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겨울 제철 ‘꼬막’, 냉증‧위장병에 최고
[한동하의 식의보감] 겨울 제철 ‘꼬막’, 냉증‧위장병에 최고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12.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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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해산물을 먹은 후 배앓이를 하고 설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산물의 성질이 대부분 서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화가 잘 안 되고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도 잘 맞는 겨울철 해산물이 있다. 바로 그 어떤 미미(美味)에도 뒤지지 않는 ‘꼬막’이다. 필자도 이맘때면 어릴 적 어머니가 삶아준 꼬막을 그리워하는 이른바 꼬막덕후다.

꼬막이란 이름은 ‘작다’라는 뜻의 꼬마에서 유래됐다. 한자어로는 육질의 맛이 달아서 감(蚶)이라고 했고 껍질은 기와지붕을 닮았다고 해서 와롱자(瓦壟子) 또는 와릉자(瓦楞子)라고 했다. 한국의 고서 문집에는 강요주(江瑤柱)라는 이름으로 기록돼 있다. 만일 한의서에서 찾고자 한다면 감(蚶)으로 찾으면 된다.

그런데 <본초강목>에서는 꼬막을 괴합(魁蛤)이라고 했다. 이시진은 ‘괴(魁)는 갱두(羹斗; 국을 뜨는 국자)의 이름이고 합(蛤)은 조개를 닮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괴(魁)와 두(斗) 모두 국자와 같은 용기를 뜻하는 이름이다. 하지만 여기서 괴는 우두머리나 으뜸이라는 의미가 있어 괴합(魁蛤)은 ‘으뜸가는 조개’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여담으로 괴와 두는 북두칠성의 이름으로도 사용된다. 북두칠성에서 국자같이 네모난 네 개의 별을 괴(魁)라고 하고 손잡이의 나란히 배열된 세 개의 별을 표(杓)로 구분한다. 괴와 표를 합쳐서 두(斗)라고 한다. 따라서 북(北)에 있는 두(斗) 즉, 7개의 별이라고 해서 북두칠성이란 이름이 지어졌다.

꼬막의 성질은 따뜻하다. 해산물은 대부분 성질이 서늘한 편에 속하지만 꼬막과 홍합은 성질이 따뜻하고 해삼이나 전복은 평이하다. 반면 해파리, 게, 굴, 맛조개, 대합 등은 성질이 서늘하다. 따라서 속이 냉한 분들은 신선한 조개구이라도 설사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있다. 평소 속이 냉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들은 이 점을 기억해두면 좋겠다.

꼬막은 성질이 따뜻하고 소화가 잘 돼 몸이 냉하고 소화기가 약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꼬막껍질도 불에 구워 식초에 담가놓으면 칼슘을 듬뿍 섭취할 수 있으며 꼬막 삶은 물 또한 타우린성분이 녹아나 버리지 않고 마시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다양한 한의서를 통해 꼬막의 효능을 살펴보자. 먼저 꼬막은 위장병에 좋다. <식료본초>에는 ‘오장을 잘 돌게 하고 위를 튼튼하게 하며 입맛을 돋운다’라고 했다. 또 ‘음식을 소화시킨다’고 했다. 꼬막육은 위장기능을 강화하면서 소화를 돕는다.

<식물본초>에는 ‘꼬막은 비위(脾胃)를 건강하게 하여 사람이 밥을 먹을 수 있게 만든다’고 했다. 여기서 비위는 췌장과 위장을 의미한다. 평소 소화기가 약해서 식욕이 없는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식욕이 없다면 꼬막비빔밥이 진정한 밥도둑이다. 꼬막은 몸이 냉하고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에게 적합한 식품이다.

꼬막은 몸의 냉기를 제거한다. <식료본초>에는 ‘심복(心腹)의 냉기와 허리와 등의 냉풍(冷風)을 주로 치료한다’고 했다. 또 ‘신(腎)의 냉풍을 주로 치료한다. 끓여서 공복에 10여개 먹고 밥으로 그 기운을 누르면 신묘하다’고 했다. 특히 콩팥이 위치한 허리부위의 냉기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허리가 유독 차가운 느낌이 있는 만성 요통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그렇다면 곧바로 밥을 먹어서 기운을 누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본초강목>에는 ‘꼬막을 먹고 나면 밥을 먹어서 눌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입안이 건조해진다’고 했다. 입안이 건조해진다는 것은 짠맛 때문이다. 오행적으로 토(土)는 수(水)를 억누르는데 토는 감미(甘味)고 수는 함미(鹹味)에 속한다. 밥의 단맛으로 꼬막의 짠맛을 진정시켜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꼬막은 남성의 성기능을 강화한다. <동의보감>에는 ‘꼬막은 기양(起陽), 즉 양기를 일으킨다’라고 했다. 여기서 양(陽)은 남성의 생식기를 의미하고 기양(起陽)은 발기능력을 개선시킨다는 의미다. 사실 꼬막에는 다른 어떤 해산물보다도 타우린성분이 많아서 활력을 준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의 활력에도 좋다.

