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간염에 ‘대사성질환’까지…간암 발생위험 쑥↑
바이러스간염에 ‘대사성질환’까지…간암 발생위험 쑥↑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2.0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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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등 동반 시 간암 발생률·사망률 증가
개수 많을수록 간암 발생·사망위험도 높아져
대사성질환 동반여부 확인 후 적극 치료해야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의 대사성질환은 생활습관의 영향이 큰 만큼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대사성질환은 그 자체로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켜 전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앓고 있는 대사성질환이 많으면 많을수록 당연히 건강에 미치는 위험도는 올라간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사성질환과 간암 간 깊은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면서 대사성질환 치료·관리에 더욱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대한간암학회는 간암의 날이 있는 2월을 맞아 대사성질환이 바이러스 간염환자의 간암 발생 및 예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히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대사성질환이 비알코올 지방간을 일으켜 간암 발생위험이 높인다는 점은 워낙 잘 알려져 있었지만 바이러스간염환자에 동반된 대사성질환 역시 간암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B형·C형간염은 대표적인 바이러스간염으로 간암 원인질환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B형‧C형간염이 만성화되면 간이 딱딱해지고 쪼그라드는 간경변증으로 악화돼 결국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만성 바이러스성간염환자 중 대사성질환을 동반한 경우 간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발표됐다.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이용한 대규모 연구에서 만성 B형간염환자에서 동반된 대사성질환 개수가 많을수록 10년 누적 간암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성질환의 개수가 많을수록 간암 누적 발생률이 증가 추세를 보였다(출처=Lee 등. Hepatology 2021.)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사성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10년 누적 간암 발생률은 5.3%였으나 1개일 때는 7.8%, 2개일 때는 9.1%, 3개 이상일 경우 8.6%였다. 2개와 3개 이상일 경우 비슷한 결과를 보였지만 대사성질환 개수가 많을수록 간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다른 원인을 보정하고도 대사성질환을 2개 이상 또는 3개 이상 동반한 환자는 대사성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간암 발생위험도가 각각 1.14배, 1.23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사성질환 중에서도 당뇨병과 비만은 간암의 위험성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이용한 또 다른 대규모 연구에서는 간암에 대한 위험인자가 없는 환자들, 즉 바이러스간염이나 유의한 알코올 섭취 또는 간경변증이 없는 환자들에서 당뇨병이나 비만이 있는 경우 간암 발생위험도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각각 1.97배, 1.12배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뇨병이 있거나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간암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10년 누적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

대사성질환을 동반한 바이러스간염환자는 향후 간암으로 악화 시 누적 사망률도 높게 나타났다. 

대한간암학회 간암등록사업위원회가 무작위 간암등록사업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2016년 새롭게 바이러스간염 관련 간암을 진단받은 6578명의 환자 중 20.2%가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이들의 10년 누적 사망률은 74.8%, 당뇨병이 없는 환자는 62.4%로 당뇨병이 동반된 간암환자의 사망률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기 간암에서 당뇨병 동반 시 사망위험도가 1.54배 증가, 당뇨병이 높은 사망률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는 인자로 확인됐다.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는 경우에도 예후가 좋지 않았다. 10년 누적 사망률은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된 환자에서 78.3%, 이상지질혈증이 없는 환자에서 62.1%로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된 간암환자에서 유의하게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대한간암학회 측은 “전체 바이러스간염으로 인한 간암환자에서 간암의 병기나 간기능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이상지질혈증 동반 시 사망위험도가 1.2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상지질혈증 역시 높은 사망률과 관련 있는 독립적인 예측인자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4개의 대사성질환을 동반한 바이러스간염 관련 간암환자는 대사성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망위험도가 1.34배 높아 대사성질환이 바이러스간염 관련 간암의 발생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간암환자의 예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간암학회 고광철 회장(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바이러스간염은 통상 간암의 대표적인 원인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여기에 대사성질환이 동반되면 간암 발생위험은 물론, 이로 인한 사망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며 “바이러스간염환자나 바이러스간염 관련 간암환자에서는 대사성질환이 동반돼 있는지 평가하고 이에 대한 치료를 시행해야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러스간염환자는 간암 예방을 위해 항바이러스제 치료와 더불어 대사성질환 동반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적극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다행히 대사성질환을 적극 치료하면 바이러스간염환자의 간암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축적되고 있다.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대표적인 당뇨병치료제 메트포르민(metformin)이 간암 발생을 억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실험결과가 있었으며 최근에는 치아졸리딘디온(thiazolidinedione)의 사용이 B형간염과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서 간암을 포함한 간 관련 합병증의 발생을 유의하게 낮췄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상지질혈증의 대표적인 치료제 스타틴 역시 간암위험을 낮춘다고 보고됐다.

국내 B형간염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한 연구에서 스타틴의 사용은 간암 발생을 60% 이상 낮췄으며 B형‧C형간염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스타틴이 뚜렷한 간암 억제효과를 보였다.

대한간암학회 기획위원회 김도영 이사(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만성 바이러스간염환자들에서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통한 원인질환 제거 및 조절과 함께 대사성질환 동반여부를 꼭 확인,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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