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감염병, 지속가능한 방역체계 갖춰야
신종감염병, 지속가능한 방역체계 갖춰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12.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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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최재욱 교수는 “코로나19를 제외하고 또 다른 신종감염병은 분명 창궐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지속가능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최재욱 교수는 “코로나19를 제외하고 또 다른 신종감염병은 분명 창궐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지속가능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역학(감염병의 예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역학은 예방의학의 핵심요소다. 역학의 가장 큰 장점은 미지의 새로운 질병이 창궐했을 때 제한된 정보를 갖고 대응책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역학은 2002년 사스(SARS),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MERS)를 거쳐 크게 발전했다. 이에 2019년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도 ‘K-방역’이라는 성공적인 역학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같은 개발도상국은 역학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아 신종감염병이 창궐하면 국가 인프라가 멈춰버린다. 때문에 개발도상국은 선진 방역국가에 신종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을 부탁하는 실정이다. 지구 반대편의 국민을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은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 코로나19 포괄적 지원프로그램’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 우즈벡에서 국내 최초로 1급 보급훈장을 수훈했다.

쑥스럽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파견돼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사실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다. 이유는 인프라 때문이었다. 우즈벡에서 코로나19 대응체계를 구축할 때 당황했다. 중앙부처에만 전산망이 구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 역학조사관들은 코로나19 현황을 수기로 작성하고 있었다. 이에 처음 계획과 달리 컴퓨터 지급을 시작했다. 또 중증코로나19 환자에게 필요한 산소발생기가 부족해 외교부와 협력해 산소발생기 87대를 공급했다. 정부와 코이카(KOICA) 모두가 노력한 결과물이다.

- 고난이 많았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우즈벡 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나라에 K-방역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요청을 했다. 당시 우즈벡 코로나19 현황은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문제는 방역대책이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선도적으로 마련했다. 하지만 우즈벡은 국민 10명 중 1명만이 마스크를 착용했을 정도로 방역수칙이 미비한 실정이었다.

이에 ‘코로나19 국가자문관’으로 임명돼 역학조사와 생활치료센터 운영 등에 자문역할을 했다. 파견을 통해 한 일은 총 2가지였다. ‘K-방역모델의 3T(▲TEST ▲TRACE ▲TREAT) 분석을 통한 우즈베키스탄 내 적용방안 도출 컨설팅’과 ‘2021 코로나19 포괄적 긴급지원의 일환으로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및 역량강화 사업’ 등이었다.

- 구체적인 설명 부탁한다.

이번 사업은 정부, 코이카(KOICA) 등과 함께하는 ‘우즈베키스탄 코로나19 포괄적 지원프로그램’이었다. 이중 가장 중점적으로 진행한 것은 ‘국립위생역학처와 타슈켄트 의과대학과 협력하는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및 역량강화 사업’이다. 국립위생역학처는 우리나라의 질병관리청, 타슈켄트 의과대학은 서울대의과대학이라 생각하면 된다.

긴급대응사업이지만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 2~3년을 주기로 신종감염병이 출몰하고 있다. 신종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우즈벡에 방문해 프로토콜을 구성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역학조사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성해야 했다. 이에 ▲우즈벡 내 역학관리 현황 분석 및 한국보건방역 역학관리 기반 전문컨설팅, 사업추진계획 수립 ▲감염병 역학관리 중장기 전략 수립 ▲감염성질환 역학전문가 역량강화를 위한 현지 프로그램 수립 및 교육 지원 ▲모니터링 및 성과관리, 결과보고 등을 추진했다.

- 타슈켄트 의과대학에 전수했던 교육프로그램이 궁금하다.

지속가능성의 핵심은 ‘인적자원’이다. 현재 우즈벡은 코로나19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 결핵과 에이즈가 심각한 상황이다. 만일 훌륭한 인적자원이 있다면 얼마든지 감염병 대응이 가능하고 추후 그 지식을 전수할 수 있다. 이에 교육과정에 ▲역학 ▲감시 ▲예방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동시에 연구역량을 중점적으로 끌어올렸다. 조사 연구역량은 새로운 감염병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이밖에 단기적으로는 역학처에 있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감염병 대응구축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한다.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내년부터는 3차 감염병 역량강화 사업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이미 지쳐 있고 상황이 나아지면 잊어버리고 말 것이다. 이는 사업에 참여하는 정부뿐 아니라 의료진, 코이카 등 모두가 포함된다. 하지만 또 다른 신종감염병은 분명 창궐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를 기억하자. 모두가 노력했지만 완벽한 방역체계를 구축할 순 없었다.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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