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①냉증은 만병의 근원
[특별기고] ①냉증은 만병의 근원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09.2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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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모두에 혈액순환장애 등 각종 질환 유발
자체로는 질병 아니지만 삶의 질 크게 악화
체온관리 가장 중요...온열요법 등도 도움 돼

사계절 내내 손발이 시리고 유독 몸이 찬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냉증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냉증은 질병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느끼는 몸의 상태를 말합니다. 예로부터 냉증을 중요하게 여겼던 이유는 이로 인해 매우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냉증은 어떤 심각한 질병의 초기증상으로 몸의 이상을 알려주는 고마운 신호이기도 합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의 칼럼을 통해 총 3회에 걸쳐 냉증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주>

<목차>

①냉증은 만병의 근원
➁냉증은 중년 여성의 적
➂냉증, 남성도 예외 아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냉증이란 추위를 많이 타거나 신체 일부분이 지나치게 차게 느껴지는 등 주관적인 느낌으로 의학적으로는 ‘냉각과민증’이라고 한다. 즉 보통 사람들이 추위를 느끼지 않는 온도에서 신체의 특정부위가 시리고 아프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정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냉증의 원인은 만성적인 자율신경실조에 의한 혈관운동문제 때문이다.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체질, 음식, 약물, 환경 등 무척이나 다양해 냉증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체질적으로 살펴보면 냉증은 소음인이나 태음인에게 주로 많고 소양인이나 태양인은 드물다. 소음인은 평소 예민하고 위장이 약해 냉증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체질이다. 일부 태음인도 냉증을 호소한다.

한의학에서는 외부온도환경도 질병의 원인으로 본다. 그중 한 가지는 바로 찬 기운인 한(寒) 또는 한사(寒邪)로 표현한다. 한사는 감기 같은 감염성질환의 원인으로 보기도 하지만 인체 내부에 침입하면 냉(冷)으로 머물면서 새로운 질병을 유발한다. 한사를 외적 자극원이라고 한다면 냉은 결과적으로 발생한 신체 내부문제다.

냉증은 그 자체로는 질병이 아니지만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린다. 특히 열에 아홉은 ‘냉에 의한 질환’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여성질환과 냉은 불가분의 관계다. 여성의 경우 갱년기장애, 저혈압, 빈혈 등이 냉증을 유발하고 반대로 냉증이 난임, 생리불순, 산후 후유증, 내분비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남성은 척추 및 무릎관절통, 성기능장애, 전립선질환과 관련 있다. 특히 중년 남성이 나이 들면서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아프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 것도 냉증 때문이다. 심하면 성기에 냉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나이 들면서 양기가 점차 줄고 체온 유지에도 영향을 미쳐 몸이 점차 차가워지기 때문이다.

냉증이 만성화되면 면역세포의 활성도 떨어지고 장내 심부온도도 낮아진다. 이는 장내 유익균의 활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체온은 신진대사 활성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복부냉증은 복부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냉증은 실로 다양한 질환의 시발점이다.

냉증은 심각한 질환의 주요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혈관문제로 인한 혈액순환장애를 유발하는 레이노병, 동맥경화증, 버거씨병 등에서는 손발 냉증이 흔하게 나타난다. 손발 끝이 파래지면서 궤양이 나타나거나 썩고 심지어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냉증은 몸에 문제가 있다는 중요한 신호 중 하나다. 냉증을 예방‧관리하는 것은 일상생활의 불편 해소뿐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다른 질환의 발병가능성을 낮추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특별한 질환에 의한 것이 아닌 일반적인 냉증은 생활요법, 식이요법, 약물요법, 온열요법 등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생활요법은 체온관리다. 옷을 따뜻하게 입어 체온손실을 막아야 한다. 특히 겨울철 외출 시에는 장갑, 목도리, 모자 등을 착용해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여름에도 지나친 실내냉방은 주의한다.

식이요법으로는 얼음이나 아이스크림 등 찬 음식을 과다섭취하지 않는 것이다. 기운이 서늘한 열대과일이나 해산물 섭취도 주의한다. 반면 마늘, 양파, 계피, 대파, 생강, 고추, 강황, 후추 등 성질이 따뜻한 식품이나 향신료는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냉증을 치료하기 위해 탕제와 함께 뜸법, 찜질법 등을 활용했다. 탕제는 부자, 육계, 건강, 오수유 같은 기운이 뜨거운 약재를 처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약제들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함부로 섭취해선 안 된다.

뜸은 냉증에 효과적이지만 살에 직접 닿기 때문에 화상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특히 신경감각이 둔화된 당뇨병환자는 삼가는 것이 좋다. 뜸 연기도 불편하지만 너무 잦은 뜸은 미세먼지를 발생시켜 호흡기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동의보감에는 ‘위법(熨法)’이라는 찜질법이 나온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남성불임 등에 총백(파뿌리)과 소금을 볶아 주머니에 넣어 아랫배를 찜질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 냉증에 의한 비뇨생식기문제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효과적이기는 해도 번거롭고 불편하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온열요법의 불편함과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간접구, 무연뜸이나 전자식 뜸, 고주파온열기가 개발됐다. 또 LED를 활용한 온열기구도 있는데 예를 들면 원적외선과 함께 LED를 결합한 복합 광테라피다.

흥미롭게도 원적외선요법과 광선요법은 과거 조상들도 실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활용해 왔던 방법이다. 바로 온돌방, 아궁이다. 아궁이와 온돌의 아랫목은 마치 도자기를 굽는 가마처럼 달궈지면서 원적외선이 방출된다. 온돌방의 아랫목이 과거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전유물이었던 것을 보면 그나마 다행이다. 중장년 남성의 양기부족으로 인한 냉증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아궁이는 열에너지와 빛에너지를 동시에 발산한다. 이러한 물리적 자극원들은 특히 여성들의 냉증을 해소하고 자궁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의 어머니들이 더 건강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궁이 때문에 덜 아팠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사람의 체온이 37℃로 항온인 것은 살아남기 위한 유전자의 작전이다’라는 말이 있다. 만일 이 작전에 실패한다면 저체온보다는 약간 높은 체온으로 치우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건강을 위해서는 차가움을 멀리하고 따뜻함을 가까이할 필요가 있다. 냉(冷)은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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