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귤은 ‘속(과육)’을 버리고 ‘껍질(귤피)’을 먹어야 한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귤은 ‘속(과육)’을 버리고 ‘껍질(귤피)’을 먹어야 한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1.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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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겨울철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과일로는 귤이 있다. 보통 껍질은 까서 버리고 과육만을 먹지만 사실 귤은 속을 버리고 껍질을 먹는 편이 낫다. 대부분의 약성은 귤 껍질에 있기 때문이다.

귤(橘)은 운향목 운향과 감귤속에 속하는 귤나무의 열매이다. 보통 감귤(柑橘)이라고도 한다. 귤은 부위에 따른 이름이 다르다. 먼저 우리가 흔하게 먹는 과육은 귤육(橘肉) 또는 귤실(橘實)이라고 한다. 귤껍질은 귤피(橘皮)라고 한다. 안쪽에 흰 실처럼 보이는 것들을 귤낭상근막(橘囊上筋膜) 혹은 귤양상사(橘瓤上絲)라고 부르고 이것을 제거한 껍질을 귤홍(橘紅)이라고 부른다. 귤피가 오래된 것은 묵었다고 해서 진피(陳皮)라고 부른다.

만일 급하게 약용으로 귤을 쓴다면 귤피를 사용하면 된다. 이때 가능하면 수년 이상 묵혀 뒀다 갈색으로 변한 상태의 진피로 사용하면 좋다. 귤피는 오래될수록 약효가 좋아진다는 육진양약(六陣良藥: 오래 묵을수록 약효가 좋다는 6가지 종류의 약재)에 속하기 때문이다. 귤피와 진피의 효능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그냥 귤피로 설명하겠다.

다음은 귤피의 대략적인 효능이다. <동의보감>에는 ‘귤피는 성질이 따뜻하며 맛은 쓰고 매우며 독이 없다. 가슴에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한다. 음식 맛이 나게 하고 소화를 잘 시킨다. 이질, 설사를 멈추며 가래를 삭이고 기운이 위로 치미는 것과 기침하는 것을 낫게 하고 구역을 멎게 하며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고 했다. 그럼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귤피는 기를 조절한다. <신농본초경>에는 ‘흉중에 기가 정체하여 발생한 열(熱)과 치미는 기를 치료한다’고 했다. 이 내용은 귤피는 상기가 되면서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있을 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흉중의 기를 조절한다는 것은 화병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으로 이해하면 좋다.

귤피 단 한 가지만을 달여 복용하는 처방도 있다. 일명 ‘귤피일물전(橘皮一物煎)’이다. 귤피 1냥(600그램)만을 달여 수일 동안 나눠서 마신다. 한 번에 상당히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이다. <단곡경험방>에는 ‘귤피일물전은 기를 내리며 또한 기가 치미는 것을 다스린다. 가슴에 막힌 기를 통하게 한다’고 나와 있다. 귤피는 기를 순환시켜주는 최고의 약재다.

귤피는 딸꾹질에 좋다. <금궤요략>에는 ‘헛구역질처럼 딸꾹질을 하는데 손발이 싸늘하면 귤피탕(橘皮湯)으로 치료한다’고 했다. 귤피탕은 귤피 4냥(150그램), 생강 반근(300그램)에 물을 충분하게 넣어 달인 다음 절반 정도로 졸여서 먹는다. 귤피탕이 식도로 내려가면 낫는다고 할 정도 효과적이다. 여기에 꿀을 약간 넣어서 마시면 더 좋다.

