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가족력 있어도 유전자검사 신중하게 선택해야”
“유방암 가족력 있어도 유전자검사 신중하게 선택해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9.0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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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수민 경희대병원 유방외과 교수

· BRCA유전자 주원인 유전성유방암…BRCA1/2변이로 발생
· 유전자검사로 대비할 수 있어도 검사대상인지 확인이 먼저
· 정기검진, 약물치료 등으로 예방…절제술은 신중하게 결정

채수민 교수는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유전성유방암인 건 아니다”라며 “유전자검사는 본인이 유전성유방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지 먼저 확인한 후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암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유방과 난소를 절제한(예방적 유방·난소절제술) 안젤리나 졸리. 유방암과 난소암 가족력이 있던 그녀는 본인 역시 유전자검사를 통해 BRCA1유전자변이가 있음을 확인, 예방 차원에서 수술을 받은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 사례로 용기 내는 여성들도 많아졌지만 예방적 유방·난소절제술은 사실 용기만 갖고 받을 수 있는 수술은 아니다. 채수민 경희대병원 유방외과 교수를 만나 더욱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안젤리나 졸리 사례와 함께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유전성유방암이다. 정확히 어떤 암인가.  

특정유전자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유방암을 말한다. 유방암 발생위험을 높이는 유전자는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BRCA1/2가 주 원인유전자로 꼽힌다. BRCA1/2유전자변이가 있는 여성은 평생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70~80%에 달한다고 보고됐다. 그런데 하필 BRCA1/2가 변이되면 유방암뿐 아니라 다른 암의 발생위험까지 높아진다. 난소암, 전립선암, 췌장암 등이 대표적인데 특히 난소암의 발생위험은 30~40%에 달한다. 드물긴 하지만 BRCA1/2유전자변이가 있는 여성은 여러 종류의 암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 유방암은 종류별로 증상도 예후도 다르다고 들었다. 유전성유방암은 어떠한가. 

유전성유방암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견되는 편이다. 하지만 양쪽 유방에 암이 모두 발생하는 양측성유방암이거나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삼중음성유방암일 위험이 높다고 알려졌다. 예후는 연구결과가 좀 더 쌓여야 명확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BRCA1유전자변이에 해당하면 예후가 나쁘다는 보고도 있고 BRCA2유전자변이에 해당하면 일반 유방암과 생존율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보고도 있다. 현시점에서 명확하게 좋다, 나쁘다를 단정하긴 어렵다. 

- 유방암 가족력이 있으면 BRCA유전자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유전자검사가 권고되는 건 맞지만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유전성유방암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둬야 한다. 가족은 동일한 환경과 생활습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한 가정 내에 여러 명의 유방암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가족성유방암으로 봐야 하며 위에 언급한 유전성유방암의 특징도 나타나지 않는다. 

- 그렇다면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 중에서도 어떤 경우에 BRCA유전자검사를 받아야 하나.

우선 BRCA1/2유전자변이에 해당한다고 밝혀진 환자의 가족은 당연히 검사대상이 된다. 또 ▲본인을 포함해 유방암 가족력이 3명 이상인 경우 ▲본인을 포함해 유방암 가족력이 2명인데 적어도 1명이 50세 이하에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다.

유방암 또는 난소암의 가족력이 없어도 ▲본인이 유방암이면서 상피성난소암·나팔관암·원발성복막암을 동시에 진단받거나 ▲양측성유방암인 경우 ▲본인이 만 40세 이전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경우 ▲만 60세 이전에 삼중음성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 ▲본인이 남성 유방암인 경우 ▲본인이 유방암이며 3등친 이내 친족 한 명 이상이 췌장암 또는 전립선암(Gleason score 7 이상)을 진단받은 경우에도 검사대상이 된다. 

채수민 교수는 “절대 일방적으로 치료방법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특히 예방적 유방·난소절제술은 여성으로서의 삶의 계획과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을 고려해 환자에게 가장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 유전자검사를 통해 BRCA유전자변이가 확인되면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유전자변이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철저한 정기검진과 예방치료로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생위험을 낮추는 데 목표를 둔다. 

가장 기본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은 정기검진이다. 특히 BRCA1/2유전자변이가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일찍 정기검진에 나서야 한다. 18세부터 매달 자가검진을 시행하고 25세부터 6개월마다 전문의에 의한 임상검진, 25~29세에는 1년 간격으로 유방MRI, 30세 이상부터는 매년 유방MRI와 유방X선촬영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항호르몬제인 타목시펜과 피임약을 복용하는 방법도 있다. 타목시펜은 유방암 발생위험을 50% 낮출 수 있다고 보고됐으며 피임약은 난소암을 50%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됐다. 

안젤리나 졸리가 선택한 예방적 유방‧난소절제술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실제로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으면 유방암위험이 약 90%, 예방적 난소절제술은 난소암위험이 80~85% 정도 낮아진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수술은 한 번 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한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 치료방법이 여러 가지여서 의료진으로서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그 고민은 환자와 충분히 상담하면서 풀어나간다. 우선 어떤 치료법이든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항호르몬제인 타목시펜의 경우 혈전증, 갱년기증상, 자궁내막암 발생위험 등이 뒤따를 수 있다. 또 예방적 유방‧난소절제술은 여성성 상실에 따른 정신적문제와 조기폐경 등으로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환자가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나면 나이, 결혼·임신·출산계획, 환자의 성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최종 치료방법을 결정한다. 

특히 수술을 원하는 환자들에겐 유방암과 난소암을 100% 예방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지시킨다. 유선조직은 겨드랑이나 쇄골 상부 등 생각보다 우리 몸에 꽤 넓게 분포한다. 난소 역시 절제 후에도 복강 내 조직이 남아있을 수 있다. 유방과 난소를 절제한다고 해서 암 발생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 가족력이 없어도 불안한 마음에 유전자검사를 받으려는 여성들도 있다. 

앞서 말한 검사대상이 아니라면 굳이 유전자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검사대상은 유전성유방암 고위험군으로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검사비 부담이 크다. 또 유전자검사 후 결과에 따라 심리적문제 같은 예상치 못한 후유증도 뒤따를 수 있다. 

따라서 유전성유방암 고위험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유방암 예방 가이드라인에 의해 유방암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30세 이상부터는 매월 자가검진을 시행하고 35세 이상부터 2년에 한 번 전문가에 의한 임상검진, 40세 이상부터는 1~2년 간격으로 전문가의 진찰과 유방촬영을 권고한다.  

TIP. 채수민 교수가 말하는 유전성유방암 이것만은!

1.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 유전성유방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지 전문가와 상담 후 BRCA유전자검사 받기 
2. BRCA유전자변이가 확인됐다면 연령별 정기검진과 예방치료 적극 실천하기
(* 예방적 유방‧난소절제술은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한 후 신중하게 결정)
3. 유전자검사대상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유방암 예방 가이드라인에 따라 연령별 검진방법 실천하기

채수민 교수는?

경희대병원 유방외과 전문의로서 다양한 유방암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특히 유전성유방암은 유전자검사 전 해당 분야 전문가와 유전상담이 필요한데 채수민 교수는 유전상담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직접 유전상담을 까지 시행, 환자들이 보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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