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에 더해진 첨단기술…진단 정확성↑·불필요한 검사↓
의료에 더해진 첨단기술…진단 정확성↑·불필요한 검사↓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9.0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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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질병의 진단, 치료, 관리 등 환자를 더 잘 치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질병의 진단, 치료, 관리 등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을 준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얼마 전 전자제품의 멋진 외형에 속아 충동구매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제품을 사용하려 하니 실용성이 없어 계륵(鷄肋)이 돼버렸다. 결국 그 제품은 00마켓의 중고제품으로 올라간 웃지 못할 촌극으로 마무리됐다. 다들 이런 경험을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이는 결국 내부 기술, 즉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소프트웨어는 전자제품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기기에도 포함된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는 2013년 출시된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WFO)’가 대표적인 예이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출시 당시 AI의사로 주목을 받아 각 상급병원에서 도입을 서둘렀다. 하지만 서양에 치중된 자료, 불편한 조작 등 소프트웨어의 부실을 이유로 대부분의 병원이 계약을 해지한 상태다. 하지만 왓슨을 기점으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계속 개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형 인공지능 의료기기 ‘닥터앤서’를 개발 중이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활성화 위해 전 세계 노력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2011년 설립된 국제의료기기 규제기관 포럼에서 정의됐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하나 이상의 의료목적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로 정의하며 하드웨어가 동반되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독립형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활용 폭은 매우 크다. 물론 아직까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자체가 의사를 대체할 수 없지만 최신기술을 기반으로 질병의 진단, 치료, 관리 등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을 준다. 실제로 미국에서 개발된 CardioFluXTM의 경우 클라우드 이미징 소프트웨어를 사용, 심장CT, 혈관조영술, 심장카테터 삽입과 같이 방사선, 약물 등을 필요로 하는 다른 심장 이미징솔루션과 달리 비침습적 장치를 제공해 부적절한 검사를 없앴다. 또 환자 한 명당 분석시간이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에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질병을 예측,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줘 환자들에게 낮은 비용으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활성화 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는 현존하는 의료기기와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임상적 평가, 효능성, 효과성 등 제도·규제 측면에서 뒷받침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미국 FDA는 과거 규제·인증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는 ‘Pre-Cert’제도를 정립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추세에 맞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혁신의료기기로 제정, 신사업 미래 혁신성장 주도를 위한 3대 추진전략에 포함시켰다. 이에 정부는 임상승인, 허가심사, 생산시설·품질관리 기준, 유통·판매관리 체계를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특성에 맞게 개편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육성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의료기기를 관리·심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먼저 맞춤형 허가·심사제도를 도입했다. 이때 임상시험 합리화를 위해 의무기록 등 데이터 이용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임상시험은 식약처 승인대상에서 제외하고 의원급 의료기관도 임상시험 참여를 허용했다. 또 품질관리 규제 합리화를 위해 제조시설 등 장소적 기준 적용을 제외했다. 이밖에도 과학기술통신부·보건복지부·식약처 등 전주기 단계의 부처협력을 구축했다. 아울러 혁신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급여 등재 절차를 개선해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의료기관에 보급, 실증 및 사용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양희영 실장은 “세계적으로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디지털헬스 의료기기 산업발전을 위한 적절한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디지털기술과 함께 질병의 진단, 치료, 임상의사 결정과정에서 환자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품목별 임상시험승인 현황(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품목별 임상시험승인 현황(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국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임상시험 가파르게 증가

지난 40여년 동안 의료기기 안팎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의 양은 크게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폰, 무선통신, 센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최신 의료기술의 발전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가속화를 앞당겼다. 우리나라 역시 많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개발 중에 있으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내장형’과 ‘독립형’으로 구분했다.

‘내장형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특정 장비나 장치에 내장돼 해당 의료기기를 작동시킬 목적으로 사용되며 엑스선발생장치, 초음파영상진단장치 등이 해당된다. 반면 ‘독립형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컴퓨터(PC), 태블릿 PC, 모바일폰 등 장비나 장치에 설치해 사용하는 것으로 의료영상전송처리장치, 뇌영상검출진단보조소프트웨어, 모바일 심전계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히 적용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진단보조’ 분야다.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인공지능기술을 적용,기도모양을 자동으로 추출·분석해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보조하는 장치나 자기공명영상(MRI)에서 뇌 손상 부위의 이상 징후를 파악해 파킨슨병 진단을 보조하는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치료분야에서는 어린이 근시환자의 안구운동을 도와 근시를 치료하거나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장애가 있는 환자가 가상현실기기를 착용해 시지각 인지능력을 확대하는 제품 등이 있다.

이밖에도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효과성 확인을 위한 임상시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가 승인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임상시험 건수는 2018년 6건에서 지난해 21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임상시험 품목도 2018년 2건에 그쳤던 것이 지난해는 7품목으로 확대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임상시험은 기존에 축적한 진료와 진단기록 등 환자 데이터를 이용한 우향적 임상연구 방법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며 “최근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치료중심에서 예방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효과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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