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국내 현실에 맞는 진단‧치료기준 절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국내 현실에 맞는 진단‧치료기준 절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9.1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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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SK9억제제 등 효과적인 신약으로 기대감↑
현실은 복잡한 진단‧치료기준으로 신약 접근성↓
심혈관질환 위험 낮추려면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 필요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콜레스테롤수치가 높다고 하면 ‘식습관이 안 좋겠거니’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의 생활습관과 관계없이 유전자이상으로도 LDL콜레스테롤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이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FH)’이라고 한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한마디로 유전자변이로 인해 LDL콜레스테롤 대사에 이상이 생겨 LDL콜레스테롤수치가 올라가는 질환. 부모 중 한 명에게서 변이된 유전자를 받아 발생하는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과 부모 모두에서 변이된 유전자를 물려받아 발생하는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나뉜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현재 희귀질환으로 발병률이 높진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약 10만명 내외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 중에 LDL콜레스테롤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있거나▲ 아킬레스건과 각막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힘줄황색종, 각막환이 있는 경우 ▲50~60세 이전에 심근경색을 앓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의심해볼 수 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콜레스테롤수치와 유전자검사 등을 시행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한다.

무엇보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유년기부터 콜레스테롤수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30세 이전에 심근경색 등을 유발, 급사위험이 높다. 단연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으로 꼽히는 이유다. 따라서 조기진단과 치료를 통해 LDL콜레스테롤수치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보고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의 심혈관사건 위험도는 일반인 대비 최고 5.4배 높았으나 적극적인 지질강하 치료를 충분히 받은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심혈관사건 위험도가 44% 감소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PCSK9억제제 등 새로운 지질강하제들이 도입되면서 LDL콜레스테롤수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 않는 진단·치료 기준으로 많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환자들이 신약의 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것.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소속 의료진들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절대 ‘경증질환’으로 취급해선 안 되며 무엇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려면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진단·치료기준이 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에 한국지질 동맥경화학회는10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과연 경증 질환인가’를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열고 치료환경 개선이 시급함을 촉구했다.

정책간담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연세의대 이찬주 교수는 우선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치료목표는 적극적인 지질강하치료를 통해 LDL콜레스테롤수치를 100mg/dL 미만으로 낮추는 것(심혈관질환 동반환자의 경우 70mg/dL)이지만 해외에서는 보다 낮은 치료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우선 경구 지질강하제인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투여하는데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복용하고도 LDL콜레스테롤수치가 100mg/dL 이상이면 신약인 PCSK9억제제를 보험급여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기존에 알려진 유전자변이가 확인됐거나 황색종 같은 특이적 임상증상이 발현된 환자에서도 PCSK9억제제를 보험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이러한 급여기준을 적용하긴 매우 어렵다는 것이 이찬주 교수의 설명이다.

이찬주 교수는 “막상 유전자검사를 통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돼도 황색종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70% 이상이고 가족력을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유전자검사에서 기존에 알려진 유전자변이가 발견되는 경우도 40% 정도인데 유전자변이가 없었다고 해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유전자진단에 의해 확증되거나 황색종이 있어야 새로운 약물을 쓸 수 있는 현 상황은 효과적인 치료를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즉 ▲심혈관질환을 동반하는 초위험군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환자는 LDL콜레스테롤수치 70mg/dL미만을 목표로 치료해야 하지만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사용해도 LDL콜레스테롤수치가 70-99 mg/dL인 경우 ▲유전자검사 결과 음성이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으로도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는 PCSK9억제제의 보험급여를 적용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찬주 교수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애고 보다 많은 환자들이 빠르고 효과적인 지질강하 치료를 받아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려면 보험급여 기준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최동훈 이사장은 “국내 가족 고콜레스테롤혈증환자의 현황을 알리고 임상현실에 맞지 않는 보험급여 기준으로 인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자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며 “간담회를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현실적인 진단기준과 매우 복잡해 실제로 적용이 어려운 보험급여 기준의 현실화가 시급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최성희 대외협력이사는 “무엇보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으로 상당히 위중한 질환인데도 관련 정책과 보험 급여의 미비점으로 진단·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많다”며 “특히 경구 지질강하제만으로 LDL콜레스테롤수치가 조절되지 않는 고위험군환자들이 치료기회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치료환경 개선을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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