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기형으로 가슴 졸이던 아이, 3D프린팅으로 넓은 세상을 뛰놀다
심장기형으로 가슴 졸이던 아이, 3D프린팅으로 넓은 세상을 뛰놀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11.05 09: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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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동현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양동현 교수는 “3D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선천성심장질환 수술시뮬레이터’ 개발로 아이의 심장 모형을 구현, 집도의가 직접 보고 만지며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특히 선천성심장질환 시뮬레이터는 영상진단만으로는 수술방침이 애매했던 환자의 36%에서 수술계획이 폰탄수술에서 완전교정술로 바뀌는 결과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양동현 교수는 “3D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선천성심장질환 수술시뮬레이터’ 개발로 아이의 심장 모형을 구현, 집도의가 직접 보고 만지며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특히 선천성심장질환 시뮬레이터는 영상진단만으로는 수술방침이 애매했던 환자의 36%에서 수술계획이 폰탄수술에서 완전교정술로 바뀌는 결과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심부전과 폐부종이 더 심해졌습니다.”

생후 17일차 아이는 더는 버틸 힘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아이는 이미 뱃속에서부터 복잡선천성심장질환이 의심된 상황이었다. 출생 후 초반에는 상태가 안정적이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던 차에 일이 터지고 만 것. 아이는 자신의 몸보다 큰 무수한 장치를 꽂고 버텼지만 심부전증상이 심해지면서 결국 수술장으로 옮겨졌다.

선천성심장수술은 외과의와 아이 모두에게 위험부담이 큰 분야다. 복잡심장기형환자는 단순히 구멍을 막거나 이상혈관을 묶는 간단한 수술로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로 선천성심장수술의 위험부담이 감소했다.

양동현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를 소개한다. 양동현 교수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애니메디솔루션의 ‘3D프린팅을 활용한 선천성심장질환 수술시뮬레이터’ 개발에 참여한 인물이다. 사실 영상의학과는 환자와 직접적인 대면이 없는 진료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이유는 영상의학과의 주된 업무는 ‘영상판독’이기 때문. 하지만 소아심장질환에서 영상의학과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영상의학과 의료진은 인체에 칼을 대지 않고 방사선, 자기장, 음파를 통해 인체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3D영상 재구성과 판독’이다. 1차적인 진단은 심장초음파를 통해 대부분 이뤄지지만 수술을 위해서는 보다 입체적인 정보를 외과의사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3차원 CT다. 문제는 복잡심장기형의 경우는 3차원 CT로도 해결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3D프린팅이다. 영상의학과는 3D프린팅, 인공지능 등 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최근 더욱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영상의학과 의사는 ‘Doctor of doctor’라고 불리기도 한다.

“영상판독 자료를 바탕으로 소아심장을 3D프린팅으로 재현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값진 시간입니다.”

담담한 어투 속에 자부심이 한껏 묻어나왔다. 선천성심장질환을 가진 아이의 심장을 3D프린팅으로 구현, 아이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는 양동현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 수술이 필요한 선천성심장질환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일단 모든 선천성심장질환 환아가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선천성심장질환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심장기형 및 기능장애를 갖고 태어난 질환을 뜻한다. 태아기에 진단되기도 하며 출생한 지 수년 뒤에 진단되기도 한다. 대체로 신생아 100명당 4~5명 정도에서 신체적인 기형이 발견되고 100명당 1명 정도에서 선천성심장기형이 발견된다. 가령 정도가 심하지 않은 ‘심실중격결손’은 별다른 치료가 필요 없이 자연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선천성심장질환은 종류에 따라 반드시 수술이 필요할 때가 있다. 종류와 증상이 매우 다양하기에 간단히 말하기는 어렵다.

- 선천성심장질환수술은 고난도 수술로 알고 있다.

맞다. 복잡선천성심장질환의 경우 심장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의 심장은 매우 작아 시야 확보가 어렵다. 따라서 영상의학과, 소아심장과, 소아심장외과 등 여러 과가 협진을 통해 수술계획을 세운다. 문제는 일부 형태가 너무 복잡한 아이들은 3D CT, 심장초음파 등을 통해 충분히 검토했지만 수술하는 외과의사가 영상검사만으로는 적절한 수술계획을 수립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3D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선천성심장질환 수술시뮬레이터’ 개발로 아이의 심장 모형을 구현, 집도의가 직접 보고 만지며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특히 재료의 투명성, 색깔 및 실제 심장 질감과 비슷한 연성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3D모형을 제작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실제 수술에 앞서 수술계획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 선천성심장질환 수술시뮬레이터에서 영상의학과는 무슨 역할을 하는지.

영상의학과는 선천성심장질환 수술시뮬레이션에서 매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3D프린팅의 ‘소스데이터’가 CT영상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징검다리로 생각하면 된다. 우선 영상의학과는 CT를 기반으로 아이의 심장을 판독한 후 3D프린팅이 가능하게 분석, 업체에 자료를 넘긴다. 이 부분에서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소요된다. 하지만 시간이 들더라도 이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이유는 집도의에게 아이의 심장을 직관적으로 볼 기회를 제공, 교정수술과 고식적수술 사이에서 고민했던 의료진의 고충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 3D프린팅이 갖는 최고의 이점은 무엇인지.

환자 맞춤형 수술계획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선천성심장질환 시뮬레이터는 영상진단만으로는 수술방침이 애매했던 환자의 36%에서 수술계획이 폰탄수술에서 완전교정술로 바뀌는 결과를 보였다. 이 연구결과는 2020년 심장학회지 JACC Imaging에 게재됐을 정도로 안정성과 효능이 입증됐다. 또 환자에게 직접 시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아쉬운 점도 명확하다. 비용이 비싼 점, CT분석을 위해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모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개선돼야 할 점이다. 하지만 선천성심장질환을 겪는 환아가 소수라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임상적으로 그리고 향후 비슷한 선천성심장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고려하면 선천성심장질환 수술시뮬레이터는 의료진의 실력향상과 환자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지표다.

- 선천성심장질환 환아의 보호자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선천성심장질환이 있는 아이가 태어나면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하기 힘든 수준일 것이다. 3D프린팅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아픈 아이와 고통을 겪는 그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의료진의 한사람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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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이 2022-03-07 00:36:19
감사해여 좋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