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우리가 내디딘 작은 발걸음 하나가 세상을 바꿉니다”
[특별기고] “우리가 내디딘 작은 발걸음 하나가 세상을 바꿉니다”
  • 글·김찬형(조지아주 귀넷과학고등학교, 미국)ㅣ정리·한정선 기자 (desk@k-health.com)
  • 승인 2021.10.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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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비누 재활용해 아프리카 등 필요한 곳에 기증
한국, 중국, 캐나다 고등학생과도 연계...이집트 첫 기부

이 글은 미국 조지아주 귀넷과학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찬형 군이 헬스경향에 기고한 글입니다. 아직은 어린 소년이지만 건강의 중요성은 물론 전 세계의 환경까지도 염려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용기있게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가입니다. 헬스경향은 그의 의지와 활동에 큰 격려를 보냅니다. 우리 모두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한 걸음을 떼보는 것은 어떨까요. <편집자 주>

김찬형(조지아주 귀넷과학고등학교, 미국)

우리가 몸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쓰고 있는 위생용품들이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우연히 보게 된 CNN의 영웅, 데렉 케용고의 이야기는 내 생활에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난 그의 많은 사회공헌사업 중에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호텔의 비누조각을 재활용해 미개발지역에 배포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우연히 호텔에서 샤워를 하다가 남겨진 비누조각에서 영감을 받은 데렉은 아내와 함께 ‘Clean the World’라는 국제조력기구를 설립한다. 미국 내의 크고 작은 호텔들과 연계해 버려지는 비누를 녹여 재생산한 비누를 아프리카 오지로 보내는 활동을 시작한 것. 

데렉 케용고는 아내와 함께 국제조력기구 ‘Clean the World’를 설립, 호텔 내 버려지는 비누를 녹여 재생산한 비누를 아프리카 오지로 보내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상의 바람직한 변화를 향한 열정은 그를 CNN이 뽑은 올해의 영웅 자리에 올려 놓았고 그는 여전히 여러 인본주의에 기반한 환경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가 시작한 비누재활용프로젝트는 현재 미국 구세군(The Salvation Army)에서도 활발하게 동참하는 사회활동 중 하나가 됐다.

작은 실천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 낸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 역시 내가 서 있는 이 곳에서 작은 발걸음을 한 발 떼기로 결심했다. 처음 떼는 작은 한 발자국 없이는 어디에도 도달할 수 없다는 진리를 되새기면서 뜻이 맞는 몇몇 친구들과 프로젝트그룹을 만들었다.

데렉이 실천했던 호텔비누 재활용 아이디어를 도입하기 위해 우선 동네호텔에 연락을 시도했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비누조각들을 모아 재활용비누로 재탄생시킨 후 이 흔한 일상용품조차 없어 세균 감염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에 보내기로 한 것이다.

호텔에 연락하는 과정에서 마음만 앞서 무작정 전화부터 걸었다가 담당자와 말 한마디 섞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와 실패를 통해 우리는 어느새 그럴싸한 전단지, 웹사이트와 단체명까지 만들 수 있게 됐다. 

‘Soap for Soapless, Hope for Hopeless(비누 없는 이들에게 비누를, 희망 없는 이들에게 희망을)’이 우리의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을 만들기 위해 주변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하는 과정에서 우연찮게 한국, 중국, 캐다다 고등학생들과 연락이 닿았고 우리의 작은 한 발자국이 지구 반대편의 또 다른 발자국으로 이어지게 됐다. 캐나다에서 만든 첫 작품을 이집트로 보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쁨은 잊을 수가 없다. 

비누 재사용 아이디어는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5명 중 단 3명만이 제대로 손을 씻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린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 “손 잘 씻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참 쉽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룰 수 없는 꿈 같은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가 단 한 번도 특별하게 여겨본 적 없는 이 비누가 그들에게는 바이러스, 박테리아와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500만개의 일회용 비누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 채 호텔 이곳 저곳에 버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누리고 있는 이 풍요로움이 바로 우리 자신의 삶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부족한 위생용품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한편 우리가 개념 없이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은 결국 지구 전체의 환경을 위협한다.

비누 재활용하기 프로젝트는 32개국에서 고통 받는 생명을 살리고 있다.

여기 미국에서 각 지역의 친구들과 연계해 비누를 수집하고 재활용비누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관심 있는 부모님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하는 등 활발히 움직이던 와중 시련이 찾아왔다. 한창 호텔에 연락하고 비누를 모으던 중 코로나가 터진 것. 결국 우리의 활동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한 번 내디딘 이 한 걸음이 충분히 가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다. 지금 잠깐 멈췄을 뿐이다. 우리는 그저 고등학생일 뿐이지만 바로 이 자리, 바로 이 시간, 우리가 해야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시작한 작은 한걸음이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우리가 다음 발걸음을 용기있게 내디딜 수 있도록 격려와 관심을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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