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술독에도 몸살감기에도 특효인 ‘칡’
[한동하의 식의보감] 술독에도 몸살감기에도 특효인 ‘칡’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10.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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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칡은 여름 칡보다 겨울 칡이 좋다는 말이 있다. 여름내 초록초록한 잎과 줄기는 말라가면서 뿌리로 기운이 모인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칡꽃을 따고 칡뿌리는 늦가을이나 겨울에 캔다. 칡꽃과 칡뿌리는 모두 약으로 활용 가능하다.

칡은 콩과로 다년생 식물이다. 겨울이 돼도 뿌리와 줄기는 죽지 않고 봄이 되면 다시 싹이 돋아난다. 칡은 한자로는 갈(葛)이라고 한다. 녹곽(鹿藿)이라는 이름도 있는데 사슴이 칡잎을 잘 먹기 때문이다.

칡은 이파리가 없는 겨울에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칡덩굴은 큰 나무를 지지대로 삼아 마치 구렁이처럼 감고 올라가서 눈에 잘 띈다. 칡덩굴이 여러 뿌리에서 올라와 엉켜있는 경우 이것들을 분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갈등(葛藤)이란 단어의 어원도 바로 칡덩굴에서 시작됐다.

칡은 과거부터 생으로 씹어 먹기도 했고 즙을 내 마시기도 했다. 전분을 내려 요리에 활용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쪄 먹기도 했다는데 요즘에는 드문 것 같다. 최근에는 말린 칡을 판매하는 곳들이 많아 다려 차로 마실 수 있다. 칡즙을 판매하는 온라인 업체들도 많다.

칡에는 전분이 많다. <본초강목>에는 ‘겨울에 생칡을 갈아서 그것을 물에 넣어서 가루를 주물러 내고 놔두면 밑에 전분이 깔리는데 이것을 모아 뭉쳐 둔다. 이것을 끓는 물에 넣어두면 시간이 좀 지나서 색이 교처럼 되고 끈적거리는데 거기에 꿀을 섞어서 먹는다’라고 했다. 칡 전분에는 미미한 단맛이 나 과거 차에 넣는 감미료로도 사용했다.

전분은 수칡보다 암칡에 많다. 수칡은 섬유질이 많아 쓰고 질기면서 향이 강하다. 반면 암칡은 수분과 녹말이 풍부해 잘 씹히면서 단맛이 난다. 일부 지방에서는 암칡을 ‘밥칡’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전분을 내려면 암칡을 사용해야 한다.

칡은 갈근(葛根)이라고 하는 뿌리를 약용한다. 지금부터 언급하는 칡은 갈근을 의미한다. 여러 한의서를 종합해보면 ‘칡의 기운은 평하거나 냉한 쪽에 가깝다’고 했다. 특히 생칡즙과 칡전분인 갈분(葛粉)은 ‘아주 차갑다’고 했다. 따라서 칡은 전체적으로 서늘하면서 차갑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칡은 술독과 근육뭉침, 감기몸살 증상을 해소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지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칡은 주로 몸살감기약으로 사용됐다. <동의보감>에는 ‘풍한(風寒)으로 머리가 아픈 것을 낫게 하며 땀이 나게 하여 피부를 풀어주고 땀구멍을 열어 준다’고 했다. 이때는 말린 칡 40g을 물에 달여 한번에 마시고 만일 효과가 없으면 한 차례 더 마시라고 했다. 1회 섭취량이 꽤 많은 편이다. 칡은 어린 아이들이 감기로 인해 고열이 나면서 밥을 안 먹으려고 하고 토하는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단 이때는 용량을 절반 이하로 줄인다.

칡은 목과 어깨의 근육뭉침에도 좋다. 또 감기 증상 중에서도 고열, 두통과 함께 몸살감기 등에 도움이 된다. 몸살감기에 칡을 섭취하면 땀이 나면서 해열이 되고 근육뭉침이 풀어지면서 호전된다. 감기와 무관하게 평소 뒷목과 어깨가 뻐근하게 뭉치는 경우에도 특효다. 칡은 다리 근육의 뭉침보다는 상체 근육의 뭉침에 더욱 효과적이다.

칡은 술독을 푸는 최고의 명약이다. 많은 한의서에 칡이 술독을 푼다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기록돼 있다. <식료본초>에 기록된 칡의 유일한 효능도 ‘쪄서 먹으면 술독을 없앤다’이다. 굳이 쪄서 먹지 않아도 탕액으로 끓여 마시거나 생즙을 마셔도 좋다.

특히 칡꽃인 갈화(葛花)는 주독을 푸는 데 가장 좋다. <동의보감>에는 ‘칡꽃과 팥꽃을 같은 양으로 가루 내 먹으면 술을 마셔도 취하는 줄 모른다’고 할 정도다. 칡꽃도 시중에서 식품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칡은 약물 중독을 푸는 해독제다. 과거에는 약물남용이나 독극물에 의한 중독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을 경우 생칡은 즙을 내 마시게 하고 말린 칡은 끓여 그 물을 마시게 했다. 칡에는 카테킨(catechin)이 다량 포함돼 있어 간기능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독성물질 배출을 촉진한다.

칡은 갈증을 제거한다. <동의보감>에는 ‘진액이 생기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한다. 허해서 나는 갈증은 칡뿌리가 아니면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진액은 침, 눈물 등 몸에서 분비되는 액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구강건조증, 당뇨병이나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입마름에도 도움이 된다.

칡은 가슴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동의보감>에는 ‘번갈을 멈추고 (중략) 가슴에 열을 없앤다’고 기록돼 있다. 따라서 칡은 속열을 내리며 가슴이 답답하면서 나타나는 울화병(鬱火病)에 도움이 된다. 칡은 마치 열풍이 불면서 덥고 건조한 사막에 촉촉한 비를 내려주는 것과 같다. 이런 효능을 보면 칡은 속이 냉한 체질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칡의 부산물 중 성질이 가장 서늘한 것은 바로 칡 전분이다. 많은 한의서에 ‘대한(大寒)하다’고 했다. 매우 차갑다는 의미다. <동의보감>에는 ‘꿀물에 타 마시면 술 마신 사람의 갈증이 아주 잘 풀린다’고 했다. 구역감이 심할 때는 여기에 생강즙을 타서 마시면 바로 멈춘다. <식료본초>에 ‘주독을 푸는 데 신묘(神妙)하다’고 했을 정도다.

칡은 폐경기 여성에게도 좋다. 칡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작용하는 이소플라본이 많이 함유돼 있다. 흥미롭게도 칡은 대두와 같은 콩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경기 여성들이 가슴이 답답하면서 상열감이 있을 때 칡을 섭취하면 열감을 내려주면서 폐경기증상을 전체적으로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칡은 구태의연한 건강식품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몸살감기, 뭉침, 중독, 건조, 화병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칡을 섭취해보자. 열을 내리고 뭉친 근육은 풀어줄 것이다. 또 입안에 침이 생기고 가슴이 시원해지면서 해독이 될 것이다. 칡은 보기엔 ‘칙칙’하지만 그 효능만큼은 ‘철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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