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후성심근증, 흉강경 이용한 심근절제술로 환자부담↓
비후성심근증, 흉강경 이용한 심근절제술로 환자부담↓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9.0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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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후성심근증은 좌심실 벽 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져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혈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아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비후성심근증은 좌심실 벽 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져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혈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아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심장이 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흉부외과의사가 아니면 살면서 리드미컬하게 뛰어 숨 쉬는 심장을 보는 것은 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성인 남성 주먹만 한 붉은 덩어리가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태어난 이래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는 심장. 잔잔한 울림으로 우리의 생명을 연장시켜준다. 따라서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 환자는 크나큰 고통과 심적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심장은 가슴중앙선에서 왼쪽 첫 젖꼭지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2개의 심방과 2개의 심실로 구성돼 있다. 이때 심실이 수축해 혈액을 뿜어낼 때 역류되지 않도록 4개의 판막으로 구성돼 있다.

심장질환은 심장 구조물이나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부정맥 ▲선천성 ▲판막질환 ▲심부전증 ▲심낭질환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심장근육이 두꺼워져 발병하는 질환도 있다. 바로 ‘비후성심근증’이다. 많은 사람이 심장근육이 많으면 힘이 더 생겨 혈액순환에 좋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듯이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

■비후성심근증, 두꺼워진 심장근육이 원인

비후성심근증은 심장에 피가 뿜어져 나가는 출구, 즉 좌심실 벽 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져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혈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아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인구 5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후성심근증의 정확한 발병원인은 밝혀진 바 없지만 ‘유전적요인’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가족 중 2인 이상이 비후성심근증을 진단받으면 이 질환에 대해 검사받는 것이 좋다. 비후성심근증은 심장초음파, 심전도, 흉부방사선, 심장MRI 등을 통해 진단 가능하다.

비후성심근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흉통과 호흡곤란, 현기증, 부정맥 등이다. 하지만 초기증상이 가볍기 때문에 잘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문제는 비후성심근증환자 중 약 3%가 매년 돌연사하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계단을 오르거나 빠른 속도로 이동할 때 숨이 차고 흉통이 느껴진다면 비후성심근증을 의심해야 한다.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홍준화 교수는 “비후성심근증은 좌심실 벽이 두꺼워져 좌심실에서 대동맥 쪽으로 혈액이 나가는 유출로의 협착을 일으키는 심장질환”이라며 “비후성심근증을 방치할 경우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호흡곤란, 흉통 등이 느껴진다면 검진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흉강경 심근절제술은 좌심실 깊은 곳에 위치한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흉강경 심근절제술은 좌심실 깊은 곳에 위치한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심근절제술 어려운 환자, 흉강경 심근절제술로 완치 가능

비후성심근증은 돌연사로 이어질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다. 하지만 비후성심근증은 약물과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비후성심근증 치료 가이드라인은 약물치료가 1차 치료로 명시돼 있다. 주된 치료제로는 ▲베타차단제 ▲칼슘통로 차단제 ▲항부정맥제 등이 사용된다. 이 약제들은 좌심실 유출로 협착을 완화해 증상을 호전시킨다. 하지만 약이 들지 않을 경우에는 ‘심근절제술’을 고려해야 한다. 심근절제술은 환자의 가슴을 열어 대동맥을 절개한 후 혈관을 막고 있는 비대해진 근육의 일부를 떼어내 막혀있던 혈관의 통로를 넓혀주는 고난이도 수술이다.

문제는 복잡한 해부학적 형태를 가진 환자는 심근절제술을 시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원래 심근절제술 자체가 고난이도 수술인 것도 한몫하지만 복잡한 해부학적 형태를 가진 환자들은 대동맥과 심장의 끝 부분인 심첨부 절개가 더해지는데 비대해진 심장근육으로 육안으로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집도의와 환자에게 부담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홍준화 교수가 고난이도의 심근절제술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흉강경 심근절제술’을 개발해 비후성심근증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됐다.

흉강경 심근절제술은 비디오 모니터와 연결된 흉강경을 통해 시행되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좌심실 깊은 곳까지 확인 가능하다. 즉 수술시간 감축과 수술 후 빠른 회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수술법이다.

실제로 홍준화 교수가 중앙대병원에서 심근절제술을 받은 비후성심근증환자 중 일반적인 대동맥절개심근절제술을 받은 환자군과 복잡한 해부학적 형태로 인해 흉강경을 활용한 심근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수술 전후 및 초음파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수술법은 SCI급 저널인 국제심장외과저널 최신호에 게재될 만큼 그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홍준화 교수는 “모든 비후성심근증환자가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수술이 필요한 비후성심근증환자 중 일부는 수술난이도가 높아 기존의 수술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에 새롭게 개발한 흉강경 심근절제술은 복잡한 수술을 비교적 간단히 시행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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