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 조산·아토피·자폐증 발병위험 높여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 조산·아토피·자폐증 발병위험 높여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12.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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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는 유방암을 비롯해 간, 신장, 심장, 폐 등에 발암성을 유발하며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생식호르몬에 악영향을 미친다(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는 유방암을 비롯해 간, 신장, 심장, 폐 등에 발암성을 유발하며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생식호르몬에 악영향을 미친다(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화학물질로 1930년부터 사용해왔다. 문제는 프탈레이트는 환경호르몬 중 하나로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프탈레이트는 그 종류만 해도 39종에 달하며 유방암을 비롯해 간, 신장, 심장, 폐 등에 발암성을 유발한다. 또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정자 수 감소, 정자 내 DNA 손상 등 생식호르몬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프탈레이트류 중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를 인체발암가능물질 ‘그룹2B’로 분류했으며 ‘부틴벨질프탈레이트(BBP)’는 ‘그룹3’으로 분류했다.

결국 전 세계는 프탈레이트에 관한 규제를 강화했다. 2005년 유럽연합(EU)은 프탈레이트계 ▲DEHP ▲DBP ▲BBP ▲DNOP ▲DIDP ▲DINP 등 6종을 0.1% 이상 사용을 금지했다. 또 미국은 2009년 0.1% 이상 프탈레이트를 함유한 어린이 장난감이나 육아용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우리나라 역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기구·용기·포장 및 위생용품 등 전반에 대한 프탈레이트의 잔류량을 검사해 일회용 면봉, 기저귀, 영유아용 기구·용기·포장의 기준과 인체노출안전 기준을 설정·관리하고 있다. 또 환경부에서는 ‘화학물질관리법’에 의거해 프탈레이트 6종(▲DEHP ▲DBP ▲BBP ▲DNOP ▲DIDP ▲DINP)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프탈레이트에 노출된 어린이 자폐증 위험↑

프탈레이트의 유해성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됐다. 그중 임신부가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면 태어난 자녀가 자폐스펙트럼장애(ASD)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영유아에게 발병하는 난치성신경발달장애로 국내유병률은 2% 내외다.

이는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와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인향 교수, 코펜하겐대 임연희 교수 연구팀이 10년간 장기 추적한 연구결과다.

연구는 547쌍 모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임신 평균 20주 중기의 산모와 4·6·8세 어린이 소변을 이용해 5가지 프탈레이트 대사물 수치를 측정, 어린이의 자폐행동과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때 자폐행동 특성은 ‘사회적 의사소통 평가척도(이하 SCQ)’를 통해 평가됐다. SCQ 점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자폐특성을 나타낸다.

연구결과 임신 중 프탈레이트 노출은 4세 어린이의 자폐특성과 연관성을 보였다. 특히 임신 중 프탈레이트 대사물 수치증가는 4세 어린이의 SCQ점수를 최대 8.5%까지 높였다. 또 4세와 8세 시기의 노출은 8세 어린이의 자폐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4세와 8세 어린이의 프탈레이트 대사물 수치증가는 8세 어린이의 SCQ 점수를 9.6~9.9% 높였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태아 때 프탈레이트 노출은 유아기, 아동기의 노출은 학령기의 자폐특성에 영향을 미쳤다”며 “아동의 정상적인 사회발달을 위해서는 임신과 유아기 모두에서 프탈레이트 노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태아시기 프탈레이트 노출, 아토피피부염 발병위험

태아시기에 프탈레이트 노출은 아이의 자폐특성뿐 아니라 아토피피부염 발병 위험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아토피피부염은 아동 10명 중 1~2명꼴로 발생하며 천식이나 알레르기비염, 수면장애 등 여러 합병증을 유발한다.

이번 연구는 삼성서울병원 안강보 아토피환경보건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 고신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민영 교수 연구팀이 진행했으며 프탈레이트와 아토피피부염 관련성을 연구한 논문들을 메타분석한 결과다.

태아기 프탈레이트 노출과 아토피피부염의 관련성을 메타분석 방법으로 체계적으로 밝힌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프탈레이트에 자줄 노출되면 조산·아토피피부염·자폐증 발생위험률이 증가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프탈레이트에 자줄 노출되면 조산·아토피피부염·자폐증 발생위험률이 증가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연구팀은 유럽과 미국, 아시아에서 보고된 코호트 연구 11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프탈레이트 중에서도 ‘모노벤질프탈레이트(MBzP)’가 아토피피부염의 발병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태아기에 모노벤질프탈레이트에 노출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아토피피부염 발생위험이 16%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프탈레이트는 관련 자료 부족으로 위험성이 규명되지 않아 추후 과제로 남았다.

삼성서울병원 안강모 아토피환경보건센터장은 “프탈레이트의 유해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이로 인한 아토피피부염 발병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게 이번 연구로 밝혀졌다”면서 “하지만 정확한 인과관계 등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규명, 환경유해물질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남성·여성 모두 프탈레이트 노출 줄여야

프탈레이트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악영향도 많이 끼쳤다. 만일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과 남성은 프탈레이트 노출을 줄이길 권고한다.

이는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의 카르멘 메셀리안 역학 교수 연구팀이 불임치료센터에 다니고 있는 여성 419명과 남성 2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다.

연구는 여성의 배란 직전, 남성은 불임치료 시작 시 재차 소변샘플을 채취해 함유된 프탈레이트 대사물질 수치를 측정했다. 연구가 진행된 2005년~2018년까지 423명의 단태아가 출생했으며 그중 34명은 임신 37주 전 조산이었다. 특히 두 차례의 소변검사에서 프탈레이트 대사물질 수치가 높게 나온 여성은 수치가 낮은 여성에 비해 조산위험이 50~70% 높았다.

결국 건강한 태아를 위해서는 모두가 프탈레이트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밖에 없다. 식약처 ‘유해물질간편정보지’에 따르면 프탈레이트 노출을 줄이려면 물을 자주 마시고 뜨거운 음식이나 액체를 담을 땐 유리, 도자기, 스테인리스 제품이나 플라스틱 중에서도 내열 온도가 높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또 화학성분이 들어간 제품 대신 천연 비누 등을 사용하고 주기적인 청소와 환기를 통해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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