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은 정말 윤리적인 기업인가
대웅제약은 정말 윤리적인 기업인가
  • 조창연 편집국장
  • 승인 2013.11.06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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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진(秦)나라 혜왕(惠王)은 촉(燭)나라 정벌을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직접 원정을 가기도 했지만 촉의 지세가 너무 험악해 몇 번이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지혜로운 신하 한 사람이 묘책을 냈다. 촉의 왕이 보물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다는 점을 이용해 그 허점을 파고들자는 것이었다.

혜왕은 이를 받아들여 촉왕을 속이기 위한 대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옥이 산출되는 산에서 옥을 캐 커다란 소(옥우)를 만들고 그 안을 파 황금과 비단을 잔뜩 넣어 촉왕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소문을 냈다.

소문을 들은 촉왕은 기뻐했고 일부 신하가 경계해야 한다는 간언을 올렸지만 이미 탐욕에 휩싸인 촉왕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때 맞춰 진나라는 촉에 사신을 보냈다. “각종 진귀한 보물을 담은 옥우가 거의 완성됐는데 촉의 산세가 너무 험악해 이를 어찌 운반해야 할 지 걱정입니다.” 그러자 촉왕이 말했다. “우리를 위해 그리 성의를 보이는데 너무 걱정 마시오. 어떻게든 귀국이 운반할 수 있도록 길을 내드리리다.”

 

 

이후 촉왕은 길을 넓히는 대공사를 시작했다. 이윽고 진격로로도 손색없는 대로가 완성됐고 진나라의 예물행렬이 들어왔다. 이 행렬에 옥우를 약탈위험에서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중무장한 수만명의 정병이 동행, 촉을 정벌했다. 북제 유주(北齊 劉晝)의 ‘신론(新論)’에 나오는 말로 작은 것을 얻고자 하다가 정말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 여기서 유래됐다.

대웅제약의 최근 행보가 행여 이 소탐대실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요즘 제약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웅제약의 대표품목인 우루사 과대광고 논란이 화젯거리다.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로 전 국민에게 유명세를 탄 우루사50mg 얘기다. 이 제품은 간질환장애에 의한 피로회복 등으로 식약처에서 효능효과를 인정받았다.

문제는 간기능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웅제약 관계자도 인정한 바 있지만 ‘없다’가 정답이다. 결국 광고로 유명해진 우루사50mg은 간기능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는 약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웅제약의 이 광고가 ‘과연 간기능장애가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했는가’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대웅제약은 전 국민, 즉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광고를 진행했고 이 광고를 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우루사가 간에 좋고 간에 좋으니 피로가 회복될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기자마저 그리 생각했을 정도니 일반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실제로 기사가 나간 후 지인은 물론 독자들에게서 많은 전화를 받았다. “우루사 먹으면 간에 좋은 거 아닌가요?” “우루사 먹으면 피로회복 되는 거 아닙니까?” “정말 간기능에 이상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효과가 없나요?” 등의 내용이다.

본의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대웅제약은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 광고로 인해 간기능에 이상 없는 사람들이 우루사50mg을 구입해 먹었다면 이에 대해서는 당연히 사과하고 정정하는 것이 맞는 일이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3년 전부터 ‘윤리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대웅제약이 얼마 전부터 리베이트 문제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있다. 이제 대웅제약은 스스로 정말 윤리적인 기업인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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