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의 순간, 행복은 무엇보다 건강에 있다는 걸 알았다
투병의 순간, 행복은 무엇보다 건강에 있다는 걸 알았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1.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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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신간] 혼자 입원했습니다 : 요절복통 비혼 여성 수술일기
다드래기 지음/창비/440쪽/1만8000원
다드래기 지음/창비/440쪽/1만8000원

“그냥…그냥 잘사나 목소리 듣고 싶어서 연락했어.”

2년 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가 급작스러운 전화를 걸어왔다. 사실 진동이 울리는 찰나의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싱겁게도 단순 안부 전화였다. 그 당시에는 몰랐다. 하지만 오래되지 않아 나에게도 그와 같은 순간이 찾아왔다.

기자 역시 익숙한 목소리를 찾아 헤매며 ‘그 녀석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회’라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에서 벗어나 추억을 그늘 삼아 쉬고 싶어 했다는 것을.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자취방에서 혼자 끙끙 앓을 때는 참지 못할 고독감에 밤을 허덕였다.

상상해봐라. 지친 몸을 이끌고 혼자 아이스팩을 주섬주섬 꺼내 자신의 이마 위에 얹고 처방받은 약을 입안으로 욱여넣는 모습을. 아프다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지만 그럴 대상이 없음을 자각하는 순간 알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진다.

그래도 스쳐 지나가는 단순 ‘감기’는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1인 가구에게 ‘당장 입원하라’는 대학병원 의사의 말을 들으면 어떨까. 아픔보다는 경제적 문제를 먼저 걱정할 수밖에 없다. 또 입원비와 수술비는 얼마나 나올지, 수술동의를 해줄 보호자는 누구로 해야 할지, 간병은 누구에게 부탁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의 1인 투병기다. 지독한 변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난소내막증’. 저자는 암보다 병가를 내야 하는 상황을 먼저 걱정했다. 당시 회사 상사는 ‘그깟’ 부인과질환 때문에 자리를 오래 비우는 것을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또 병실 부족으로 입원한 1인실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저자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곤란해했지만 차근차근 해결해나갔다. 병가를 싫어하는 상사에게 속 시원한 발언을 했으며 친한 친구에게 간병을 구하는 등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헤쳐나갔다.

이 책은 만화로 구성된 만큼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입안에 씁쓸함이 맴돌았다. 씁쓸함의 원인은 ‘덤덤함’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일이었음에도 너무 담담하게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다행히 현재 저자는 병원을 벗어나 다른 이처럼 지루한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만 수술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저자와 친구들은 자주 투덕거리기는 해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보호자가 돼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

아픔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누군가는 그 아픔으로 병원에서의 삶이 일상이 되고 다른 누군가는 일상으로 회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아픔 후 우리의 삶은 180도 바뀐다는 것이다. 질병은 1000개나 있지만 건강은 하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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