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전립선암’…환자 절반이 3기 이후에나 발견
조용한 ‘전립선암’…환자 절반이 3기 이후에나 발견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1.0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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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비뇨기종양학회 등 전립선암환자 설문조사결과 발표
증상 없어도 50세 이후부턴 1년마다 PSA검사 받아야
전립선암 조기 발견·치료 시 생존율↑, 삶의 질 저하↓

전립선암은 대표적인 남성암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9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1999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으며 폐암, 위암, 대장암에 이어 4번째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전립선암환자 대부분은 암이 많이 진행되고 나서야 전립선암을 최초로 발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비뇨의학재단과 대한비뇨기종양학회가 국내 전립선암환자 212명(설문조사 참여 환자 연령 50대 이하 23.6%, 60대 55.2%, 70대 21.2%)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전립선암환자 약 2명 중 1명(47.1%)은 전립선암이 이미 전립선을 벗어난 ‘3기 이상’의 단계에서 최초 진단을 받았다. 즉 이미 종양이 전립선을 벗어나 진행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시점에서 전립선암을 발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인으로 초기 뚜렷하지 않은 자각증상을 꼽았다. 전립선암은 암이 진행되고 나서야 비로소 각종 배뇨증상(▲소변이 잘 나오지 않음 ▲소변 줄기가 가늘어짐 ▲잔뇨감이 있음 ▲소변을 참지 못하고 지림 ▲낮밤을 가리지 않고 소변을 자주 봄 등)전이에 의한 증상(척추나 골반 뼈로 전이될 경우 통증, 마비 등 유발)이 나타난다. 

그래도 전립선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며 당연히 이에 따른 생존율도 올라간다. 2018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이 전립선을 벗어나지 않은 국소 전립선암 단계에서의 5년 상대생존율은 102.6%, 전립선암이 전립선을 벗어난 국소 진행 전립선암의 경우 98.6%였다. 하지만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된 경우 44.9%로 절반 이상 크게 감소했다.

전립선암은 발생위험이 급격히 올라가는 50세 이상부터 1년에 한 번 전립선특이항원검사(Prostate Specific Antigen, 이하 PSA검사)를 받으면 얼마든지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전립선특이항원은 전립선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립선에 문제가 있으면 항원 수치가 높게 나온다. PSA수치가 2.5ng/ml 이상이면 비뇨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 추가 검사를 진행한 후 전립선암을 확진할 수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블루리본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1일부터 21일까지 21일간 전립선암환우건강증진협회 소속 전립선암환자 2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한비뇨의학재단과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전립선암에 대한 질환 인식 개선을 위해 2004년부터 매년 ‘블루리본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삶에 미치는 영향도 한결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립선암은 수술, 방사선치료, 호르몬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통해 치료하는데 그 과정에서 요실금, 성기능 저하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역시 응답자의 85.0%(180명)가 최근 4주간 성기능 전반에 있어 성 기능이 약하다(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은 환자 기준)고 느꼈는데 전립선암을 1~2기에 발견한 환자에서는 24.8%가 자신의 성 기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이는 3~4기에 발견한 환자(2.5%) 대비 높았다.

‘내가 원할 때 발기한 경우가 있다’고 한 응답자는 42.0%(89명)로 나타났으며 이 역시 1~2기에 전립선암을 진단받은 환자(55.0%)보다 3~4기 진단 환자(28.0%)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 곽철 회장(서울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은 “전립선암은 대한민국 남성에게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지만 초기 눈에 띄는 증상이 없어 진단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이 많다”며 “또 전립선암은 순한 암이라는 인식 때문에 타 암종 대비 관심도 적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전립선암 또한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는 경우 치료가 어렵고 생존율도 절반 이하로 크게 감소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전립선암 조기 발견을 위해 50세 이상 남성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가까운 비뇨의학과에서 연 1회 PSA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 40대부터 정기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전립선암 치료환경 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었다. 응답자의 46.3%가 PSA검사가 국가암검진에 포함되길 희망하고 있었으며 로봇수술, 신약 등 치료비용에 대한 보헙급여적용 및 지원을 희망한 응답자도 41.5%로 나타났다.

전립선암환우건강증진협회 이달숙 회장은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일찍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국가암검진에 PSA 검사가 포함되기를 환자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 “10만여 명의 국내 전립선암환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치료에 임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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