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잡는 간호사? 환자는 불안하다…PA제도 도마 위에
메스잡는 간호사? 환자는 불안하다…PA제도 도마 위에
  • 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1.09.15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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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경력간호사 투입
수술 등 의사 고유업무 대신

전문지식 부족해 의료사고 위험
책임소재 불분명…구제책도 없어
의사협회 “생명위협” 거센 반발
PA는 의료 공백을 메우고자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비공식적 보조 인력으로 현재 이를 합법화시킬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인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 합법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PA는 부족한 의사인력을 보충하고자 만들어진 비공식직종으로 시술, 약물처방 등 의사업무를 대신하면서 불법의료행위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최근 정부가 PA공식화를 추진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불법과 합법 경계에 선 PA

대다수 PA는 간호사다. 보통 병원에서 일반간호사 중 경력간호사들이 PA로 투입된다고 알려졌다. 국내 국립대병원에서 활동하는 PA는 1000여명에 이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0개 국립대병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 10개 국립대병원에서 활동하는 PA는 총 1003명으로 확인됐다. 이 중 67%가 상대적으로 전공의가 부족한 외과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PA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다. 의료법 제2조는 간호사의 업무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명시한다. 따라서 PA가 단순히 전문의의 지시 아래 업무를 보조한다면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PA가 수술 및 시술, 처방 등 의사면허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을 하거나 전문의의 지도·감독 없이 의료행위를 한 경우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제2조에서 의료인 종별에 따른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벗어나는 경우 불법의료행위로 판단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상당수 PA가 의사의 고유업무를 대신한다는 것이다. 2019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이 전국 29개 병원의 PA 971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수술 및 상처 봉합 ▲대리처방 ▲진료기록지, 시술동의서 등 작성 ▲주치의 부재 시 업무대행 등을 한다고 답했다.

■의료공백 메우려다 의료서비스 질↓

PA제도가 생긴 것은 부족한 의사인력 때문이다. ’OECD 보건통계 2021‘에 따르면 국내 임상의사는 인구 1000명 당 2.5명으로 OECD국가 평균인 3.6명에 못 미친다. 반면 우리나라 보건의료 이용횟수는 1인 당 17.2회로 OECD국가 평균 6.8회보다 2.5배 높다.

업무공백을 PA로 메우는 동안 PA와 환자는 위험에 놓인다. 의사업무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PA가 일을 대신할 경우 의료사고 발생확률이 높다. 실제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법적 문제가 복잡해지고 PA에 대한 구제책도 없다.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 결과 PA들은 “환자, 보호자들이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하면 의사들이 책임을 미루는 데다 업무를 지시한 진료부서나 간호부서에서도 해결해주지 않아 PA가 법적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PA들은 의료현장의 엄격한 위계질서 때문에 부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경력간호사들을 PA로 투입하다 보니 간호현장은 연차가 낮은 간호사로 채워진다. 결국 간호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의료현장의 인력 부족도 심화된다. 보건의료노조는 “업무공백을 PA에게 떠넘기는 관행은 반드시 근절돼야 하며 의료인 간 업무범위를 명확히 설정, 부족한 의료인력을 확충할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PA 합법화, 현장혼란 야기 vs 불법성 해소

최근 서울대병원이 PA를 ‘CPN(임상전담간호사)’으로 변경, 별도 규정으로 공식 운영하겠다고 밝히면서 PA제도가 쟁점화됐다. 의료계는 서울대병원의 행보를 불법의료행위를 ‘공식화‘한다며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또 정부는 지난달 2일 PA문제 해결방안으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진료보조’에서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한 것. 그간 논란이 됐던 PA 업무를 전문간호사 영역에 포함시켜 불법의료행위의 양산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 같은 PA 공식화 움직임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간호사 업무범위가 확대되면 의사의 진료권이 침해되고 국내 면허체계가 훼손되는 등 의료계에 혼란을 야기하고 환자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며 개정안 저지를 위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전문간호사협회는 “환자의 건강권을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 일부 PA업무를 전문간호사 업무범위에 포함시킨다면 PA의 불법성 문제와 의료공백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PA시범사업안을 마련하고 PA 관련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의료인제도는 면허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병원경영 상의 이유와 현장에서의 필요성만으로 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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