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치료, 파킨슨병과의 긴 싸움 속 큰 힘 됩니다”
“한방치료, 파킨슨병과의 긴 싸움 속 큰 힘 됩니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8.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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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철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교수

· 한방치료 병행 시, 다양한 증상 개선 가능
· 다약제 복용 부담 없어 노년기 삶의 질↑
· 운동, 초기부터 해야 병 진행 억제효과↑ 

진철 교수는 “파킨슨병은 의료진과 가족들의 응원 속에서 꾸준히 치료·관리하면 분명 병이 더 진행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며 치료의 끈을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진철 교수는 “파킨슨병은 의료진과 가족들의 응원 속에서 꾸준히 치료·관리하면 분명 병이 더 진행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며 치료의 끈을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최근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선 채송화가 어머니의 파킨슨병을 알고 마음 아파하는 장면이 나왔다. 물론 전문가로서 그 병에 대해 잘 알아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파킨슨병은 이렇게 가족이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나눠야 극복할 수 있는 병이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 치매처럼 완치가 어렵다. 그래도 이 병 역시 일찍 치료를 시작하면 진행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최근에는 파킨슨병의 한방치료효과가 여럿 보고되면서 기존의 약물치료와 병행하는 등 환자별로 다양한 치료방법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진철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파킨슨병 하면 ‘둔해지고 떨린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왜 그런가.

파킨슨병은 몸의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도파민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도파민은 우리가 움직이고 싶을 때 움직이게 해주고 더 잘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파킨슨병환자들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특정 신경세포들이 파괴돼 도파민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단추를 채우는 데도 전보다 오래 걸리고 걸을 때도 한쪽 다리가 끌리거나 고개가 숙여지면서 종종걸음으로 걷게 된다. 특히 떨림은 가만히 쉬고 있을 때 나타난다. TV를 보고 있을 때나 걸을 때 등 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때 떨림이 나타나기 때문에 심하지 않으면 환자조차 인지하기 어렵다.

* 이 증상 나타난다면 파킨슨병 전문의에게로! 

- 쉬고 있을 때 한쪽 손이나 발 또는 턱이 떨리는 경우
- 걸을 때 한쪽 팔이 흔들리지 않거나 한쪽 다리가 끌리는 느낌이 있는 경우 
- 자꾸 몸이 앞으로 숙여지면서 종종걸음이 걸어지는 경우
- 옷을 입고 단추를 채우는 데 전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
-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발음이 웅얼거리듯 들리는 경우
- 걸음이나 행동이 전보다 느려지거나 소파에 깊숙이 앉으면 일어나기 힘든 경우 

- 최근 들어 파킨슨병의 한방치료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정말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으면 기본적으로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할 수 있는 약물(레보도파)을 복용한다. 약물을 복용하면 거짓말처럼 좋아지는데 약 효과가 잘 듣는 일명 허니문기간(2~3년 정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져 떨림, 경직 등의 증상이 다시 나타난다. 약물복용기간이 길어질수록 소화장애, 변비 같은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으며 우울감, 수면장애 등도 나타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이때 도움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이 침과 한약 등의 한방치료다. 먼저 침은 가장 부담 없이 파킨슨병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준다. 침이라는 자극 자체가 도파민 관련 세포가 줄어드는 것을 막아주고 운동을 담당하는 뇌의 기저핵 신경들의 연결을 더 좋게 해준다고 보고됐다. 더불어 환자들이 떨림, 경직 등의 증상만큼 힘들어하는 변비, 소화장애, 우울감, 수면장애 등을 완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한약은 환자의 특정 증상에 맞는 적절한 약재를 선택해 기존 약물과 병용해 복용해볼 수 있다. 가령 육군자탕이라는 약재는 파킨슨병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소화장애를 개선하는 데 아주 탁월하다. 많은 환자가 한방치료를 시작하면 무조건 한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한약은 체질 등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해야 해서 특정 증상이 심한 환자에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적절한 약재가 있다면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 후 복용을 결정하게 된다. 

- 한방치료가 파킨슨병환자들에게 특히 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 

어느 한 증상이 아닌 몸 전체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동시다발적으로 개선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파킨슨병환자는 고령층이 대부분이다 보니 다약제 복용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한방치료는 증상 개선뿐 아니라 전체적인 컨디션을 끌어올려주고 기존에 복용하던 약이 몸에 잘 흡수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약 복용량이나 가짓수를 늘리지 않아도 최대한 불편감 없이 증상을 완화할 수 있으며 이는 노년기 활력을 불어넣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 최근에는 파킨슨병 관리에서 장 건강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는데. 

