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백신 접종 후 해열진통제…알레르기 있어 망설인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백신 접종 후 해열진통제…알레르기 있어 망설인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10.2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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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코로나19 예방접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대부분이었지만 근래에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주를 이루고 있죠. 병원에서는 백신 접종을 하고 난 뒤 혹시 가슴통증 등이 있다면 이부프로펜성분의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라고 안내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약사님, 부루펜 있어요?”

“백신 맞고 오셨어요? 이부프로펜성분을 찾고 계신 거죠?”

“네. 병원에서 혹시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이거 복용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아스피린 알레르기가 있는데 이부프로펜은 먹어도 괜찮을까요?”

“어떤 증상이 있으신데요?”

“예전에 머리 아프고 열이 나서 아스피린을 먹었었는데 갑자기 숨 막히고 힘들어서 응급실에 갔었거든요. 병원에서 조치를 취해주더니 앞으로 절대 아스피린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대요.”

“에고, 그러셨군요. 물론 조심하셔야 하지만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어요.”

예방접종하고 난 뒤 열이 나면서 아프면 일반적으로 해열진통제를 복용합니다. 해열진통제는 소염작용이 있는 NSAIDs성분의 해열소염진통제(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소염작용이 없는 아세트아미노펜성분의 해열진통제로 나눌 수 있어요. 이 중 아세트아미노펜성분의 해열진통제는 위장장애가 덜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권장되는 해열진통제입니다. 그런데 왜 위장장애가 덜할까요? 그것은 세포에서 발현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내인성 물질 때문입니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어떠한 자극을 받으면 세포의 콜레스테롤로부터 생성되는 생리활성 물질입니다. 세포가 염증 자극을 받으면 COX-2 효소가 활성화되면서 염증 반응을 유도해 발열과 통증이 나타납니다.

반면 세포가 생리적인 자극을 받으면 COX-1이라는 효소가 활성화되면서 위점막 보호성분 등 점액 분비 촉진, 혈소판 응집, 기관지 확장, 혈관 확장 등 생리활성효과가 나타납니다. 부루펜이나 덱시부프로펜 같은 NSAIDs성분의 해열소염진통제는 COX-2를 억제해 항염·해열·진통 효과를 나타내지만 COX-1도 억제함으로써 위장관 보호성분 분비를 막습니다. 이 때문에 위장관 점막이 얇아지면서 궤양 등 위장장애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COX-1·2 억제와 관계없이 중추신경에 작용해 해열진통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위장장애가 덜한 것이고요.

우리 몸 입장에서 보자면 모든 약물은 이물질입니다. 이물질은 간이나 신장에서 대사되고 몸 밖으로 내보내집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면역반응을 통해 제거하기도 해요. 바로 이 면역반응이 과하게 일어나는 상황이 아나필락시스입니다.

아나필락시스는 급격하고 빠르게 일어나며 각 성분의 특이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약물 구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약국에서 흔히 살 수 있는 ▲NSAIDs성분 해열소염진통제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은 프로피온산계 ▲아스피린은 살리실산계이기 때문에 아스피린에 의해 아나필락시스가 일어났다 해도 이부프로펜에는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요.

위 환자는 아스피린에 특이 과민반응이 있는 경우라 부루펜에는 알레르기 반응이 없을 수 있다고 대답해 드린 것입니다. 물론 복용 시 주의는 필요하겠죠.

이부프로펜 말고도 프로피온산계 NSAIDs에 해당하는 일반의약품은 많습니다. 두통이나 생리통에 사용되는 나프록센, 외용 진통제로 많이 사용되는 플루비프로펜, 케토프로펜, 록소프로펜 등도 프로피온산계 구조를 갖고 있어 만일 이부프로펜에 아나필락시스가 있다면 이들 성분은 다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NSAIDs성분 해열소염진통제의 ‘COX’ 억제효과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NSAIDs 복용으로 ’COX’효소가 억제된 것 때문에 상대적으로 류코트라이엔 생성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위 그림 참고). 류코트라이엔은 과민반응을 유발하고 기관지를 수축시켜 아토피피부염, 천식, 알레르기비염 등을 일으키는 물질입니다.

몬테루카스트(싱귤레어 등)는 이런 류코트라이엔 분비를 억제해 기관지천식과 알레르기비염을 치료해주는 약이에요. 해열진통제 복용 후 천식이나 비염,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다면 이것은 성분 특이 반응이 아니라 NSAIDs성분의 해열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나타날 수 있는 반응입니다. 이때는 COX-1·2효소 억제에 관여하지 않는 아세트아미노펜성분의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백신 접종으로 해열진통제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정보가 SNS에 떠돌고 있습니다. 가장 잘못된 정보 중 하나는 해열진통제를 백신 접종 전이나 직후에 복용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해열진통제는 예방약이 아닙니다. 복용 후 30분 정도면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 뒤 드셔도 늦지 않습니다. 백신접종 이후 심근염, 심낭염을 예방하기 위해 이부프로펜을 복용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아직 예방효과가 입증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복용을 권장하긴 어렵습니다.

약이라는 건 우리 몸 입장에서 보면 이물질이라는 것, 적절한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약은 증상이 있을 때 올바른 방법으로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악물 복용 후 원치 않는 효과가 나타났다면 약사와 상의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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