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탈모공약…건보재정 감당할 수 있을까
난데없는 탈모공약…건보재정 감당할 수 있을까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1.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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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 “신체 완전성 측면에서 접근해야”
안철수 후보 “제네릭 약가 30~40% 인하할 것”
의료계 “무분별한 건보적용 시 재정파탄 위험”
난데없이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탈모’가 튀어나오며 국민의 관심사가 쏠렸다.

난데없이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탈모’가 튀어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일 ‘탈모 치료 건강보험(이하 건보) 적용 공약’ 검토지시를 내린 것이 발단이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탈모인구는 100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탈모환자도 꾸준히 늘었다. 2020년 탈모환자는 23만4780명으로 2015년 20만8534명보다 12.5% 증가했다. 진료비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해 2020년 탈모진료비는 387억3946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의료계, 시민단체 등에서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면서 반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역시 ‘탈모치료제 제네릭(복제약) 가격 인하’라는 카드를 꺼내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이재명 후보가 탈모 치료 건강보험적용 공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탈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썩이고 있다(사진=이재명 후보 유튜브).
이재명 후보가 탈모 치료 건강보험적용 공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탈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썩이고 있다(사진=이재명 후보 유튜브).

■이재명 후보 “앞으로 제대로 심는다”

이재명 후보는 지금까지 40개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의 핵심은 국가가 무엇이든 나서서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어르신을 위한 국민연금, 공공산후조리원 대폭 확충 등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2일 이재명 후보가 탈모치료 건보적용 공약카드를 꺼내면서 한순간 바뀌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탈모갤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유튜브에 15초 분량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영상에서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노(NO),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 앞으로 제대로 심는다! 이재명! 나의 머리를 위해”라고 말한다. ‘나의 머리를 위해’라고 말할 때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쓸어 넘긴다.

탈모공약이 국민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이재명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청년선대위는 5일 ‘청년탈모 비상대책위원회 초청간담회’를 개최했으며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1000만 탈모인 여러분, 이재명으로 단결하자”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하지만 탈모공약이 건보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5일 광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회의를 통해 “재정부담 정도와 건보 경계선을 어디까지로 정할지 등에 대해서는 정책본부에서 검토 중”이라며 “탈모는 신체 완전성이라는 측면에서 건보대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검토’에 대응, 건보재정 악화를 우려하면서 ‘제네릭 가격 인하’라는 카드를 꺼냈다(사진=안철수 후보 페이스북).
안철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검토’에 대응, 건보재정 악화를 우려하면서 ‘제네릭 가격 인하’라는 카드를 꺼냈다(사진=안철수 후보 페이스북).

■안철수 후보 “건보재정 감안하면 제네릭 가격 인하가 답”

안철수 후보 역시 탈모공약을 내걸었다. 안철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검토’에 대응, 건보재정 악화를 우려하면서 ‘제네릭 가격 인하’라는 카드를 꺼냈다.

안철수 후보는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명 후보의 탈모치료제 건보적용 공약을 언급하면서 “곧 고갈될 건보재정은 어디서 만들 것인가. 결국 건강보험료 대폭 인상밖에 더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탈모치료제 제네릭 가격을 30~40% 수준으로 떨어뜨리면 건보재정을 사용하지 않아도 가격을 대폭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표적인 탈모치료제로는 ‘프로페시아’가 있다. 프로페시아는 1정당 1800~2000원 사이며 제네릭인 ‘모나드’는 1정당 1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안철수 후보는 제네릭 가격을 30~40% 인하해 1정당 600~800원 수준까지 떨어뜨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 역시 제네릭이 19개이면 오리지널의약품도 본래 가격의 6%까지 떨어진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탈모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전 세계 탈모 관련 시장은 56조원으로 연평균 4%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저렴하고 효과 좋은 탈모신약의 연구개발을 대폭 지원하면 산업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탈모환자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강조했다.

■탈모 건보적용 시 재정파탄 날 수 있어

느닷없는 탈모 공약에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한 현직의사는 탈모공약이 건보재정을 고갈시킬 수 있는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이상이 교수가 5일 페이스북에 ‘건강보험재정 파탄 낼 이재명의 포퓰리즘정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

이상이 교수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 검토 소식을 듣고 당장 탈모치료제를 복용하고 계신 분들이나 국내외의 관련 제약회사들은 내심 기대를 하실 수도 있겠지만 유권자 분들은 잘 생각해 보셔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상이 교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보장률은 6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80%에 못 미치고 건보재정 역시 최근 수년 간 적자를 누적해 2025년에는 고갈될 위기”라며 “생명과 건강에 직접 관련성이 낮은 탈모치료에 연간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대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출한다면 장차 국민건강보험은 재정적으로 죽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역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협의회는 6일 성명서를 통해 “생명과 직결된 항암제조차 고가를 이유로 건보적용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탈모치료제 건보적용 공약을 일부에서는 환영하지만 건보재정 파탄에 대한 우려가 있고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강력히 질타했다.

한편 현재 탈모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에 따라 업무나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비급여로 분류되고 있다. 단 스트레스성과 지루성피부염 등 ‘병적 탈모’로 진단받으면 건강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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