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원인 절반 남성이지만 지원 훨씬 못 미쳐
난임, 원인 절반 남성이지만 지원 훨씬 못 미쳐
  • 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1.10.07 10: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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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원인, 여성·남성이 각각 40%
여성에 치우친 지원책, 남성 난임 해결 막아

[국내 난임지원정책의 허와 실]②난임, 남성에도 책임 있지만 지원은 없어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 198개국 중 압도적인 꼴찌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겠다는 강한 의지로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난임부부입니다. 이에 저출산문제를 해결하려면 난임부부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실질적으로 난임부부에게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두 번째는 남성 난임 시술 지원 확대입니다. <편집자 주>

난임의 원인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있는 만큼 여성에게 치우친 난임 지원 정책을 남성에게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통계적으로 난임은 남성 요인이 약 40%, 여성 요인이 약 40%를 차지한다. 하지만 정부의 난임 지원책은 여성의 난임 시술에만 집중돼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성 난임환자 27% 이상 증가 

남성 난임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종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남성 난임환자는 2016년 6만1903명에서 2020년 7만 9029명으로 27.6% 많아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난임환자가 증가하는 한편, 난임을 남녀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미즈메디병원 비뇨의학과 김종현 진료과장은 “과거에는 남성 난임검사가 더 간단해도 여성이 난임병원을 많이 찾았지만 난임은 부부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병원을 찾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 난임은 무정자증, 정계정맥류, 호르몬분비 이상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김종현 진료과장은 “남성난임은 무정자증, 정계정맥류, 호르몬분비 이상, 환경호르몬 노출, 흡연, 음주,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며 “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원인 파악하고 치료

무정자증은 정액검사에서 정자가 발견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고환에서 정자가 만들어지지만 이동 통로가 막혀 정액으로 배출되지 않는 폐쇄성 무정자증과 정자가 아예 만들어지지 않는 비폐쇄성 무정자증으로 나뉜다. 폐쇄성 무정자증은 막혔던 통로를 열어주는 교정수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교정술로 치료되지 않으면 정자를 직접 채취하는 부정소정자흡입 등의 수술이 필요하다.

비폐쇄성 무정자증은 보통 미세수술적 고환조직정자채취술을 실시한다. 정자가 만들어지는 세정관의 조직을 채취, 정자를 찾는 기술이다. 성공률은 15~25%로 알려진다. 또 정자의 농도나 형태, 운동성 등에 결함이 있는 경우 정자직접주입술을 시행한다. 하나의 정자를 선택해 난자 세포질에 정자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시술 지원은 여성에게 편중

고환조직정자채취술 등 정자 채취 및 처리는 2017년 10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이 체외수정시술을 시작한 이후에만 급여 항목으로 인정된다. 시술로 정자가 채취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성이 먼저 체외수정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난임부부가 정확한 원인을 진단받기도 전에 여성이 불필요한 시술을 감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김선혜 연구원은 ‘재생산의료 영역에서의 남성 : 한국의 보조생식기술과 난임 남성의 비가시화’ 보고서를 통해 “이 비합리적인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난임시술이 ‘모자보건법’에 근거해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모자보건법의 대상은 가임기 여성과 임산부로 한정돼 남성은 독립적인 난임시술의 수혜자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성생식으로 임신과 출산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가임기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과 지원은 실효성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남성 난임 검사와 시술 등 비뇨의학과 진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20년 1월 열린 ‘저출산 시대의 남성난임, 어떻게 극복하나?’ 국회 토론회에서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서주태 원장은 “남성 난임은 정확한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여성이 불필요한 시술을 받는 것을 예방하고 보다 효과적인 난임극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 난임 관련 검사, 시술 등에 대한 의료수가 인상과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면 검사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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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뀨뀨 2023-05-11 13:18:43
난임 지원 확대를 논하면서 '책임' 소재를 운운하는 필자의 시각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