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약국은 ‘약’만 받는 곳이 아니랍니다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약국은 ‘약’만 받는 곳이 아니랍니다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12.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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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국 하면 어떤 업무가 떠오르시나요?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수납하고 약을 받는 곳, 아픈 곳이 있을 때 간단하게 복용할 의약품을 구입하는 곳, 치간칫솔, 치실, 마스크, 자가진단기기 등 의약부외품과 의료기기를 사는 곳,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상담하는 곳 등등 다양한 업무를 떠올릴 것입니다.

약국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환자의 처방전을 검토하고 조제‧투약하는 것 ▲다른 하나는 처방 없이 약국에 방문한 환자와 상담해 그들이 증상에 잘 대처하고 필요한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셀프메디케이션)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업무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약물 부작용’과 ‘환자안전사고’에 관한 상담입니다.

약국은 인체에 생리활성 영향을 주는 모든 제품을 취급하는 곳입니다. 인체 생리활성을 미치는 물질은 식품, 건강식품,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의약품 등 다양하지만 그중 의약품은 약국을 통해서만 판매가 가능합니다. 가장 강한 생리활성을 갖고 있는 물질이 바로 의약품이기 때문입니다. 강한 생리활성을 갖고 있다는 건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떤 업무든 소비자에게 약을 최종 전달하는 곳은 바로 약국입니다. 하지만 약을 전달하고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약을 복용하고 나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지, 약에 대한 부작용은 없었는지를 파악하는 곳도 바로 약국이죠. 물론 질병을 치료하는 곳은 병원이지만 약을 복용하고 난 뒤 상태를 파악하는 곳은 약국의 중요한 업무이기도 합니다. 약을 투약한 뒤 팔로업하는 업무는 환자 안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입니다.

기관을 통한 부작용 보고는 얼마나 되고 있을까요? 2020년 25만9000여건이 보고됐는데 이는 2016년 22만9000여건보다 무려 3만여건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주로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원내 부작용 보고가 많긴 하지만 약국도 전체 보고의 10%를 차지하면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부작용이 더 생기고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왜 부작용 보고는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을까요?

보통 부작용이라고 하면 몸에 중대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칼럼을 통해 계속 강조해왔던 것처럼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증상들도 약물 부작용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약 상담 시 이런 실마리는 굉장히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환자에게 약 복용 후 나타난 대표적인 부작용을 물어본 뒤 다른 불편한 점이 없었는지 물어보면 생각지 못한 답이 올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가벼운 부작용, 즉 항생제 복용 후 설사가 발생했는지 또는 항히스타민제 복용 후 졸음 등이 발생했는지 물어본 뒤 다른 불편한 점이 없었는지 물어보면 많은 환자 분들이 한 번 더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곤 가려움이나 입마름, 소변 불편 등 다른 부작용들을 이야기하게 되지요. 환자 입장에선 일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약물 부작용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입니다. 부작용 보고가 늘고 있다는 건 이렇게 음지에 있던 부작용 사례를 양지로 끌어올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약국에서는 약사와 약물 부작용에 관해 상담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약 복용 후 조금이라도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약사와 적극 상담하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렇게 약국에서 모인 부작용 정보는 의약품안전관리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보고됩니다. 양 기관에서는 약물과 부작용이 관계가 높은지 인과성을 따져 인과성이 높은 경우 정식 부작용 사례로 접수됩니다. 이 과정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약물 부작용이 새롭게 밝혀지거나 적거나 경미하게 유발된 부작용도 수시로 또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알려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양 기관에 보고된 다양한 부작용 사례는 다시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는 장치로 작동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환자안전사고 보고’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환자안전사고’란 ‘환자안전에 불필요한 해를 줬거나 환자에게 해를 미칠 수 있는 모든 사고’를 말합니다.

예전에는 약을 복용하거나 입원한 환자들에게서 발생한 낙상사고가 가장 많은 보고 건수를 차지했지만 최근 약국에서도 보고에 적극 참여하면서 투약 오류가 현저히 늘고 있다고 합니다.

증상에 맞지 않게 처방 나오거나 용량이 잘 못 나오는 등의 ‘처방 오류’, 사람 이름이 바뀌어 약이 나가거나 약이 적게 나가는 등의 ‘투약 오류’, 환자가 복약지도를 잘 이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복약 오류’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냥 실수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던 것들을 데이터화해 차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죠. 이 역시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장치로 작동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피드백 시스템들의 목표는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 시스템의 성공은 병원과 약국 그리고 환자가 얼마나 신뢰를 갖고 함께 힘을 합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약사는 투약 후 환자에게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하며 환자도 약사에게 적극 협조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항상 ‘부작용 보고는 복약지도의 마침표와 같다’고 말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환자안전사고보고’도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약국은 단순한 생리활성 물질의 판매처가 아닌, 환자가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세요. 또 약 복용 후 가볍게 발생한 이상증상도 약사에게 꼭 말해주세요.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이미 약을 복용한 환자들은 물론, 차후 약을 복용할 환자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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