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초고가 캐비어화장품, 과연 그만한 값을 할까?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초고가 캐비어화장품, 과연 그만한 값을 할까?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21.12.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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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고가마케팅의 정점에 있는 원료 중 하나는 단연 세계적인 진미로 꼽히는 ‘캐비어’‘특정어종을 가공처리하거나 염장한 알’을 말하며 블랙캐비어의 경우 철갑상어알로 만들고 ‘레드캐비어’는 연어알로 만든다. 이중 블랙캐비어추출물은 화장품원료로 사용된다. 

대한화장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캐비어추출물은 대서양 철갑상어과(acipenseridae)의 철갑상어알에서 추출한 것으로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에 해당되며 배합목적은 ‘피부컨디셔닝제’다. 즉 피부보습을 위해 사용되며 그 기능에 따라 유연제, 수분차단제, 습윤제로 나뉜다. 

유연제는 말 그대로 피부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수분차단제는 피부표면에 코팅막을 형성해 수분증발을 지연시킨다. 끝으로 습윤제는 피부수분량 증대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말한다. 

캐비어화장품은 노화방지효과보다는 일반적으로 수분보유량을 늘리거나 일시적으로 수분증발을 차단하는 수분유지화장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더 황당한 것은 캐비어추출물함량이 고작 0.0004%라는 사실이다. 과학적 임상결과도 미비한 상황에서 함량조차 극미량이기 때문에 더 이상 캐비어화장품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것이 현명할 듯싶다. 

물론 캐비어는 천연영양소인 오메가3, 오메가6, 지방, DHE, EPA, 천연항산화제, 비타민E 등을 다량 함유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하지만 이는 영양학적 측면일 뿐 피부과학적 측면에서 연구된 바는 아니다.

현재 캐비어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자연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전 세계에서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품종으로 지정됐다. 즉 철갑상어의 포획이 금지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양식개발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철갑상어는 버릴 것이 거의 없는 자원이다. 어육은 활어회, 통조림, 훈제스테이크 등의 재료로 활용되고 뼈는 관절건강식품에, 지느러미는 삭스핀요리에, 가죽은 고급가방에, 끝으로 알인 캐비어는 고급화장품원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갑상어에서 캐비어를 추출하는 영상을 보면 그 잔인함에 깜짝 놀랄 것이다. 먼저 철갑상어 암컷의 배에 소독제를 발라 감염을 예방한다. 이후 생식기에 구멍을 뚫고 멸균기를 넣어 난소를 자르고 물리적으로 알을 빼낸다. 이어 빼낸 알을 용기에 담아 거기서 수정하면서 철갑상어로 양식하고 여분의 알은 가공과정을 거쳐 식품이나 화장품원료로 사용된다.   

캐비어 자체는 국내∙외 반입이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어 양식 철갑상어만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잔인하게 학대하고 고통을 주면서 얻어진 캐비어를 그야말로 극미량 포함된 화장품을 쓰는 것은 ‘윤리적소비’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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