꼬막은 혈색을 좋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꼬막은 혈색을 도와준다’라고 했다. 꼬막을 먹으면 창백했던 피부색이 발그스레하게 좋아진다. 꼬막의 성질은 따뜻하면서 철분함량도 높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보혈작용을 한다. 평소 냉증, 저혈압과 함께 철결핍성 빈혈로 인해 안색이 창백한 여성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꼬막껍질도 약으로 사용했다. 꼬막껍질은 감각(蚶殼)이라고 하고 어혈과 적취(積聚)를 제거한다. <본초강목>에는 ‘꼬막껍질은 맛이 달고 짜며 기운은 평하다’고 했다. 더불어 ‘일체의 혈기(血氣), 냉기, 징벽(癥癖)을 치료하고 담적(痰積)을 풀어준다’라고 했다. 즉 꼬막껍질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며 몸 안에 생긴 단단하게 뭉친 양성종양을 풀어준다는 말이다.

담적(痰積)은 위장이 단단하게 뭉친 증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식사와 무관하게 빈 속인데도 위장이 단단하게 뭉친 기운이 있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위장 평활근의 긴장도가 높아서 단단하게 뭉치는 증상으로 일종의 기능성 위장장애다.

꼬막껍질은 불에 구워서 활용한다. <의원거강>에는 ‘꼬막껍질을 불에 달구었다 식초에 넣어 식히기를 3번 한 후 가루 내어 다시 식초로 쑨 풀에 반죽하여 환을 만들어 먹는다’라고 했다. <식료본초>에는 이 환에 초고환(醋膏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식초는 꼬막껍질의 유효성분을 추출하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속을 편하게 하고 뭉친 기운을 풀어주는 작용을 한다.

만일 이러한 방법으로 섭취가 어려운 경우라면 꼬막껍질을 불에 달궈 식초에 담가놓으면 된다. 이렇게 하면 식초에 꼬막의 탄산칼슘과 함께 수용성성분이 녹아난다. 식초와 꼬막껍질의 양은 10:1 정도로 하면 된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 뒀다가 위의 맑은 식초물만 걸러내 이것을 소량씩 음용하거나 요리에 활용해도 좋다. 이름하여 ‘천연꼬막칼슘 식초’로 천연칼슘 보충제로도 손색없다.

이렇게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은 꼬막도 과식하지 말도록 했다. <본초강목>에는 ‘구워먹으면 사람에게 도움이 되나 과하면 기를 옹색(壅塞)하게 한다’고 했다. 기를 막히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비만하거나 열이 많은 체질인 경우 적당히 즐겨야겠다. 앞서 10개 정도를 먹으라고 한 것을 보면 꼬막의 약성은 적은 양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조선 후기 추산 노이점이 지은 <수사록(隨槎錄)>이란 기행문이 있다. 노이점은 당시 연암 박지원과 함께 중국 북경을 방문하고 돌아와서 독자적으로 기행문을 별도로 작성했다. 아래 내용은 조선에서 중국으로 가져간 말린 꼬막을 중국에서 만난 한운해라는 청년이 맛보는 장면이다.

「상사가 말하기를, “(중략) 이것은 강요주(江瑤珠; 꼬막)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해산물입니다. 일찍이 동파의 시에도 그 맛이 여지(荔支; 리치)에 비할 만하다고 일컬은 것을 보았습니다”라고 했다. 한운해가 말하기를, “강요주의 맛이 매우 훌륭합니다. 지난해에 조유하가 가지고 왔을 때 일찍이 한번 맛있게 먹은 적이 있습니다”라고 하고 또 말하기를, “이것은 날것으로 먹습니까? 익혀서 먹습니까?”라고 했다. 상사가 말하기를, “이것은 날것입니다. 다만 시간이 오래되어 말라서 막 캐낸 꼬막만큼 맛이 좋지 않을 뿐입니다”라고 했다.」

이처럼 꼬막은 말려서 먹어도 좋다. 생으로 까서 말려도 되고 껍질을 까기 힘들면 적당하게 삶아낸 후 살만 발라내 말린다. 술안주로도 좋고 저장성이 좋아 때에 따라 국에 넣어도 좋다. 꼬막을 삶아낸 물도 버리지 않고 먹어야 한다. 모름지기 저농도 타우린탕이다. 가라앉힌 윗물을 국에 넣거나 죽을 쒀 먹어도 좋다. 꼬막을 깔 때 진흙을 씻어내는 용도로도 좋다.

꼬막의 맛은 매우 깊다. <식료본초>에서는 ‘맛이 최고로 무겁다[重]’고 표현했다. 그 어떤 최고의 요리사도 꼬막의 깊이 있는 맛을 흉내 내기 어려울 것이다. 꼬막의 맛이 무겁다는 표현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꼬막은 적당히 삶는 것이 관건이다. 너무 오래 삶으면 그 중후한 맛을 잃게 된다. 본인의 추천은 끓는 물에 꼬막을 넣고 뚜껑을 닫은 후 불을 끄고서 4분만 기다렸다 꺼내는 것이다. 저어줄 필요도 없다. 벌어지기 직전의 꼬막이야말로 최고의 맛과 효능을 낼 수 있다. 삶은 꼬막은 살짝 미소를 머금은 상태일 때가 맛과 영양은 물론 건강에도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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