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바짝바짝 마르는 입술…여드름약 때문이라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바짝바짝 마르는 입술…여드름약 때문이라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9.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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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김형진(가명) 님, 오늘은 이소티논캡슐(한미약품) 한 달 분 처방받으셨어요.”

“네, 병원에서 당분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일주일간 약 드시고 많이 좋아지셨어요?”

“완전히 좋아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으셨고요?”

“글쎄요.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는데……”

“입술이 마르거나 입술 끝에 염증이 생기지는 않았나요?”

“입술은 많이 말랐어요. 염증까지는 아직 모르겠고요. 약이 입술 마르는 것과 관계 있나요?”

“네, 이 성분의 대표적인 부작용이에요. 약 드시는 동안 입술 보호에 각별히 신경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헌혈은 안 되는 거 아시죠?”

“그렇군요. 때아닌 립밤을 발라야겠네요. 혹시 괜찮은 제품 있나요?”

“립밤은 계절 상품이라서 지금은 없네요…...”(초여름에 오신 환자분이었습니다)

마스크가 신체 일부가 된 요즘입니다. 착용시간이 길어지면서 피부 트러블을 겪는 사람도 크게 늘었는데요.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얼굴 피부 트러블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가 많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얼굴을 보호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을 것 같은데 왜 피부 트러블이 늘어날까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연구가 국내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 유광호‧김범준 교수, 한혜성 전공의 연구팀이 병원에 종사하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인데요. 의료진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기 전, 착용 4시간, 8시간 후 피부상태를 체크한 뒤 마스크를 벗고 휴식을 취한 다음 날 피부상태를 다시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 마스크를 착용한 부위는 수분을 많이 빼앗겨 건조하고 홍반이 생겼으며 피부 pH와 온도가 모두 상승했습니다.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점은 피지 분비가 매우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KF94, KF80, 덴탈마스크(의료용 마스크) 등 마스크 종류별로 큰 차이 없이 모두 피부 변화가 나타났죠.

이런 피부상태는 유해균의 증식을 도와 모낭염 등이 쉽게 발생하고 증가된 피지로 인해 모공이 막히면 여드름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마스크가 여드름환자가 많아지게 하는 데 한몫 하고 있는 것이죠. ‘마스크네(Maskne, 마스크Mask와 여드름을 뜻하는 Acne를 합쳐 부르는 것)’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니 정말 많은 사람이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는 듯합니다.

여드름은 지나친 피지 분비가 주원인입니다. 피지는 피지선에서 분비되는데 남성호르몬(이하 안드로겐)이 피지선에 있는 안드로겐수용체에 작용해 분비가 촉진됩니다. 안드로겐은 2차성징 때 왕성해지기 때문에 여드름은 젊음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하죠.

다른 이유로 안드로겐 분비가 많아지는 경우도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피질에서 코르티솔이 분비되는데 안드로겐 역시 같은 부신피질에서 분비돼 코르티솔과 함께 혈중으로 분비됩니다. 신경 쓸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며칠 받았더니 이마나 턱에 콩만 한 뾰루지가 난 적 있으시죠? 바로 이것이 과다분비된 안드로겐 때문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함께 술, 인스턴트음식, 탄산음료처럼 당지수가 높은 음식들도 안드로겐 분비를 만드는 원인이 되죠. 하지만 여드름이 생기는 것을 모두 안드로겐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피지는 본래 피부 표면에 유분을 공급해 수분 손실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에 없어선 안 되는 물질이죠. 피지가 분비되지 않으면 피부는 매우 건조하고 예민해질 거예요. 피지가 많이 분비되더라도 모공을 통해 원활하게 배출된다면 여드름이 생기지 않습니다. 여드름은 각질이나 노폐물로 인해 모공이 막혀 피지가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거나 다양한 독소들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반응이 과해지는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어야 비로소 발생하게 됩니다.

피지 과분비로 여드름이 발생하면 세안제, 각질제거제, 항염증제, 보습제 등 외용제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드로겐이 과다 분비되면 이런 외용제로는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할 때가 있어요.

이때 사용하는 약물이 바로 비타민A 유도체 ‘이소트레티노인(이소티논(한미약품), 알리톡(GSK) 등)’입니다. 중증여드름치료제로 알려진 이소트레티노인은 피부에 있는 안드로겐 수용체에 작용해 안드로겐이 작용하는 것을 막습니다. 이 때문에 피지 분비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즉 이소트레티노인을 사용하면 여드름의 근본원인인 피지 과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죠. 하지만 사춘기 이전에는 안드로겐으로 인한 피지 과분비가 드물기 때문에 이소트레티노인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하면 피지 분비가 너무 줄어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피부건조, 구순건조, 입마름, 안구건조증이 대표적이죠. 방치하면 구순염, 피부염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으니 피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보습제나 립밤, 인공눈물을 사용해 증상을 개선해야 합니다. 또 이소트레티노인은 피부에 효과를 보이는 제제로 피부에 높은 농도로 존재하며 광과민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 복용 중에는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우울증, 간독성, 탈모, 다모증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보다 심각한 부작용은 기형아 유발율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소트레티노인 체내 대사물질이 세포 핵 수용체에 작용하면서 나타난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경우 한 달간 헌혈이 금지되는 것도 임신부에게 수혈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임기 여성이라면 되도록 약물을 복용하지 말고 만일 복용했다면 3개월 정도 지난 후 임신을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화농성 여드름이 있는 경우 독시사이클린이나 미노사이클린 성분의 항생제를 복용할 수 있는데 이소트레티노인과 함께 복용하면 뇌압이 과하게 상승하거나 가성 뇌종양을 일으킬 수 있어 절대 병용하면 안 됩니다.

이소트레티노인은 최대 한 달 분 처방이 가능합니다. 처방 복용 기간 중 해당 성분의 항생제를 추가로 처방받는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DUR(Drug Utilization Review,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에 걸려 처방 및 조제가 안 됩니다. 하지만 복용기간이 지난 상황이라면 처방이 가능해 동시 복용 가능성이 있어요. 따라서 처방받은 의약품은 반드시 처방 기간 안에 복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한편 지난해 10월에는 우려스러운 보도도 있었는데요. 인도산 이소트레티노인 성분 ‘아큐파인’을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주문해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에 살펴본 것처럼 이소트레티노인은 매우 위험한 약물 상호작용이 있고 부작용들도 만만치 않은 약이기 때문에 절대 인터넷 등을 통해 불법으로 구입, 복용해선 안 됩니다. 건강은 절대 편리함과 바꿀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주세요.

위의 김형진 님은 이소트레티노인 복용으로 여드름은 완화됐지만 피부건조증이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립밤 등 보습제를 사용하면 증상 완화는 물론, 추가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약을 받을 때 중요한 복약지도를 받더라도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있다면 꼭 약사와 상의해주세요. 약사와의 원활한 소통은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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