최근 의학계에서는 장내 미생물과 질병에 대한 연구가 굉장히 활발하다. 파킨슨병도 그중 하나다. 둘 간의 연관성은 알파시누클레인이란 단백질로 설명된다. 이 단백질은 뇌와 장에 모두 존재하는데 염증반응이 일어나면 변형되면서 주변에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장에서 변형된 알파시누클레인이 뇌까지 연결되는 미주신경을 타고 뇌의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까지 변형시킨다는 것이다. 주변에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알파시누클레인의 특성상 변형된 단백질은 중뇌 흑질에까지 영향을 줘 파킨슨병 증상들이 나타난다. 

일단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기 때문에 사람에서도 정말 그러한지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 우리 과에서는 경희대학교와 협력해 침치료를 받는 파킨슨병환자를 대상으로 침 자극이 장내미생물에 어떤 변화를 유도하는지에 대한 임상연구를 준비 중이다. 

진철 교수는 “한방치료는 파킨슨병 치료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개선해 몸 전체의 컨디션을 끌어올려준다”며 “많은 파킨슨병환자가 이 점을 알고 부담 없이 한방의료기관을 방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파킨슨병환자에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부분은.

백 번 얘기해도 부족하지 않은 ‘운동’이다. 사실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떨림이나 경직 등의 증상이 금세 사라져 운동을 소홀히 하기 쉽다. 하지만 운동은 파킨슨병 진단 초기부터 시작해야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초기부터 열심히 운동하면 운동예비능력이 뇌에 쌓여 설령 병이 진행되더라도 크게 불편한 증상들이 나타나지 않는다고도 보고된 바 있다.   

- 그렇다면 파킨슨병환자들은 어떤 운동을 해야 하나.

힘들고 어려운 운동보다는 바로 실천해볼 수 있는 걷기를 가장 추천한다. 단 걷기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행자세다. 보통 파킨슨병환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종종걸음으로 걷는데 운동할 때는 물론, 평소 걸을 때도 의식적으로 허리와 등을 펴고 시선은 멀리 보고 걸어야 한다. 또 발뒤꿈치가 땅에 먼저 닿을 수 있도록 보폭을 크게 해서 걸어야 한다. 팔도 의식적으로 흔들어주는 것이 좋다. 

- 가족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들었다. 

파킨슨병환자들은 소위 정신은 멀쩡한데 내 맘대로 몸이 안 따라주는 것에 많이 힘들어한다. 이런 부분을 가족들이 공감하고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고 독려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걷기운동도 산책하듯 함께 하는 것이 좋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복지관이나 노인정에 가서 또래와 어울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파킨슨병은 완전히 낫는 병은 아니지만 계속 노력해서 관리하면 분명 더 나빠지지 않게 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파킨슨병환자 가족들이 집에서 바로 실천해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파킨슨병환자들은 낙상위험이 크기 때문에 집안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좋다. 좁은 공간이 없도록 가구 배치를 조정하고 너무 깊숙이 들어가거나 낮은 의자는 바꿔야 한다. 무게중심이 뒤로 처져 있어서 한 번 앉으면 쉽게 못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는 미끄럼방지 타일을 깔고 항상 물기가 없게 유지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시각적인 자극이다. 파킨슨병환자들은 평지에서 안 떨어지는 발도 계단을 보면 옆에라도 붙잡고 올라가게 된다. 즉 부족한 도파민 대신 굴곡이 있는 계단이 시각적인 자극을 일으켜 몸을 움직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특히 보행장애가 심한 환자들은 집안 바닥에 초록색 테이프를 붙여놓고 그것을 보고 걷게 하면 움직임 개선은 물론, 운동효과도 얻을 수 있다. 

- 한방치료를 여전히 낯설어하고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다.

무조건 비싼 한약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방치료는 아예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 앞서도 말했듯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파킨슨병 치료 또한 기본적인 치료는 침이다. 설령 한약을 복용하더라도 기존 약을 끊는 것이 아니라 같이 복용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침 치료는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으면 산정특례제도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10%밖에 되지 않는다. 만일 약물치료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거나 약을 복용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 소화장애, 변비, 우울감 등으로 몸과 마음이 더 힘들다면 부담 없이 한방병원을 방문해 가볍게 침 치료부터 시작해보길 바란다. 

※ 진철 교수는?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교수로 파킨슨병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한방치료를 권하기보단 환자가 기존 약물치료 후 가장 불편한 증상이 무엇인지 판단한 후 이에 맞는 한방치료를 선택해 약물치료와 최대한 병행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또 파킨슨병환자는 우울감이 큰 만큼 마음을 보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의료진뿐 아니라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 가정에서 파킨슨병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진료 시마다 보호자와 깊이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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