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월경전불쾌장애’, 몸이 외치는 고독과 통증의 신호
불안한 ‘월경전불쾌장애’, 몸이 외치는 고독과 통증의 신호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12.0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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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성일 헤스티아 여성의원 대표원장
추성일 대표원장은 “월경(생리)은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만약 월경전불쾌장애, 월경전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추성일 대표원장은 “월경(생리)은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만일 월경전불쾌장애, 월경전증후군 등을 앓고 있다면 적극 치료받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 몇 개월간 몸이 혹사당한다면 어떨까. 누구나 망가지기 일쑤랴.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것을 쉽사리 용납하지 않는다. 결국 몸의 한 곳이 엇나가 병원을 방문하면 고통이 무색하게 얇디얇은 ‘진단서’ 한 장이 우리에게 건네진다. 나의 고통이 진단서 한 장이라니, 우리는 알 수 없는 비참함에 빠진다. 하지만 진단서가 있어야 우리 사회는 ‘병가’라는 안식을 보내준다.

그런 의미에서 월경(생리)은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여성에게 월경이란 건강의 척도다. 문제는 이 월경이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여성마다 다르겠지만 ‘월경통’이라는 고약한 통증이 함께 하기 때문.

직업 특성상 심심치 않게 ‘월경통’에 관한 기사를 접한다. 평소 월경통이 심한 여성이 생리휴가를 신청했지만 증명하라는 뜻밖의 요구, 생리휴가를 연차에서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은 생리휴가 기피를 유발하는 요인임이 틀림없다.

우리는 남의 고통에 무색하다. 아니 말을 수정해야겠다. 우리는 남의 고통에 무색한 것이 아니라 겪지 못한 고통에 공감할 수 없는 것이다.

“고통이 심했을 텐데 이제 찾아온 환자들을 종종 봅니다. 심한 월경통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인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추성일 헤스티아 여성의원 대표원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진료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헤스티아 여성의원의 대표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또 임신, 출산, 성병, 피임 등 여성건강과 관련된 산부인과 지식을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우리동네산부인과, 우리동산’ 유튜브 채널을 개설, 유튜버로도 활동 중이다. 월경 관련 질환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 ‘월경’과 ‘생리’ 어떤 단어가 맞는 표기인지.

사실 단어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월경’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생리는 여성들에게 발생하는 생리현상 중 하나라 많이 쓰인 것이다. 진료현장에서 역시 상황에 맞게 사용한다. 가령 월경이라고 설명하다가 여성이 생리라고 하면 그 단어로 통일한다. 아무래도 언어다 보니 상대방과 소통하는 데 편한 단어를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난임과 불임, 폐경, 완경 등의 단어처럼 사회가치관이 내포돼 있지 않은 만큼 사용자가 편한 단어를 사용했으면 한다.

- 월경통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월경은 임신 준비를 위해 호르몬 작용으로 두꺼워진 자궁내막이 임신하지 않게 되면서 탈락되는 과정이다. 이때 자궁 내막에서는 ‘프로스타글란딘’이 분비된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자궁수축을 통해 불필요하게 된 점막을 혈액과 함께 체외로 배출하는 기능이 있다. 문제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지나치게 분비될 경우 자궁수축이 강하게 이뤄져 월경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월경통은 일반적으로 월경을 시작하기 직전과 시작하면서 발생, 월경 시작 2~3일내로 없어진다. 이때 골반 내 뚜렷한 이상이 없으면 1차성 월경곤란증이라고 하며 골반 내 이상을 동반하면 2차성으로 구분한다. 월경통의 발생기간은 월경의 지속기간, 양과 비례하기 때문에 월경기간이 길거나 양이 많을수록 통증이 더욱 심하다.

- 월경곤란증 외에 다른 증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월경 관련 증상에는 월경통(월경곤란증) 외에 ‘월경전증후군’ ‘월경전불쾌장애’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월경전증후군(Premenstrual Syndrome, PMS)은 월경이 발생 전 호르몬변화에 의해 우리 몸에 변화가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월경전증후군 증상으로는 ▲불쾌감 ▲유방통 ▲두통 ▲메스꺼움 등이 있다. 반면 월경전불쾌장애(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 PMDD)는 월경전증후군이 심해 일상생활에 큰 장애를 일으킨다.

정리하자면 월경전증후군은 월경 전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을 칭하며 월경전불쾌장애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월경전불쾌장애는 심한 우울감, 화남, 불안, 우울, 초조함, 억제할 수 없는 식욕 등으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심한 경우는 자살감을 느끼기도 한다. 월경전불쾌장애는 전체 여성의 3~8% 정도가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부인과는 진료 문턱이 높다. 아마 ‘산과’가 주는 단어 때문이랴. 하지만 용기를 내 산부인과를 방문한다면 월경불쾌장애, 월경전증후군의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산부인과는 진료 문턱이 높다. 아마 ‘산과’가 주는 단어 때문이랴. 하지만 용기를 내 산부인과를 방문한다면 월경불쾌장애, 월경전증후군의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 월경전증후군과 월경전불쾌장애의 자가테스트 기준이 있는지.

자가테스트를 권장하지 않는다. 이유는 대부분이 정신과적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경전증후군과 월경전불쾌장애 진단은 환자와 상담을 통해 진단한다. 여기서 진단 기준은 ‘개인이 일상생활을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다. 가령 ‘월경 전에 떡볶이가 많이 먹고 싶어’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월경 전 지인에게 감정을 폭발적으로 토해낸다’고 하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것은 호르몬에 의한 문제로 상담을 통해서만 심한 정도를 알 수 있다.

- 치료가 매우 중요할 것 같다.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치료옵션은.