<수세비결>에는 ‘귤피와 생강의 조합은 남자와 부인의 상한(傷寒, 감기), 일체의 잡병과 구역질, 손발의 냉증을 치료한다’고 했다. 따라서 딸꾹질뿐 아니라 일반적인 감기, 소화기 증상, 복부나 수족냉증 등 다양한 증상에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귤피는 몸의 악취를 제거한다. <본초정화>에는 ‘귤피를 오래 먹으면 몸의 악취가 없어진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도 ‘출산 후 취내(吹奶; 산모의 독특한 냄새)를 제거하는데 진피 1냥, 감초 1돈을 물에 달여 복용하면 즉시 흩어진다’고 했다. 이에 따라 소위 말하는 노인냄새에도 적용하면 좋겠다. 보통 노인냄새는 독특한 향취가 있는데 이것은 피지 속 지방산이 산화되면서 나는 냄새로 귤피는 이를 제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귤껍질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수많은 효능이 있다. 귤껍질을 버리지 말고 잘 씻어 말려두면 가정상비약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귤피도 주의사항이 있다. <본초강목>에는 ‘기가 실한 사람이 복용해야만 알맞고 기가 부족한 자는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귤피는 기를 흩어뜨리므로 기가 허한 사람, 위가 허하고 화(火)가 있는 사람, 한(寒)이 심하지 않으면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귤피는 보기(補氣)보다는 순기(順氣) 작용이 강하다. 따라서 무언가 답답하게 뭉친 기운에는 좋지만 나른하고 기력이 없는 경우에는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귤피는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한다. <본초강목>에는 ‘귤피는 음식에 넣으면 비린내와 독을 풀어준다’고 했다. 향기성분으로 비린내를 없앤다고 볼 수 있겠으나 사실 귤피는 산성을 띠고 있어서 알칼리성인 생선비린내 성분을 중화시켜 주는 것이다. 독을 풀어준다는 말은 소화를 잘 시킨다는 의미다. 특히 생선이나 게를 먹고 배탈이 났을 때 좋다.

귤은 꿀에 절여 과자처럼도 먹었다. 이것을 귤병(橘餅)이라고 한다. <본초강목습유>에는 ‘귤을 꿀과 설탕에 절인 후에 말려서 먹는다. 과육이 두껍고 맛이 중후하여 천하제일의 음식으로 친다’고 했다. 또 ‘금귤로 만들면 동전 만하고 호박(琥珀)처럼 밝다. 음식을 소화시켜 기를 내리거나 흉격을 트이게 하게 한다’고 했다.

귤병을 다린 것을 귤병탕(橘餅湯)이라고 해서 여름철에 약으로 사용했다. <경험광집>에는 ‘생것이나 찬 것, 채소와 과일을 먹고 상하여 설사가 끊임없이 나오는 증상을 치료한다. 귤병 1개를 얇게 썰어서 사발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뚜껑을 닫아 거품이 나오면 즉시 탕을 마시고 이어서 귤병도 먹는다’라고 했다. 당시에 귤병은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보존성이 좋은 과자(果子)였다.

만일 귤껍질 속의 흰 막들을 얻었다면 이것도 따로 차처럼 달여 먹어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갈증이 나거나, 술을 토하는 증상을 치료한다. 볶아 익힌 다음 물에 달여 마시면 매우 효과가 좋다’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특별한 효과가 있다. 바로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귤의 흰 막에는 비타민P가 풍부하다. 비타민P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폴리페놀의 일종이다. 특히 귤에는 헤스페리딘이 풍부하다. 귤을 먹을 때 일부러 이 흰 막을 제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혈관건강을 위해서라면 일부러라도 먹어야 한다.

그렇더라도 과육은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동의보감>에서도 ‘귤껍질을 약으로 쓰지만 과육은 사람에게 그리 좋지 않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귤 과육은 담음(痰飮, 가래와 함께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병리적 산물)이 생기게 한다’라고 했다. 참고로 귤피는 성질이 따뜻하지만 귤 과육은 성질이 서늘하다. 귤 과육은 소화가 잘 안 되는 편에 속한다.

귤을 많이 먹으면 손바닥이 노랗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서 심하다. 이것은 카로틴혈증으로 귤 속의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넘쳐나서 피부색이 변하게 된 것이다. 특별한 부작용은 아니지만 피부색이 노랗게 될 정도로 많이 먹는 것은 그 자체로 남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앞으로 귤을 먹는다면 먼저 귤껍질을 잘 세척한 뒤 벗겨낸 껍질을 버리지 말고 잘 말려두자. 말린 귤껍질은 언제 어느 때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는 가정상비약이 될 것이다. 복장(腹臟) 터질 일이 생겼다면 그래서 딸꾹질을 한다면 귤껍질이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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