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심장, 심장이식 대기환자의 유일한 대안
인공심장, 심장이식 대기환자의 유일한 대안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11.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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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아환자 심장이식 대기 중 사망률은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편이지만  심실보조장치가 소아환자에게도 활발히 사용되면서 앞으로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 소아환자 심장이식 대기 중 사망률은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편이지만 심실보조장치가 소아환자에게도 활발히 사용되면서 앞으로 예후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예로부터 심장은 생명을 상징했다. 실제로 심장은 가슴 중앙에 위치하면서 체내 곳곳에 피와 산소를 공급하니 생명의 근원이라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선천성심장질환, 부정맥, 관상동맥질환 같이 치명적인 질환이 발생할 경우 심장은 점차 멈춰간다.

멈춰가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심장이식‘이다. 하지만 심장이식에 사용되는 심장은 뇌사자 기증을 통해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그 수는 매우 적다. 결국 환자들은 애가 타기 마련이다.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한 채 숨을 거두는 아이들

심장이식은 말기심근증, 심장판막질환, 말기관상동맥질환 등의 환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하지만 심장이식은 언제 이식받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애를 태운다.

문제는 심장이식에 사용되는 심장은 뇌사상태인 환자에게서만 기증이 가능하며 사망 전에 심장기능이 건강하게 유지된 경우에만 기증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뇌사자 장기기증이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심장이식을 받기까지는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 중 선천성심장질환 환아의 경우 심장기증은 매우 드물다. 또 심장기증이 이뤄지더라도 혈액형, 심장크기 등 여러 요인으로 적합한 심장이식이 이뤄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로 국내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장이식을 기다리던 소아환자 4명 중 1명은 대기 중 숨을 거뒀다.

연구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송진영 교수가 주도했다. 송진영 교수는 2000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삼성의료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어린이병원 등 국내 3개 상급종합병원에 심장이식 대기자로 등록됐던 18세 미만 소아 환자 254명의 진료기록을 검토했다.

연구결과 소아들을 사망케 한 주원인에는 신체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심부전’과 심장 이외의 장기가 기능을 상실한 ‘다기관부전’인 것으로 밝혔다. 이때 소아환자들은 평균 약 63일간 생존했으며 연구팀이 종합한 바 나이와 기저질환, 에크모 적용 여부 등이 아이들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다행히 조사가 이뤄진 환자 254명 중 145명은 심장이식을 받았고 16명은 회복돼 대기자 명단에서 빠졌다. 하지만 27명은 연구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대기자 명단에 남아있었다.

이때 심장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소아환자는 66명으로 26.0%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에서 보고된 소아환자의 심장이식 대기 중 사망률인 17%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사망한 소아환자의 기저질환에는 ‘심근병증’이 66.7%로 가장 많았고 ‘선천성심장질환’ 30.3%,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와 관련된 합병증이 25.7%로 뒤를 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송진영 교수는 “우리나라 소아환자 심장이식 대기 중 사망률은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심실보조장치가 소아환자에게도 활발히 사용되면서 앞으로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토대로 소아 심장이식의 수혜자를 정할 때 대기시간이 아닌 아이가 앞으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와 질병의 양상 등 다양한 요인이 종합적으로 고려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공심장의 개발로 말기심부전환자들이 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인공심장은 생체심장을 대체할 수 없다. 이유는 외부물질과 혈액이 섞이면서 발생하는 혈전 때문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공심장의 개발로 말기심부전환자들이 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인공심장은 생체심장을 대체할 수 없다. 이유는 외부물질과 혈액이 섞이면서 발생하는 혈전 때문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공심장, 갈 길은 멀지만 새 생명 제공

다행히 의료기술의 발달로 적절한 심장을 찾을 때까지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특히 혈액을 신체 나머지 부분으로 펌프질할 수 있게 도와준 ‘인공심장’의 개발은 환자가 심장이식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인공심장은 완전한 심장의 대체품이라 말할 수는 없다. 이유는 외부물질과 혈액이 섞이면서 발생하는 혈전 때문. 즉 현재 인공심장의 주요 역할은 이식이 가능한 생체심장이 나타날 때까지 심장의 기능을 대신하는 한시적 대체품인 셈이다.

분명한 건 인공심장은 말기심부전환자에게는 한 줄기 희망이다. 심장이식 대기자의 6개월 사망률은 21%이며 1년 사망률은 약 50%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몇몇 환자는 고령 또는 동반질환과 같은 이유로 심장이식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인공심장으로는 ▲메드트로닉 ‘하트웨어 HVAD’ ▲애보트 ‘하트메이트2’ ▲‘하트메이트3’ 등이 있다. 이중 가장 안정적이고 최신 기술이 집약된 인공심장은 하트메이트3이다.

하트메이트2는 모터로 움직이는 혈액펌프가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서 혈액흐름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를 위해 좌심실에 구멍을 뚫어 관을 박아 심장 밖으로 피를 뺀다. 이때 중간의 순환모터가 혈액을 대동맥궁으로 다시 보낸다. 단 환자는 조끼나 벨트 등 2Kg의 보조장치를 몸에 지녀야 한다. 문제는 하트메이트2 장기간 사용 시 순환모터 펌프 주변에 혈전이 발생한다는 것. 이것을 보완한 것이 3세대 인공심장 ’하트메이트3‘다.

하트메이트3는 하트메이트2와 좌심실에 관을 연결한 기존 방식과 달리 바로 좌심실에 원심형펌프를 연결, 관을 줄여 혈전문제를 최소화했다. 게다가 자기부상원리가 접목돼 2초마다 혈류 속도를 제어해 혈액이 축적되는 것을 방지한다. 이러한 안전성은 미국심장학회(ACC) 2018에서 입증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심부전팀이 지난해 10월 국내 첫 수술을 진행했으며 현재 100례 이상을 진행, 수술성공률 99%를 보였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심부전팀 김다래 순환기내과 교수는 “하트메이트3는 대규모 연구에서 2년 생존율이 79%로 심장이식과 비교해 거의 비슷한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면서 “특히 인공심장을 장기간 유지해야하는 환자들에게 더욱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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