월경곤란증은 일차적으로 소염진통제를 통해 통증을 없앨 수 있다. 만일 증상이 지속된다면 경구피임약을 고려할 수 있다. 경구피임약은 자궁내막 증식자체를 억제해 월경곤란증 자체를 줄여주기 때문. 경구피임약은 이러한 기전으로 월경과다증에도 치료옵션이 될 수 있다.

반면 월경전증후군과 월경전불쾌장애는 세로토닌 불균형이 원인이기 때문에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나 ‘드로스피레논이 함유된 경구피임약’을 사용할 수 있다.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월경곤란증, 월경전증후군, 월경전불쾌장애, 월경과다 등의 질환이 동반될 경우 드로스피레논이 함유된 피임약을 처방하고 있다.

- 피임약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헷갈릴 것 같은데.

좋은 질문이다. 경구피임약은 현재 4세대까지 시판됐다. 경구피임약은 프로게스틴의 합성 항체호르몬의 성분 종류에 따라 세대를 나눈다. 4세대 경구피임약은 드로스피레논을 함유한 복합경구피임약이다.

드로스피레논 복합경구피임약에는 알약이 28개 들어있는 것과 21개가 들어있는 것이 있다. 21알 약제는 일반적인 피임약방식이기 때문에 21알 먹고 기다리면 생리가 시작하는 방식이다. 반면 28알 약제의 경우 24개 외 나머지 4알은 위약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먹어야 한다.

이때 24일 투약, 4일 쉬는 방법의 피임약은 기존 피임약에 비해 휴약기간이 짧아 체내호르몬 변동성이 덜하고 드로스피레논의 반감기가 30시간으로 길어 약물효과가 오래 유지된다. 즉 두 약의 성분은 같지만 호르몬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월경전불쾌장애치료제 또는 피임 목적 치료 등의 차이를 갖는다.

- 복합경구피임약 처방 시 유의사항이 있다고 들었다.

맞다. 복합경구피임약 처방 시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일단 복합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혈전증위험이 조금이나마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또 35세 이상이거나 하루에 담배를 15개피 이상 피우는 사람에게는 복합경구피임약이 금기다.

유방암 위험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피임약이 아무래도 호르몬제제이기 때문에 피임약을 복용하면 유방암위험률이 높아질 수 있다. 만일 작은 유방암이 있는 상태에서 호르몬제를 복용하면 암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피임약복용을 중단하면 유방암위험이 사라진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반면 자궁내막암, 대장암, 난소암 등은 피임약이 그 위험성을 낮춰준다는 보고도 있다.

- 헷갈리는 부분이다. 어떤 방법이 가장 안전한지.

대부분 피임약을 짧게 쓰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치료의 목적은 건강이다. 따라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피임약을 복용해야 한다.

추성일 대표원장은 환자를 위해 ‘소통’을 강조한다. 이런 까닭에 몸소 블로그,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여성건강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사진=우리동네산부인과, 우리동산).
추성일 대표원장은 환자를 위해 ‘소통’을 강조한다. 이런 까닭에 몸소 블로그,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여성건강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사진=우리동네산부인과, 우리동산).

- 경구피임약의 치료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월경곤란증, 월경전증후군, 월경전불쾌장애 등은 호르몬 조절이 안 되면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조절을 위해 장기적으로 경구피임약을 쓰게 되는 상황이 자주 있다. 다행히 연구된 바에 따르면 10년 이상 안전성이 확인된 약제도 있고 필요에 따라 다른 약제로 조금씩 바꿔가면서 쓸 수 있다. 또 4세대 복합경구피임약 역시 유럽 7개국에서 최대 10년(평균 5.4년) 추적 관찰한 결과 정맥혈전색전증 이상반응발생률이 다른 프로게스토겐 함유 피임약과 유사한 수준인 만큼 매우 안전하다.

- 피임약을 오래 복용하면 난임이 된다는 말이 있다.

피임약을 오래 먹으면 난임이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오해다. 현재 나와 있는 연구에 따르면 자궁내장치나 피임약을 중단하면 가임력이 바로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피임약 중단 후 1년 이내 80%, 2년 이내 90% 정도로 임신에 성공한다.

- 경구피임약이 안전하다고 했는데 부작용은 없는지.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 경구피임약 역시 부작용은 존재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경구피임약을 처음 복용할 때는 부정출혈, 기분변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경미한 수준으로 수개월 이내 사라진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지속된다면 상담을 통해 약을 조절해야 한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구피임약에 의한 부작용은 안 좋은 작용이 아니라 부수적인 작용이라는 것이다.

- 월경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인지.

대학병원은 잘 모르겠지만 월경곤란증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분들이 적지는 않다. 다만 월경하는 여성의 대략 50~80% 정도가 월경곤란증을 겪고 있을 것이라 추정된다. 하지만 지난해 경우 약 5만 명 정도밖에 진료를 보지 않아 그 수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다. 이런 까닭에 실제로 병원을 찾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한 번 진료를 보는 사람은 계속 치료를 받고 안 오는 사람은 안 오는 상황이다. 아마 산부인과라는 진료 문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따라서 진료현장에 있는 의사들이 소통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해야 한다. 저 역시 소통을 위해 홈페이지, 블로그, 유튜브 채널 등을 개설했으며 진료 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지 않고 우선 환자와 친밀감을 쌓는다.

- 월경통이나 월경 관련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여성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월경과 관련된 불편함이나 증상이 있다면 먼저 상담을 받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산부인과 상담비용 자체는 비싸지 않다. 산부인과 문턱이 높기는 하지만 그 문턱을 용기 내 넘는다면 충분히 많은 이점이 있다. 듣고 공감하겠다. 여러분이 용기를 내 방문한 이상 우리 역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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