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위산분비억제제 복용 시 ‘비타민’도 챙겨야 한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위산분비억제제 복용 시 ‘비타민’도 챙겨야 한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1.2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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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김두리(가명) 님, 오늘도 위장약 처방받으셨네요.”

김두리 님은 평소 역류성식도염으로 꾸준히 제산제를 복용 중입니다.

“김두리 님 증상은 많이 좋아지셨어요?”

“네, 약사님 말처럼 꾸준히 약을 먹으면서 커피 등을 줄였더니 목 이물감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많이 좋아졌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추가적으로 더 먹으면 좋은 약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몸이 좀 축나는 거 같아서 보충제를 먹었으면 해서요.”

“그래요? 그럼 지금 드시는 보충제가 따로 있으실까요?”

“아니요. 지금은 특별히 없어요.”

“그럼 활성 비타민B12와 칼슘이 함유된 보충제를 드려볼게요.”

국내 위산분비억제제 처방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역류성식도염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류성식도염으로 고통받는 환자는 매년 400만명이 넘으며 이 중 20~40대가 절반 정도나 된다고 합니다.

역류성식도염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물은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P-CAB)입니다. 이 약물들은 위산 분비 억제효과가 강력하고 지속적이어서 역류성식도염뿐 아니라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등 소화기질환에도 처방됩니다. 또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 항염진통제) 복용 시 위장 손상을 막기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곳에 사용되다 보니 2020년 항궤양제 처방액은 9500억원을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음식물이 직접 닿는 소화기는 점막층이 피부를 대신 합니다. 만일 점막이 약해졌거나 위산이 과다 분비되면 염증과 궤양이 생기죠. 이런 이유 때문에 꾸준한 약물 복용을 통해 위산을 계속 차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칼럼에서 위산분비억제제를 사용하면 장내 감염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듯이 원하지 않는 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2021년 7월 9일자 칼럼 참고). 특히 역류성식도염처럼 계속 위산분비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 다양한 영양소 결핍을 유발할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비타민B12, 칼슘, 마그네슘, 철분이 부족해질 수 있어요.

음식 속에 포함돼 있는 비타민B12는 위액에 의해 분해된 뒤 위에서 분비하는 내인자에 결합해야 흡수가 진행됩니다. 만일 위산분비억제제 등을 사용해 위산이 부족해지면 음식 속 비타민B12을 흡수하기 어려워 비타민B12결핍증이 오기 쉽습니다. 또 위 절제술이나 위축성 위염 등으로 인해 내인자가 부족해져도 비타민B12 흡수량이 적어져 비타민B12가 부족해질 수 있죠. 무엇보다 비타민B12는 상당량이 간에 저장돼 일정 기간 섭취하지 않아도 부족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으니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 의하면 2년 이상 위산분비억제제를 복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비타민B12 결핍위험이 6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위험은 약 용량이 높을수록 증가했다고 합니다. 비타민B12결핍증이 발생하면 빈혈과 말초신경, 뇌신경장애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어지럼증, 두통, 피로감, 원인 모를 통증 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위산은 칼슘과 철분 흡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미국 한 연구에 의하면 위산분비억제제를 2년간 처방받은 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철 결핍 진단율이 3.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위산 분비가 적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일반인보다 칼슘 흡수율이 1/8 정도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들에게 특히 더 위험합니다. 우리나라 성인 여성의 칼슘 섭취량은 권장량의 60~70% 정도며 철분은 50대 미만에서 70% 정도에 그쳐 부족 현상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만일 50대 미만 여성이 여러 가지 이유로 위산분비억제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미네랄이 더욱 부족해질 것입니다.

위의 김두리 님 역시 위산분비억제제를 꾸준히 복용한 덕분에 역류성식도염 증상은 덜 해졌지만 복용기간이 길어지면서 영양소 부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비타민B12는 활성형이면 더욱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보통 20ug 정도 복용하면 되지만 위축성 위염 등 위장 점막이 좋지 않은 사람은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100~500ug 정도의 고용량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비타민B는 단일 성분 복용 시 오히려 몸의 균형이 깨질 수 있어 B1~B12까지 고루 들어 있는 제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에는 메가 비타민요법으로 고함량 제제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약사와 상의한 뒤 가장 적합한 제제를 선택하면 됩니다. 

칼슘의 경우 패각칼슘 등 이온화가 어려운 제품보다 구연산 칼슘 등 이온화가 잘 되는 제품을 선택해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철분제의 경우에도 위장을 강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이온화하지 않고 흡수되는 유기착화합물제제(글루콘산제이철, 폴리사카라이드철착염 등)을 복용하는 것이 좋답니다.  약물에 따라 부족해지는 영양소는 다르니 자세한 것은 의사, 약사와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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