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통 비세척란, 정말 비위생적일까
온라인 유통 비세척란, 정말 비위생적일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9.16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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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식중독사고로 불똥 튄 ‘달걀 안전’

· 물·솔·에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위생처리 
· 가정에서 냉장보관 잘 하는 게 더 중요

최근 일련의 집단 식중독사고로 인해 달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하지만 세척란과 비세척란 중 어느 달걀이 더 좋은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현재로서는 소비자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사진=셔터스톡).
최근 일련의 집단 식중독사고로 인해 달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하지만 세척란과 비세척란 중 어느 달걀이 더 좋은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현재로서는 소비자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사진=셔터스톡).

2017년 살충제파동에 이어 국민먹거리인 ‘달걀’이 또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부산‧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사고의 원인이 달걀에 의한 살모넬라균 교차감염으로 밝혀졌는데도 근본원인은 온라인에서 싼값에 유통되는 비세척란(卵)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 이에 ‘비세척란은 비위생적인 달걀’이라는 인식이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그간 온라인으로 달걀을 사 먹던 소비자들이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비세척란을 결코 비위생적인 달걀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세척란이 비세척란보다 더 위생적이고 좋은 달걀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달걀 세척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물 세척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즉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달걀도 물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세척과정을 거친 달걀이라는 얘기다.

■세척란=좋은 달걀? 과학적 근거 없어

사실 세척여부를 중심으로 한 달걀 위생논란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닭의 대변 속 살모넬라균이 달걀껍데기에 옮겨붙을 수 있어 유통 전 물로 세척해야 한다는 논리와 세척하면 달걀보호막인 큐티클층이 파괴돼 균이 더 잘 침투하기 때문에 그래선 안 된다는 논리다. 두 달걀을 비교하는 실험과 전문가들 간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어느 한쪽이 더 좋다고 결론 나지 않았다.

이에 국가별 정책도 제각각이다. 유럽연합은 달걀 세척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물 세척 후 살모넬라균의 증식을 막기 위해 냉장유통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선 소비자 안전을 위해 백화점, 편의점, 수퍼마켓 등을 통해 가정용으로 판매되는 달걀에는 ‘달걀 선별포장 유통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전문장비와 시설을 갖춘 식용란선별포장업소에서 세척, 검란, 살균 등의 과정을 의무적으로 거친 후 유통해야 하는 것. 특히 식약처는 물로 세척하는 경우에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이 함유된 30도 이상이면서 달걀보다 5도 이상 높은 깨끗한 물로 세척하고 이는 냉장보존 및 유통한다’고 세척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세척방법 다양…물 세척 의무화 비현실적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더더욱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구매한 달걀이 아닌 온라인으로 구매한 달걀은 이 같은 위생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은 달걀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양계업계에 따르면 달걀은 물 세척 외에도 솔(브러쉬) 세척, 에어 세척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즉 물 세척이 아니라고 해서 비세척란으로 볼 수 없으며 온라인 유통 달걀도 솔 세척이나 에어 세척 등 어느 한 가지 방법으로 세척된 달걀이라는 것이다.

소비자 불신이 커지자 친환경달걀로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 식품배송업체 오아시스마켓은 ‘자사 제품은 물 세척이 아닌 브러쉬 세척을 사용한 달걀’이라고 안내문까지 게시했다.

식약처 축산물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일단 가정용으로 판매되는 달걀은 식용란선별포장업소에서 물로 세척하게 돼 있고 이는 그만큼의 설비를 갖춘 식용란선별포장업소에서 가능한 일”이라며 “물뿐 아니라 솔 등으로 세척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물로 세척할 경우에는 냉장으로 유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한 달걀 섭취, 결국 소비자에게 달려  

전문가들은 최대한 안전하게 달걀을 섭취하려면 결국 가정에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일단 달걀은 냉장보관이 가장 안전하다. 이때도 보관통에 따로 담아 냉장고 하단에 보관해야 다른 식재료가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물 세척이 정답은 아니지만 정 불안하면 조리 직전에 달걀을 물로 한 번 씻는 것이 좋다.  

달걀을 만진 후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살모넬라균은 달걀을 75도에서 1분 이상 조리하면 사멸되지만 문제는 손을 씻지 않고 다른 식재료나 조리도구를 만졌을 때다. 살모넬라균이 이동해 해당 식재료와 조리도구를 교차오염시켜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달걀은 1분 이상 충분히 가열해 먹고 ▲만진 후에는 반드시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하며 ▲칼과 도마는 육류용, 채소용 등으로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녹색소비자연대 은지현 상임위원은 “사실 비세척란이라고 하면 일반소비자들은 씻지 않은 달걀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의 오해를 풀고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최소한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달걀세척 매뉴얼이라도 만들어 적극 홍보하고 제품에는 냉장보관 안내문구를 확실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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