘 끝났나요?”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추후 말씀드리겠지만 우선 선천적으로 없던 항문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이상소견은 없지만 질환 특성상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우리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일상생활이 가능할까요?”

“다른 아이들처럼 일상생활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장기간 추적관찰을 해야 합니다. 아이도 힘들어할 거예요. 옆에서 지켜보는 어머니도 쉬운 시간은 아닐 겁니다.”

아이의 수술경과를 묻는 보호자의 낯빛이 어두웠다. 경험상 보호자는 아이 걱정으로 몇 날 며칠 꼬박 밤을 새웠을 것이다. 소아외과전문의들은 이런 모습을 평생 목도한다. 진료과 특성상 대부분의 아이가 수술에 들어가기 때문이랴.

아이가 아프면 온 가족이 근심에 잠긴다. 과거를 생각해보니 나의 부모님 역시 배앓이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때 뜬눈으로 곁을 지켰다. 힘들고 지칠 것이다. 하지만 그는 환자 앞에서 지친 모습을 절대로 내색할 수 없다고 한다. 본인의 힘듦이 새어 나오는 순간 보호자는 무너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소아외과전문의는 환자들에게 최후의 보루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평생을 소아외과전문의로 살아온 그의 눈동자에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가득했다.

그의 연구실 곳곳에는 환아들이 그려준 그림부터 사진이 가득이다. 그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사명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아외과전문의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 더욱이 출산율 감소로 환아가 줄어들면서 기피현상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외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외과 세부분과 전문의 시험응시자를 집계한 결과 소아외과전문의 응시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소아외과 전문의가 되려면 외과 전문의 중에서 세부 분과 전임의를 2년, 세부분과 시험을 치러야 한다. 올해 세부분과 시험에 응시한 의사들은 60명이었는데 유방외과(20명)와 간담췌외과(16명)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롭게 한평생 소아환자를 위해 힘써온 서정민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센터장(소아외과 교수)을 만나 치료여정에 관해 들어봤다.

- 최근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열풍이다. 드라마 속 소아외과전문의는 한 명으로 나오는데 의료현장에서는 어떤지.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현재 국내 소아외과전문의는 약 40여명, 지난해부터 2세대 소아외과전문의들의 퇴직하면서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소아외과전문의는 기피과가 된 지 오래다. 이는 소아외과뿐 아니라 산부인과, 일반외과, 흉부외과 등의 과가 동일한 상황이다. 실제로 소아외과 지원자는 2013년 52명, 2014년 7명, 2015년 6명, 2016년 1명, 2017년 3명, 2018년 2명, 2019년 5명, 2020년 6명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 소아외과전문의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소아수술은 성인수술과 달라 반드시 소아외과전문의가 필요하다. 이유는 해부학적으로 접근했을 때 성인과 소아의 생리학적 기전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인은 퇴행성, 암 등 후천적 원인으로 인한 수술이 많다. 하지만 소아의 경우 선천적질환이 많다. 가령 ▲식도폐쇄 ▲항문폐쇄 ▲선천성 장무공증 ▲복벽기형 ▲선천성 거대결장 ▲선천성 담도폐쇄 ▲총담관 낭종 ▲새열기형 등이 대표질환이다.

또 소아외과전문의가 수술을 집도했을 때 생존율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겠다. 연구는 2002년부터 2017년까지 16년 동안 급성복증으로 신생아중환자실(NICU)에 입원한 환아 634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2.5kg 이하 미숙아 급성복증수술을 보면 30일 내 사망률이 일반외과는 11.4%, 소아외과는 8.8%를 기록했다. 180일 이내 사망률을 봐도 일반외과가 26.5%, 소아외과는 23.4%로 차이를 보였다. 이는 소아 환자의 체중이 적을수록 더욱 큰 차이를 보였다. 또 1.5kg 이하 소아를 대상으로 하자 30일 이내 사망률이 일반외과는 16.9%, 소아외과는 10.9%를 보였다. 180일 이내 사망률도 마찬가지로 일반외과가 37%, 소아외과전문의가 집도한 경우 28.1%에 불과했다. 대다수 지표에서 소아외과 전문의가 유의하게 좋은 예후를 보인 것이다.

 

소아외과전문의 응시자 0명

미래를 맡을 어린이와 청소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 소아외과가 기피과가 된 이유는 무엇인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처우’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소아외과전문의들은 사명감을 갖고 생활한다. 아무래도 과 특성상 한 번 진료를 본 아이와 일평생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보상이 따라주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소아외과전문의들이 계속 수술실에 남기 위해서는 수가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수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아외과 수술 및 처치 수가가 원가보다 훨씬 낮게 책정돼 있어 정원도 적고 뽑을 수도 없다. 물론 신생아중환자실(NICU) 수가 인정 등 과거와 비교해 소아외과전문의 처우가 나아졌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냉정히 얘기하면 소아외과전문의들이 어렵게 수술해서 환아를 살려도 병원 수익에는 도움이 안 되는 구조다. 결국 후배 의료인들에게 소아외과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 사태의 심각성에 관해 여러 번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다행히 대형병원의 경우 소아외과전문의가 존재하지만 많은 중견급 대학 및 종합병원에서는 저수가 및 고난도수술로 소아외과전문의가 전무하다. 특히 지방의 경우 소아외과전문의가 매우 드물다. 이런 이유로 서울에 소아수술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소아외과전문의는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강도를 보인다. 이는 소아외과뿐 아니라 소아이식, 소아마취, 간호사 인력도 해당된다. 현재 5세 이하 소아환자를 소아외과전문의가 수술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명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소아외과전문의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5개년 및 10개년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어린이병원에 대한 국가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어린이병원은 전국에 몇 군데 없다. 어린이는 국가의 미래라고 하는데 참 모순적인 상황이다. 소아외상체계가 제대로 확립되기 위해서는 권역별로 어린이병원이 설립돼야 한다.

- 소아외과전문의로 한평생 살아왔다. 지치진 않는지.

지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나뿐 아니라 소아진료를 보는 의료진 모두가 힘듦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만두지 않는 것은 우리 역시 부모이기 때문이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NICU에 있으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것이다. 퇴원 시 방긋 웃는 아이의 모습에 우리는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이래선 안 된다. 이런 감동과 사명감에 후배 의료진이 소아외과전문의를 지원하고 있지만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다. 미래를 맡을 어린이와 청소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