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갓’, 맛도 효능도 채소 중의 God(갓)이네
[한동하의 식의보감] ‘갓’, 맛도 효능도 채소 중의 God(갓)이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11.0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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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갓김치를 별미로 여기는 분들이 많다.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그렇게 쉽게 눈에 띄지 않았는데 요즘은 갓김치를 즐겨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갓이 최근 들어 각광받는 것 같지만 사실 갓의 식용 역사는 무척 오래됐다.

갓은 중국이 원산지로 십자화과 배춧속에 속한 한해살이 식물이다. 배추와 차이라면 기운과 맛이다. <동의보감>에는 ‘생김새가 배추 같은데 털이 있고 맛은 몹시 매우면서 알알하다’고 했다. 배추와 갓은 둘 다 김치의 원료가 되지만 기운과 맛이 아주 색다르다.

예로부터 갓의 종류는 무척 많았다. <본초강목>에는 청개(靑芥), 자개(紫芥), 백개(白芥), 남개(南芥), 선개(旋芥), 화개(花芥), 석개(石芥), 대개(大芥), 마개(馬芥)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청개는 작고 자잘한 가시가 많아 자개(刺芥)라는 이름도 있다. 푸른 잎은 청개, 붉은 잎은 자개, 흰색은 백개라고 해서 색으로도 이름을 구분했음을 알 수 있다. 

시중에서도 청갓과 적갓으로 구분하고 있다. 돌산갓은 청갓의 일종이다. 매운맛은 청갓, 돌산갓, 적갓 순으로 맵다. 한의학으로 보면 적색은 화(火)의 색으로 더 많은 열을 낸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주부들은 보통 갓김치는 돌산갓으로 담그고 동치미는 청갓, 김치 속재료는 적갓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요즘은 돌산갓을 이용한 갓초절임(갓피클)도 개발돼 있고 쌈채소에 적갓이 포함돼 있는 것을 보면 꽤 다양하게 요리에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명나라 포산이 저술한 <야채박록(野菜博錄, 1622년)>에는 산개채(山芥菜), 남개채(南芥菜), 수개체(水芥菜)의 3종류로 그림과 함께 갓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생김새를 보면 요즘의 갓과 비슷하다. 끓는 물에 데쳐 삶아 매운 기를 빼낸 후 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해서 먹는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도 ‘갓은 배추와 같으면서 털이 있고 맛이 맵다. 생으로도 먹을 수 있고 또한 저(葅)로도 된다’고 했다. 여기서 저(葅)는 소금에 절인 채소를 말한다. 당시 중국에는 붉은 고추가 없었다. 여기서 보면 털이 있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많이 개량되면서 털이 없어졌다.

<본초강목>에는 갓을 ‘개(芥)’로 기록하고 있다. 개는 개채(芥菜)의 줄임말이다. ‘맛은 맵고 기운은 따뜻하며 독은 없다’고 했다. ‘구규(九竅)를 시원하게 통하게 하고 귀와 눈을 밝게 한다. 오랫동안 먹으면 속을 따뜻하게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 ‘기침을 멎게 하고 냉기를 제거한다. 폐기를 통하게 하고 가래를 제거하며 가슴과 위의 기운을 열어준다’고 했다. 

갓은 기침, 가래를 완화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피부가려움증, 안질환이 있거나 열체질에 해당하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동의보감>에는 ‘갓의 매운맛은 코에서 더 아린다’라고 했다. 코는 폐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갓은 폐기관지에 작용하면서 기침, 가래를 줄여주고 매운맛은 기운을 발산시켜주기 때문에 막힌 기운을 뚫어주면서 정신을 맑게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몸이 찬 체질은 냉증 개선에도 도움이 되겠다.

<본초강목습유>에는 묵은 갓을 소금에 절인 진개채노즙(陳芥菜滷汁)이란 처방이 나온다. 일종의 갓물김치다. ‘맛은 짜고 성질은 서늘하다. 오래 묵어서 샘물과 같은 색이 나는 국물을 천천히 마시면 담이 내려가고 열이 식으면서 기침이 진정되니, 참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다. 갓을 항아리 속에 넣고 소금에 절인 다음 묻어 두었다가 3~5년 뒤에 꺼내서 쓴다’고 했다. 3~5년 뒤에 꺼내서 약으로 먹는다는 말이다. 이것을 참고해 갓초절임(갓피클)을 만들어놨다 먹어도 좋겠다.

단 갓은 섭취 시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창양(瘡瘍, 종기), 치질, 변혈(便血)에는 삼가라고 했다. 피부가려움증이 있거나 안구충혈, 결막염과 같은 안질환에도 섭취하지 않는다. 열체질의 경우에도 과식하지 말아야 한다. 마치 이들 질환이 있을 때 매운 고추를 먹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다식(多食)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만큼 약성이 강하다는 방증이겠다.

갓의 씨앗도 약으로 사용한다. 씨앗은 개자(芥子)라고도 하고 특히 백개(白芥)의 씨앗을 백개자(白芥子)라고 해서 처방에 많이 들어간다. <본초강목>에는 갓씨는 ‘맛이 맵고 기운이 뜨겁다. 독은 없다’고 했다. 효능은 갓과 비슷하다.

갓씨는 향신료로도 사용됐는데 ‘갓씨를 갈아서 장을 만들어 먹으면 향이 좋고 오장을 통리(通利)한다’고 했다. 우리가 향신료로 사용하는 겨자는 바로 개자(芥子)에서 온 이름이다.

백개자는 삼자양친탕(三子養親湯)이라는 유명한 처방의 원료가 된다. 삼자양친탕은 소자(蘇子, 차조기 씨), 나복자(蘿葍子, 무씨), 백개자(갓씨)로 구성된 처방으로 노인성 폐질환으로 인한 기침·가래와 숨참을 진정시키는 명방이다. 3명의 자식이 부모를 공양한다니 재밌는 처방이름이다.

갓씨에는 특히 시니그린이라고 하는 겨자유 배당체가 많이 포함돼 있어 면역력을 높이고 기침·가래를 제거한다. 시니그린은 십자화과 채소에 풍부한 글루코시놀레이트의 일종으로 으깨지는 과정에서 미로시나아제라는 효소작용에 의해 독특한 매운맛을 낸다. 시니그린은 항암활성을 보이는 성분이다.

또 과거부터 겨자씨를 반창고에 붙인 다음 특정 통증부위나 혈자리에 자극요법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것을 씨앗요법이라고 한다. 반창고와 함께 붙여 놓은 겨자씨부위를 간간이 눌러 자극을 주고 3일에 한 번씩 교체하면 된다. 단 피부가 예민한 경우 가려움증이나 물집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있으면 바로 제거하고 향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갓은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성질이 냉한 돼지고기나 해산물 요리와 함께 조리하면 기운을 평이하게 해 궁합이 잘 맞는다. 돼지고기 김치찌개에도 배추김치보다는 갓김치를 넣고 보쌈이나 생굴도 갓김치와 함께 먹어보자. 사뭇 다른 맛과 속 편함이 있을 것이다. 갓은 맛이나 효능에서나 ‘채소 중의 God’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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